미국 대통령 당선인 오바마 거침없는 행보

바꿔 바꿔 대내·외 정책 싹 바꿔!



내년 1월20일 취임을 앞둔 미 대통령 당선인 오바마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오바마는 대외 정책, 한미 FTA, 대북 정책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선거를 전후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각종 정책과 관련 보수적이면서도 상당히 진보적인 면도 보이고 있어 보수 일변도인 우리 정부의 정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신선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오바마 진영의 외교안보공약을 총괄 지휘한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향후 미 차기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Before Bush, After Bush(BBAB정책)’로 정의했다. 오바마 차기정부의 대외정책은 부시 이전의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으로 되돌아가고, 부시 이후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책은 부시 8년간의 정책을 철저히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차기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나아갈 방향으로 미국 대외정책의 제1목표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동일하게 규정했다.

오바마는 지난 7월15일 워싱턴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연설을 통해 차기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을 ▲이라크전쟁의 책임있는 종료   ▲알 카에다, 탈레반 전투의 종식 ▲테러집단, 불량국가로부터 핵안전 확보 ▲진정한 에너지안보의 확보 ▲21세기 도전에 맞선 동맹관계의 재구축의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공산주의가 서유럽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던 마샬플랜과 같이 국제테러망을 분쇄하기 위해 ‘공유된 안보동반자프로그램(SSPP)’을 신설하고 2012년까지 대외원조액을 5백억 달러로 배증하여 실패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오바마 대외정책…우방국과 협력
문제는 미국내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우방국들에게 이 부담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차기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바로 아시아정책이다.

지난 8월7일 발표된 민주당 정강정책은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및 인도와도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와 같은 공동관심사에 협력하고 개방과 시장경제화를 더욱 촉진시킨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바마 당선인은 중국을 활용해 아시아지역의 번영과 협력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와 관련해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위주의 정책에서 내수도 중시하는 정책을 통해 미국과 아시아 간 공정한 교역을 취하자는 입장이다. 아시아에서 보다 효과적인 지역 틀이 필요하므로 중국과 일본을 동시에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새롭고 항구적인 아시아 집단안보체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바마 당선인측은 한미관계의 강화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이양, 산재했던 미군기지의 2개 허브기지로의 이전 재배치 등 재조정 협의를 마친 상태이다. 올해 들어 주한미군의 감축 동결(2만5천~2만8천5백명)과 주둔기간의 연장 조치(1년~3년)가 이루어졌다.

오바마 당선인이 이라크 미군을 조기에 철군하면서 아프간전쟁에 몰두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 정부에 ‘비전투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국제협조시스템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파병을 원치 않을 경우 이를 강요하기보다는 테러와의 전쟁에 드는 비용의 분담과 국제테러망의 분쇄를 위한 SSPP 참가, 경제원조의 제공 등 경제적 부담을 요청해 올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로서도 공적개발원조(ODA)의 증액을 포함해 ‘기여외교’를 강조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인 외교방향을 한미동맹의 강화 및 한·미·일 안보협력의 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을 거치면서 당초 약속했던 ‘21세기 전략동맹 선언’을 차기 행정부로 미룬 상태이다.

또 한미 FTA 문제가 한미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자동차 추가협상이 없는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당시 여러 차례에 걸쳐 한미 FTA를 결함 있는 협정이라고 개정을 요구해왔다. 대선 당시 토론회를 통해 오바마 당선인은 한국에서 매년 7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은 5천대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오바마 당선인의 발언이 대선 후보로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발언이라 해도 지속적으로 발언해 온 이상 이를 한 번에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향후 양국간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행정부뿐만 아니라 미 상하 양원 모두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있어 한미 정부간 새로운 관계 정립에 있어 이같은 미국측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우리측과의 갈등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바마정부 FTA 문제 최대 걸림돌
이태식 주미대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2010년에야 한미 FTA가 본격 논의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 국회가 설혹 한미 FTA를 먼저 비준하더라도 이 협정에 대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진영의 부정적인 시각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통상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오바마 당선자 정부가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내세우는 통상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지난 10일 워싱턴DC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FTA는 차기 미 정부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우선 과제로 설정해 놓고 있지 않다. 차기 미국 정부의 실무자들이 이 협정을 검토한 뒤 한국측에 재협상을 요구할지 여부 등을 결정해 오바마 당선자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처드 소장은 “오바마 당선인이 한미간 자동차 교역 불균형 문제 등을 들어 한미 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으나 집권한 뒤에는 이 협정을 경제뿐 아니라 한미 동맹 관계 등 다원적인 시각에서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상정해놓고 있는 오바마 당선자 정부에서 협정 비준 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자 캠프 내 설치된 한반도정책팀에서 활동한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태평양센터소장도 “오바마 당선자가 한미 FTA 내용을 비판한 것을 단순한 선거 운동의 일환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 진영의 그 어느 누구도 아직 한미 FTA의 재협상 얘기를 꺼낸 사람이 없다. 한미 양국은 이 협정이 한국 국회뿐 아니라 미국 의회에서 비준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단기간 내에 국제 무역 질서 재편 작업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한미 FTA의 비준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져 내년 중에 이 협상이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바마 당선자는 후보 시절 토론회 등에서 “한국은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반면 미국이 한국에 파는 자동차는 4천~5천대도 안 된다”면서 한미 FTA가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주장해왔다.

오바마 당선자측 관계자들은 이 협정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진 않고 있다. 워싱턴의 한 통상 관계자는 “오바마 당선자가 자동차 문제를 제기했으나 미국의 관심은 한국 시장 진출 확대가 아니라 미국 시장 방어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미국 자동차 공식 수입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미국차 판매가 저조한 이유를 한미간 불공정 무역 때문이라고 지적한 오바마 당선인의 발언으로 한미간 무역 분쟁의 단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공식 판매업체인 크라이슬러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11월 11일 “한국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의 판매가 저조한 원인을 양국간 불공정 무역으로 돌리는 발언이 계속될 경우 자칫 소비자들의 감정을 자극해 미국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올해 9월까지 작년에 비해 약 14%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는데 이같은 기조의 발언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경쟁력 있는 신차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한미간 정치 및 외교적인 이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양국이 원만한 협상을 통해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GM코리아측도 오바마의 발언에 대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수입차 시장 형성 초기인 1994년에 49.2%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미국 브랜드 차는 1998년까지 유럽 브랜드와 경합하다가 1999년을 기점으로 유럽 브랜드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점유율이 현저히 축소됐다. 렉서스를 필두로 일본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자 점유율이 줄어들면서 작년에는 11.7%까지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10월말 기준으로 11.3%까지 하락했다. 미국 ‘빅3’ 자동차회사인 GM과 포드, 크라이슬러는 현재 경기침체와 고유가로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손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 당선인의 구상은 연비가 우수한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한국과 일본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자동차 종주국의 지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오바마 차기행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할 때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대북정책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후보시절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 정책과 관련해 조건 없는 대화와 직접 외교를 강조했었다. 양자 및 다자 대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무대로 이끄는 동시에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체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당선인은 지난 5월 후보 시절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의 적들과도 강력한 외교를 주도해 나갈 것이다.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며 준비는 하되 조건없이 만날 것이다.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할 것이다.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게 북한의 핵개발로 이어졌기에 대화를 해야만 하겠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6자회담은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진전을 이뤄냈고 북한으로 하여금 (무기를) 내려놓게 했다”고 밝혔다.


“강력한 외교 주도할 것” 대북정책 대변화 예고
자누지 한반도팀장은 10월 2일 한 모임에서 “오바마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위해 고위급 협상을 포함해 모든 외교적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적극적인 양자 회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페리 전 국방장관이나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대북 특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오바마 차기행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비교적 탄력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탈북자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당선인은 지난 7월18일 ‘북한자유를 위한 한인교회연합’에 보낸 지지 서한에서 “탈북 난민들의 절망적인 상황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당한 권리침해다. 그들이 강제송환 돼 처벌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그들은 국제법에 따라 난민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셉 바이든 부통령 내정자는 북한 인권, 탈북자 문제에 대해 개선책을 구상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지난 9월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을 점진적으로 인권과 안보, 무역에서 국제 규범을 준수하도록 북돋우는 전략과 조화 속에서 인권과 탈북자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차기행정부는 북핵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는 급격한 인권정책을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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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