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정부 시민단체 표적사찰 의혹

한 사람 잡으려 63명 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시민단체 사무총장이 구속됐다.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기부·후원금 통장 거래내역은 물론 가족과 지인의 개인 계좌도 털렸다.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민원인들이 참고인으로 불려갔다. 압수수색 이전 검찰의 내사가 있었다는 말도 들린다. 사무총장은 검찰에 표적수사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민생대책위)는 서울 영등포구 청과물시장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도로 양옆으로 청과물가게가 늘어선 시장 안에서 사무실은 입구조차 찾기 어려웠다. 한 가게 뒤편에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3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과일 단내가 코를 찔렀다. 좁은 계단에는 쓰레기가 즐비했다.

좁은 사무실
직원 1명뿐

20평 남짓한 사무실은 책상과 컴퓨터, 복사기 등 사무집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직원이라곤 이 단체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순환씨뿐. 그는 회의실 겸 사용하는 자신의 방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일을 논의했다. 그사이에도 전화는 띄엄띄엄 걸려왔다. 

이렇듯 평범한 시민단체 사무실에 지난 2016년 10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공안부 수사관 10여명이 찾아왔다. 압수수색이었다.

민생대책위는 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둔 비영리단체다. 지난 2013년 1월 ‘서민과 함께’ 슬로건을 걸고 출범했다. 민생대책위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갑질 사건의 피해자다. 


김씨는 “민생대책위는 서민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이라며 “큰 시민단체가 외면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우리에게 온다”고 했다. 2016년 4월 ‘갑질 민원상담센터’를 시작한 이후 상담 전화는 더욱 늘어났다.

민생대책위는 검찰 고발,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조사 요청, 기업에 직접 질의 등의 방법으로 갑질 피해자 구제에 나선다. 이외에도 2013년 7월 충남 태안서 일어난 ‘사설 해병대 병영체험 사고’ 피해자의 의사자 지정과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갑질 피해자 구제 시민단체
갑작스러운 압수수색 당해

2016년 10월24일 압수수색 직전까지도 민생대책위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다. 10월21일에는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최경희 전 이대 총장에 대해 국기문란, 허위사실 유포, 부정입학 공모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앞서 5월에는 ‘가짜 백수오’ 문제를 두고 한견표 당시 한국소비자원 원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김씨는 압수수색 당시 “처음에는 너무 놀라 대응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검찰은 민생대책위 사무실뿐만 아니라 김씨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 과정서 검찰은 민생대책위 기부·후원금 통장 등을 확보했다. 그리고 압수수색 당일부터 10월28일까지 닷새에 걸쳐 통장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기부자, 후원자 등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5일 동안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람은 전화 조사를 포함, 6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대책위 위원은 물론 민원인도 조사 대상이었다. 조사 자료는 3600여쪽에 달했다. 


검찰서 직접 참고인 조사를 받은 민생대책위 고문 김○○씨는 “담당 검사가 (조사에서)‘왜 이런 단체에 가입했느냐’고 물으면서 사기 단체로 치부하는 듯해 기분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지인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과정서 후원금 30만원을 몰래 내준 적이 있는데, 검찰이 조사 과정서 지인에게 (민생대책위에)왜 돈을 냈는지 물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참고인이 무려…
자료만 3600쪽

사무총장 김씨는 “검찰은 민생대책위 통장뿐 아니라 제 지인과 부모님, 작은 누나의 개인 계좌까지 모조리 털었다”며 “제가 단체 통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돈을 받았다고 의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이틀 뒤인 10월26일 김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범죄가 중대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변호인들은 김씨에게 일정한 주거가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의 우려,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또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김씨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점, 당뇨 치료 필요성 등의 사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변호인 측에서 증거로 제시한 김씨의 건강진단서를 보면 그의 혈당 수치는 433mmHg 정도였다.

그러나 김씨는 영장실질심사 다음날인 10월29일 구속됐다. 이후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 공갈미수, 사기 혐의로 김씨를 기소했다. 

김씨는 ▲환경설비 제조회사 (주)한기실업과 GS건설 간의 사업 수주 합의 과정 ▲육류 가공업 회사 (주)신화, 양곡업 회사 (주)가나안당진알피씨와 (주)롯데유통, (주)롯데상사 간의 하도급 분쟁 ▲산업용 가스 제조업 회사 (주)인성EST와 (주)태광산업 간 기업가치 평가 분쟁 ▲이○○씨의 업무상 과실치상 사건 해결 과정 ▲스마트폰 피해대책위원회 관련 사건 등에서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고 법률사무를 취급·알선했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또 검찰은 김씨가 한기실업과 GS건설 간 합의가 성사되자 추가로 돈을 받아 내려고 했으나 한기실업이 거절하자 합의를 파기할 것처럼 겁을 줬다며 공갈미수 혐의도 적용했다. 

이○○씨에게 사건 하나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민·형사 사건 관련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후 돈을 이체 받았음에도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도 추가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가 법률사무의 대가로 받은 돈은 8400만원가량이다.

김씨는 당시 검찰이 제기한 공소 내용에 대해 “민생대책위는 2016년까지 200건이 넘는 민원을 해결했다. 그런데 검찰이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60여명을 조사한 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게 고작 6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마저도 시민단체가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업, 기업과 기업 간 분쟁에 개입하는 과정서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다. 돈은 기부·후원 명목으로 받았을 뿐 사적인 용도로 받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구속되는 바람에 민원인의 요청대로 진행하지 못했을 뿐,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김씨에게 징역 10월에 추징금 1700만원을 선고했다. 한기실업과 GS건설 간 합의 과정서의 공갈미수 혐의, 스마트폰 피해자대책위원회 관련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났다. 

법원은 그 외 사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양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쌍방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변호사법 위반
일부 유죄 판결

김씨는 지난해 8월26일 구속정지 출소했다. 그는 “검찰은 직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작은 시민단체를 상대로 투망식, 올가미식 수사를 펼쳤다”며 “나와 내 주변을 말 그대로 탈탈 털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11월 한기실업 박○○ 대표를 무고죄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박 대표의 고소장이 허위 내용으로 작성됐다는 주장이다.


쟁점은 돈이 오간 부분이다. 김씨는 박 대표가 먼저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고, 박 대표는 반대로 김씨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내줬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박 대표가 법정서 증언한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씨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해 1월 재판 과정서 증인으로 출석해 “고소인(김순환)이 돈을 한 차례도 요구한 적이 없다” “개인 돈으로 어려운 일을 하는 데 경비가 필요한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등의 취지로 진술했다.

변호사법 위반·사기 등 혐의
직권남용으로 담당검사 고발

검찰은 김씨가 박 대표를 무고죄로 고소한 것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김씨가 박 대표의 고소 건으로 실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고소 사실과 법정 진술이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없었던 점에 미뤄 허위 내용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불기소 처분 이유를 밝혔다.

불기소 처분 의견서에서 눈여겨볼만한 지점은 박 대표가 김씨를 고소한 시점이다. 의견서에 따르면 “(박 대표가) 고소를 준비하던 중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로부터 유사한 내용으로 (김씨를)내사 중에 있으니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하라는 전화를 받고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한다”는 내용이 있다. 박 대표가 실제 김씨를 고소한 시점은 2016년 8월23일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기 두 달 전이다.

불기소 처분 의견서대로면 검찰은 박 대표의 고소가 들어가기 전 이미 김씨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순환씨가 나를 고소한 게 먼저다. 그래서 나도 대응 차원으로 고소한 것 뿐”이라며 “남부지검에 고소장을 넣었더니 검찰에서 연락이 와 조사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조사를 받는 과정서 검사가 자체적으로 (김씨에 대해)내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진정서나 진술서 같은 뭔가 두꺼운 자료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민생대책위는 한기실업과 GS건설의 합의 이후 진행과정서 한기실업이 면허 대여, 임대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8월18일 박 대표를 사기, 면허 불법 임대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김씨는 불기소 처분 의견서를 보고 검찰이 자신을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월 남부지검에 검찰 내사 내용, 사건 인지 원인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검찰이 박 대표의 고소 전 이미 사건을 인지해 조사하고 있었다면 어디서 진정이나 고소가 들어왔는지 명확한 내용을 알고 싶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부존재’ 즉, 김씨가 청구한 정보 내역을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내사 기록
“정보 없다”

김씨는 지난달 당시 담당 검사를 직권남용,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담당 검사가 자신을 비공식적으로 내사하던 중 뚜렷한 비리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2016년)8월 중순경 박 대표에게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하라고 전화로 종용, 지시했다며 이는 불법사찰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고소장이 접수됐으면 수사가 이뤄질 것이고, 수사기관서 절차에 따라 진행할 일”이라며 “이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은 도대체 왜?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민생대책위) 사무총장 김순환씨는 2016년 10월29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1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감방에 있는 동안 ‘내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고초를 겪고 있는 걸까’를 계속 생각했다”며 “30년 가까이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이 정도로 심하게 수사 받을 만큼 잘못을 저지른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출소 후 백방으로 주변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대책위 위원, 기자,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조합해 내린 결론은 이랬다. 그는 “2016년 5월 가짜 백수오 파문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원장을 고발한 적이 있다”며 “그 일이 단초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짜 백수오 파문은 지난 2015년 4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된 백수오 건강기능식품서 식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민생대책위는 한국소비자원의 성급한 발표가 소비자와 재배농가, 제조사, 판매사 등에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소비자원 원장을 직권남용, 허위사실 유포, 영업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김씨는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인 중에 있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지난해부터 여러 의혹에 대해 공공기관에 진정서와 질의를 넣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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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