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김정은’의 두 번째 카드

간 빼주고 쓸개까지 내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제 곧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하게 된다. 북미정상회담은 6월쯤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이 3∼4주 이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상회담은 5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판문점 선언 당시 핵 동결을 선언했던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로까지 입장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한 북한의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 혹은 축소가 꼽히기도 했다.
 

북미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아직까지 좋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김 위원장과 위협적 언사로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일각에서는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풍계리 폐쇄
비핵화 의지

그러나 김 위원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의 개선 등을 공표하며 반전의 단초를 제공했다. 김 위원장은 화해와 통일을 언급하며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했고,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를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북미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핵 동결선언의 연장선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주요 관계자 및 언론인들에게 폐쇄 장면을 공개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핵 폐기 의지를 보여주고, 홍보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해외 언론에 공개한 전력이 있다.


동시에 핵 실험장과 관련된 그간의 불신을 종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문제가 대두됐을 당시 그 실효성에 대해 반문하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풍계리 핵 실험장의 수명이 이미 다했다는 것이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은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최적의 핵실험 장소로 평가받는 곳이다.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 단단한 화강암으로 암반이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풍계리는 6차례의 핵실험까지 치르면서 지반 붕괴 조짐이 가시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총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다. 2009년 5월과 2013년 2월, 2016년 1월과 9월, 그리고 지난해 9월3일을 마지막으로 핵 실험은 중단된 상태다.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은 지반 붕괴설에 힘을 실어준다. 

탈북자들은 “나무를 심으면 대부분이 죽고, 우물이 말랐다”며 “기형아가 출생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마다 “방사능 누출이 전혀 없었고 주변 생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살펴볼 때 지반 붕괴 등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폐쇄의 실효성이 높겠느냐는 것이었다.

비핵화 구체안 북미회담서
완전한 폐기? 조건부 철회?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춘추관 브리핑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1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4월30일(현지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아직 지하 핵실험을 언제라도 실시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38노스>의 프랭그 파비안과 잭 류 연구원 등은 이날 사이트에 풍계리 핵실험장에 관련된 글을 게재했다. 이들은 “여전히 지하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에 억류돼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출소시켰다. 지난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이들은 4월 초 노동교화소서 출소해 평양 인근의 한 호텔서 필요한 의료 처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상 교육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은 김동철 목사와 김학성씨, 김상덕씨다. 김 목사는 지난 2015년 스파이 혐의로 북한에 억류된 뒤 10여년간 강제 노동에 투입됐다. 김학성씨와 김상덕씨는 지난해 적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이들은 평양과학기술대학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웜비어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학생 웜비어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석방됐다. 무의식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그는 6일 만에 숨졌다. 웜비어 부모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공식 성명을 내고 북한과 김정은 정권을 비난했다. 

이들은 자신의 아들이 정치적 이유로 감금됐고, 잔악하게 취급했다고 주장했다.

적극적 자세
회담성사 단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호의적인 제스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CVID 기조는 잃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CVID란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핵 폐기(Dismantlement)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핵 폐기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이라 여기는 모양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 장관의 발언서도 확인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났을 당시 CVID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각) 국무장관에 취임하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CVID’대신 ‘PVID’라는 새로운 표현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Permanent)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방식으로 폐기(Dismantling) 하도록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그가 PVID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CVID보다 더 강력한 의미라는 시각도 있지만 단순히 표현을 조금 바꾼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다. CVID나 PVID는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일치하고, 표현만 달리한 것이어서 크게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핵과 관련한 의제는 북미정상회담에 분명히 오를 것으로 점쳐지지만 완전한 핵 폐기라는 결론으로 수렴될지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시각이 다분하다. 완전한 핵 폐기와 관련해 두 정상이 테이블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최근 완전한 핵 폐기와 관련해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축소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 철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남북정상회담 전후에도 있었지만 잔잔한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일단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쓰기엔 제약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진 뒤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 주둔 정당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특보는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려면 보수진영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큰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의 발언은 국내에 파장을 야기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곧 바로 문 특보의 발언에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주한미군 철수가 청와대의 입장이 아니라면 문정인 특보를 즉각 파면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 특보의 발언이 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문 대통령은 직접 나서며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지난 3일(현지시각)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북미 간 국교가 정상화되면 자연히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런 논의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협정 이후에도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과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
장애물 있어

마크 내퍼 미국 대사 대리는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KBS와의 인터뷰서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비핵화 검증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 준비에 가장 힘을 쏟는 것 역시 북핵 검증의 틀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군 철수 논란에 대해서는 “그것은 북한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한 모든 결정은 한미동맹서 결정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내 전쟁의 위협을 차단한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더 나아가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에 병력을 주둔시켜 패권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과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평화협정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으로 연일 맞서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서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영국, 호주 등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CNBC 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각)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의 인공섬에 방어용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백악관은 중국의 미사일 배치를 두고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세라 허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서 “우리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단기적, 장기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역시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인공섬 군사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며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는 주일미군의 확장이라는 풍선효과를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 내 미군이 철수한다면 미일 동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나 동북아 안보가 중국과 얽혀있는 상황서 주한미군의 철수는 상당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미군 철수에 불안을 느낀 일본이 군비를 확장한다면 동북아 안보 정세는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힘의 균형을 깨트리고 싶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주둔은 김 위원장 선대의 유훈이라는 측면도 존재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비핵화만 선대의 유훈이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 역시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당시 김일성 주석이 노동당 국제비서 김용순을 미국 뉴욕으로 보내 미 국무부 차관 아놀드 캔터를 만나게 했다”며 “그 자리서 북한은 ‘북미 수교만 해 주면 앞으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주한미군의 위상과 역할은 바뀌어야 되겠지만 통일 후에도 남쪽 또는 조선반도에 머무를 수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그 얘기를 2000년 6월14일 김정일 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만날 때 되풀이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냉전이 끝나고 난 뒤 미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냉전 시대의 미국은 북한을 견제하고 위협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냉전이 끝나고 난 뒤에 미군을 보니 요동칠 수 있는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 남북이 손잡고 미군을 활용한다고 그럴까. 미군이 있는 조건 하에서 남과 북이 왕래하고 교류하고 협력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요소
얽히고설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는 국내외적 요소가 얽히고설켜 단언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폐기의 조건으로 주한미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북미정상회담은 애초에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이 문제가 제기됐다 하더라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 위원장을 찾았을 때 의견을 조율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주한미군 문제는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존재감 안간힘 중국의 노림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 위원장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다만 김 위원장과 왕 부장 간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김 위원장에게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과 획기적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지지와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종전과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 ‘중국 배제론’을 불식시키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왕이 부장은 지난 달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라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발언하는 등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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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