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아제강 ‘검은머리 외국인’ 수장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검은 머리 외국인 CEO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이지 않다. 의무는 회피하면서 권리만 누리려는 인상이 있어서다.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부사장이 미국인이란 점 때문에 더욱 분위기가 나빠졌다. 이런 가운데 세아제강의 이휘령 대표이사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묘하게 그에게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말 2018년도를 책임질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오너 일가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와 사촌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휘령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경영능력 인정”

눈길이 쏠린 것은 이휘령 대표이사의 승진이었다. 그는 이순형 대표이사 회장에 이어 세아제강의 ‘넘버2’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의 역할은 무겁다. 이 회장의 경우 세아제강 외에도 다수의 세아그룹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어 이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세아그룹의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이다. 1960년 부산철관공업이란 사명으로 시작한 세아제강은 1975년 부산파이프로 사명을 고친 뒤 1996년 현재의 간판을 달고 현재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자본총액 2조4117억원, 매출액 2조2899억원 규모다. 이번 승진으로 이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라는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이사에게 눈길이 쏠렸다. 그는 로열패밀리로 분류된다. 이 대표이사의 어머니 이복형씨는 세아그룹의 창업주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녀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이사는 창업주의 외손이지만 세아그룹의 오너3세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의 회사 내 지배력은 높지 않다. 실제로 그룹 내에 그가 가진 지분은 미미하다. 그는 1962년생으로 미국 Palos Verdis High School 고등학교를 나왔다. 이후 UCLA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1985년 부산파이프 미국법인(Pusan Pipe America)에 입사하면서 세아그룹에 합류했다.

베일에 싸인 은둔형 3세 경영인
알고 보니 미국인 ‘Howard Lee’

이후 외삼촌인 이운형 선대 회장의 권유로 1994년 세아제강 기획 담당 이사로 본사에 들어왔다. 1995년 세아제강 수출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2005년 영업부문장,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 및 영업본부장을 거쳤다. 

2007년 부사장으로 진급했고, 2009년 1월 47세의 나이에 세아제강 대표이사 사장직에 올랐다. 이 같은 이력서 확인이 가능하듯 이 대표이사는 입사 후 지금까지 세아제강서 보냈다. 그는 이운형 세아제강 명예회장이 2013년 별세하면서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다만 그에 대한 이력은 세간에 알려진 바 없어 베일에 싸인 은둔형 경영자라는 말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회사 내 영향력이 낮아 관심서 멀어진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가 이달 13일과 16일 각각 130주, 370주의 세아제강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관심이 모아졌다. 비록 500주의 지분을 사는 데 그쳤지만 상징적인 의미서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지분 매입 과정서 공시한 그의 국적에 관심이 쏠렸다. 


공개된 그의 국적은 미국이다. 미국 이름은 하워드 리(Howard Lee). 언론을 통해 그의 국적이 보도된 것은 이번 처음이다. 

대표이사의 국적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검은 머리 외국인’ 경영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좀 다르다. 당초 검은 머리 외국인은 주식시장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였다. 한국인이지만 외국투자금을 운영해 외국인 투자자처럼 보이는 이들을 지칭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한국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까지 포함하는 광의적인 의미로 확장됐다. 일각에선 의무는 회피하고 권리는 행사하는 이들을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내 검은 머리 외국 경영인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의무는 피하고 
권리는 누리고?

특히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가 최근 갑질 논란을 일으키면서 부정적인 시각은 더욱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조 전 전무는 광고 대행사 직원에게 물병을 던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그가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바 있다.

이 대표이사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사실만으로 의무는 회피한 채 권리만 누린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가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서 태어나고 자란 점을 감안하면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판단하는 데에도 무리가 있다.

다만 미국 국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행동에 많은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조  전 전무의 경우 이번 갑질 논란으로 강제 퇴거명령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4호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하거나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또 강제퇴거 요건의 제46조 제3항은 제11조의 사유가 입국한 뒤에 발생했으면 해당 외국인을 당국이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 퇴거시킬 수 있도록 한다.
 

가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병역의 의무가 있던 그는 군입대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다 군 입대 시기가 다가올 무렵인 2002년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병역 회피 논란이 일었다. 

출입국 당국은 유씨에게 입국 금지를 처분을 내렸다. 유씨는 입국 허용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면서 한국 땅을 밟을 수 없게 됐다. 

세아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이사의 국적의 경우 기존 등기임원 재선임 시마다 주총소집공고문에 국적이 기재된 바 있다”며 “20년 넘게 세아제강의 경영에 참여한 이 대표이사가 도덕성과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도덕적 흠결 없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재계의 검은 머리 외국인 경영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아무래도 인식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인데 최근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로 이들의 행보에 더욱 까다로운 제약이 뒤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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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