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파워블로거의 파워

여론 쥐락펴락 ‘포털 황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드루킹 사건’의 마침표가 언제쯤 찍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포털에 게재된 뉴스 기사를 대상으로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과 공감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저 아래 운용되던 댓글이 조작이라는 범죄에 오염된 것이다. 공론의 장으로 여겨졌던 포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워블로거는 가상의 인터넷 공간뿐 아니라 현실세계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7일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김씨를 포함한 3명은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드루킹은 이들 가운데 주범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조작프로그램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기사 댓글 2개의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 판세
분석·전망

댓글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남북여자하키단일팀 구성을 두고 2030세대 사이서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증가했던 시기를 노린 것이다. 

김씨 등은 느릅나무 출판사라는 곳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곳에서 주로 심야 시간에 공감클릭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드루킹의 공범 박모씨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박씨의 필명은 '서유기'다. 


박씨는 드루킹의 지시를 받아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입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받은 드루킹이 기사 공감수를 조작한 것이다. 박씨는 드루킹과 함께 느룹나무 출판사 공동 대표를 맡았다. 박씨 역시 드루킹과 마찬가지로 SNS 등에 서유기라는 필명으로 여론과 관련된 글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은 인터넷 포털을 무대로 삼았다. 대부분의 대중들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에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미디어 이용률은 모바일 인터넷의 경우 82.3%로 TV(93.2%)의 뒤를 이었다. 

모바일 인터넷과 TV의 뉴스 이용률은 각각 73.2%, 85.5%였다. 많은 대중들이 TV만큼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주일간 1일 이상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포털 뉴스를 이용한 빈도는 70.9%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주일간 뉴스를 이용한 포털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네이버가 68.4%로 가장 높았다. 드루킹이 포털 중에서도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다.

대중들은 네이버 자체를 많이 이용하기도 하는 편이다.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각 사이트 주름잡는 베일 속 블로거
댓글·공감 매크로프로그램으로 조작

네이버는 뉴스를 유통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기사를 송고한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언론사별로 보도되는 기사와 방송영상을 카테고리 형식으로 내놓는다. 


또,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뉴스를 상단에 배치해 이슈를 선정하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네이버는 언론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54.2%로 과반수를 넘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의식조사’) 네이버가 뉴스의 통로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네이버는 여론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회 수에 따라 기사를 배치하는 것을 비롯해 ‘공감·비공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사 하단 부분에 이용자들은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댓글에 공감과 비공감을 표시할 수 있다.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베스트댓글이 돼 댓글창 상위에 자리하게 된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베스트댓글은 여론의 지표로 여겨지곤 한다. 반대로 비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창에서 내려가거나 삭제되기도 한다.

드루킹은 공감·비공감 시스템을 이용했다. 그는 네이버 아이디(ID) 614개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특정 기사 댓글에 공감을 클릭해 댓글을 조작했다.

시스템 한계
대책이 없다?

드루킹은 베스트 댓글을 임의로 조정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댓글 시스템은 클릭이라는 다소 단순한 절차로 이루어져있다. 댓글이 순수한 대중의 참여와 조작이라는 기로에 서 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댓글의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많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소득, 학력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댓글을 완전히 금지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댓글만큼 사용하기 편하고 대략적인 여론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그리 흔하지 않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댓글로 나타난다. 댓글문화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포털이 공론의 장으로 평가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기사에 대한 조회 수로 여론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댓글에는 그 기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생각이 드러난다.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번 드루킹 사태는 댓글문화가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포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사건으로 댓글의 공감과 비공감 ,그리고 베스트 댓글은 대표성을 상실했다. 많은 이용자들 대신 아이디를 끌어 모으고,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앞으로는 순수한 참여마저 의심을 받고, 부정을 당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포털을 완전히 폐쇄하기는 어렵다. 포털은 공론의 장이다. 특히나 네이버와 다음 등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용자들은 포털 속 뉴스들에 대해 댓글이라는 다소 손쉬운 시스템으로 여러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또한 포털은 이용자수가 다양하다. 포털이외에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용자수가 포털보다 적고, 특정 기호를 바탕으로 모인 곳이기에 한계가 있다. 여론을 형성할 수는 있겠지만 포털만큼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론의 장’ 역할 의문 제기
“혁신적 대안 필요하다” 지적 

공론의 장으로 여겨지는 포털에 대한 제약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직접적인 폐쇄는 대안으로 보기 힘들다. 댓글을 실명제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름을 밝힌 상태서 댓글을 작성한다면 여론 조작에 아이디가 동원되거나 불법 프로그램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좀 더 투명한 여론의 반영을 꾀하는 것이다.
 

이와는 상반되는 의견도 있다. 지금처럼 댓글문화가 정착하게 된 계기에는 익명제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름을 숨길 수 있기에 좀 더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서 꽤 자유로워질 수 있다.

네이버는 댓글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아이디 1개당 하루에 쓸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댓글에 대한 답글은 40개로 제한했다. 여기에 10초의 등록 간격을 둬 댓글이 연속적으로 작성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동일한 IP(인터넷상 해당 컴퓨터의 주소)에서 일정 횟수 이상 로그인을 시도하거나 동일한 내용의 댓글을 반복해서 올릴 경우 ‘캡차(CAPTCHA)’가 적용된다.

네이버는 10분 내에 일정 수 이상의 공감을 클릭할 때도 캡차를 노출한다. 캡차는 사용자를 구분하기 위해 쓰이는 방법이다. 즉, 댓글을 등록하고 공감을 누르는 주체가 사람인지, 컴퓨터 프로그램인지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캡차에 있는 숫자와 영문은 기계가 알아볼 수 없도록 설정돼있다. 

이를 통해 매크로 작업이 벌어지게 된다면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현재 대책
허점 있어

현재 네이버의 댓글 노출 순서는 순공감순이다. 순공감순은 공감수에서 비공감수를 뺀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노출 순서를 최신순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댓글을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으로 선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순공감순이 기본으로 돼있다. 또한 아이디 1개당 하루에 허용되는 댓글 수를 현재 20개서 그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드루킹 사건을 미루어 볼 때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측은 “댓글 조작을 알고서도 방치한 게 아니다”라며 “조작 의혹 댓글들을 자체적으로 파악해 처리할 것은 처리하지만 모두 다 찾아 대응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크로는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로 접속하는 식의 수작업을 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네이버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기술을 도입해 댓글의 어뷰징 탐지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월 1회 댓글정책이용자패널 간담회를 통해 사용자 의견을 수렴할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네이버는 매크로 모니터링를 강화하고 뉴스 편집을 AI에 100%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이 댓글과 공감조작의 위험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웃링크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인링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포털이 언론사 기사를 자신의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를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 포털 서비스 내에서 읽고 있다. 이와 반대로 아웃링크는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옮겨가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아웃링크 방식은 공감수에 따라 댓글 순서가 정해지는 포털 내에 부작용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인링크 방식에 따라 이용자 다수는 한 공간에 모여 특정 기사에 대해 댓글을 작성하고 공감과 비공감을 채택할 수 있게 된다. 

인링크 방식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통한 기계적 여론조작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사들의 기사는 모아두되 기사를 클릭하면 이용자들이 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분산되도록 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포털 자체가 문제라 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모아 사용자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포털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처럼 여론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여러 사이트에서도 뉴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커뮤니티에선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해 뉴스를 바탕으로 한 비판과 참여가 이루어져 있다. 포털과 비슷한 댓글 및 공감·비공감 체계도 갖추고 있다.

다만 포털은 공통된 관심사와 성향으로 뭉친 커뮤니티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포털은 뉴스를 공급하기 이전부터 이메일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 까닭에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이용자들보다 더 많은 이들을 확보하고 있다. 포털을 여론의 가늠추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강한 영향력
포털의 책임?

포털 내 기사를 바탕으로 공감수를 조작한 김씨는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기사에 대한 댓글을 다소 공인된 여론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막지 못한 포털의 책임이 제기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책임 제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털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하더라도 여론조작 사건과 의혹은 과거부터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미뤄봤을 때 기존 포털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대안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루킹 뜻은?

김씨는 여론조작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의 필명인 드루킹의 뜻 역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드루킹이라는 필명의 뜻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드루이드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9년 SNS상에서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고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 또한 드루킹은 ‘피의자들의 수장’이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


<기사 속 기사> 국정원도 댓글 조작?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지난 2012년 12월11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이 인터넷에 불법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역삼동 오피스텔을 찾아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대치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확정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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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