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7)유언비어

김유신의 계략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그 시각 신라의 진에서는 김유신을 필두로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상장군, 방금 전에 진을 치는 중에 물새 한 마리가 날아간 일을 두고 병사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친 김에 밀어버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물새가 말이오?”

“그러합니다, 상장군.”

진춘과 죽지가 말을 잇자 김유신이 순간적으로 눈동자를 반짝였다.


물새의 의미

“물론 장군들의 심정 내 모르는 바 아니오. 그리고 저 백제군사들 어렵지만 반드시 무너트릴 수 있소. 그러나 전쟁에서 중요한 게 뭐요?”

모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켰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는 거요. 아울러 저들의 심리를 자극해서 예기를 꺽은 연후에 공격해도 그다지 늦지 않소.”

“하면 방도가 있습니까?”

“물새가 무엇을 의미하겠소?”

느닷없는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물새는 바로 백제를 의미하오. 물가에 궁을 세운 백제 말이오. 그러니 물새가 날아들었다 함은 저들이 오늘 밤 우리 진지를 염탐하러 사람을 보낼 것이라 이 말이오. 우리의 속내가 무엇인지 살피려고.”

“하오면.”

“그를 역으로 이용해야지요.”

질문을 했던 천존이 그 의미를 헤아린다는 듯 진춘과 죽지를 주시했다.

“역으로 생각해봅시다. 지금 백제군은 우리 행동을 어찌 볼 것 같소?”

“성을 놔두고 진지를 구축한 사유를 궁금해 하겠지요.”

“하면.”

“그러니 병사들에게 지원군이 와서 성을 내주고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불평하도록 하시오.”

선뜻 이해되지 않는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일종에 전술이오.”

“그러면 적들로 하여금 그를 믿게 하려는!”

“아울러 장군들은 부하들에게 내일 새벽에 기습공격을 감행 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도록 하시오.”


“유언비어라 하심은.”

“물론 내일 공격을 감행할 것이오. 그러나 새벽은 아니고 저녁 무렵이 될 거요.”

지속되는 천존의 질문에 유신이 힘주어 답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백제 병사들로 하여금 오늘 밤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여 그동안 피로가 누적되었을 백제군을 몰살시키려 하오.” 

유신이 수하 장수들에게 다시 그날의 상황을 주지시키고는 심복 몇 사람을 불러들였다. 

그들에게 백제 병사로 변장하여 백제의 염탐꾼들이 돌아갈 그 시점에 백제 진영에 들어가 신라군이 백제군이 자고 있을 무렵 공격할 것이라는 말을 퍼트리도록 했다.


밤이 깊어지자 유신의 말 대로 백제에서 염탐꾼들이 신라 진영에서 첩보를 입수해서 백제 진영으로 돌아갔고 그 시간에 맞추어 유신의 밀명을 받은 신라 병사들이 유신의 지시 사항을 백제 병사들 사이에 퍼트렸다.

한편 염탐꾼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은상이 정복과 자리를 함께했다.

“군사, 이 무슨 의미입니까?”

“혹시 뭔가 계략이 숨어 있지 않을까요?”

“계략이라!”

“워낙 김유신이란 작자가 간계를 부려서.”

정복은 물론 은상도 출정에 앞서 성충에게 김유신과 관련하여 항상 주의를 풀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던 터였다.

“만약 계략이라면 한밤중에 우리 병사들이 모두 잠에 빠져들었을 무렵 기습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러면…….”

두 사람이 신라의 공격에 대한 대처에 쉽사리 결정 내리지 못하고 있을 즈음 정중이 들어와서 진지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소문을 전했다. 

물론 신라군이 백제군이 잠에 빠져든 순간 기습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든가?”

정복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진중에 쫙 퍼져 있습니다.”

“김유신의 간계로구먼, 간계.”

“간계라 하면.”

“밤에는 공격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헛소문을 퍼트려서 불안한 심리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집니다.”

“그렇더라도.”

“여하튼 경계를 확실하게 하라 하고 평상시처럼 행동하라 하지요.”

은상이 정복의 의견에 따라 병사들에게 평소처럼 행동하라 지시하였지만 이미 불안감에 사로잡힌 병사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습공격에 가슴을 졸이며 밤을 보냈다.

염탐꾼 역으로 이용…기습공격 소문
‘먹혔나’불안감에 병사들 사기 저하

은상과 정복 역시 마찬가지였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고 막 아침을 먹으려 할 즈음에 신라 진영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급히 전투태세를 갖추었으나 그저 북소리로 끝나고 잠시 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침묵이 이어졌다.

그와 같은 일이 몇 차례 연속되자 가뜩이나 피로한 백제 군사들의 온몸에서 맥이 빠지기에 이르렀고 얼추 그를 감지한 유신이 신라의 선봉에 공격을 지시했다. 

진춘이 소수의 기병을 이끌고 곧바로 백제군을 공격해 들어갔다. 

순간 비몽사몽을 헤매던 백제군이 쳐들어오는 신라 군사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에 한곳으로 몰렸다.     

신라와 백제 간 거리가 좁혀지고 막 전투가 전개될 무렵 신라군에서 다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백제의 군사를 포위하는 형국으로 곳곳에서 신라 군사들이 백제군을 압박하듯 밀려들었다. 

진춘의 기병을 상대하려던 백제 군사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한데 어우러졌던 병력을 급히 분산시켜 신라군을 맞이하는데 이번에는 다시 북소리가 울리며 김유신이 이끄는 지원군이 백제 진영을 향해 내달렸다.

고립무원에 갇힌 백제 군사들의 처절한 혈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무기력에 빠진 백제군은 변변하게 칼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당하기에 급급했고 뒤이어 달려온 김유신이 곧바로 은상을 노리며 접근했다.

“네가 은상이라는 물새냐! 어서 칼을 버리고 항복하라!”

은상이 신라군을 맞아 혈전을 벌이는 중에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상장군 김유신’ 기 옆에서 김유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라! 네 놈이 신라의 쥐새끼 김유신이로구나. 감히 내게 항복을 권하다니. 오로지 죽음만 있을 뿐이다!”

“용기는 가상하다만 네 목은 내가 직접 베어주마!”

말과 동시에 유신이 은상을 향했고 이어 두 사람의 피 튀기는 혈투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라 최고의 용장인 유신의 칼에 은상이 밀리기 시작했고 뒤로 물러나던 은상의 말을 향해 유신이 창을 뽑아 힘차게 내질렀다. 

창에 찔린 말이 잠시 콧김을 내지르더니 이내 피를 토하며 고꾸라졌다. 

그와 동시에 말에서 떨어진 은상이 몸을 추스르고 정신을 가다듬는 사이 어느새 다가선 유신의 칼이 번쩍였다. 

순간 서서히 기우는 햇빛에 은상의 목에서 튀어 오르는 혈흔이 반짝이면서 이번에는 말이 아닌 은상이 고꾸라졌다.

유신이 날다시피 말에서 뛰어내려 땅에 널브러진 은상의 목을 쳐서 몸과 분리된 두상을 들고 다시 말위에 올랐다.

백제군 패배

“신라 병사들이여, 이게 백제 장군 은상이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이도록 하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처참한 은상의 몰골을 바라보자 가뜩이나 힘겹게 악전고투를 이어가던 백제 군사들의 사기가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반면 사기가 오른 신라 군사들은 더욱 강하게 공격을 감행하였다.   

결국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장군 정중을 비롯한 소수의 백제군이 포로로 생포되지만 은상을 포함 자견 등 다수가 죽음을 면치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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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