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5)애도

당태종이 죽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지금 이세민이 죽었다 하였습니까?”

연개소문이 조정에 들어 일상사를 살피는 중에 선도해가 찾아왔다.

“확실한 첩보입니다, 대감.”

허탈한 느낌이 일었는지 연개소문이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 

“반드시 내 손으로 처단할 일이었건만.”


“결국 그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는 거요?”

연개소문이 선도해에게 고개를 돌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참.”

“왜 그러시는지요?”

“조금은 허탈한 느낌이 일어 그렇소.”

“저 역시 막상 이세민이 죽었다고 하니 어딘가 모르게 가슴 한쪽이 비어가는 느낌이 일더군요.”


“허허, 그게 인지상정인 모양입니다. 막상 적장이 사라지니 나 역시…….”

“그래서.”

“말씀하세요.”

적장의 죽음

“조문 사절을 보내야지 않겠는지요?”

“조문 사절이라! 그래, 전하께 말씀드렸습니까?”

“아닙니다. 그런 연유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그래요. 당연히 조문사절을 보내야지요. 그런데 말이오.”

“말씀하시지요, 대감.”

“마음이 울적한데 우리 대동강 변으로 나가 술이나 한잔 합시다.”

연개소문의 제안에 선도해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곁을 따르는 하인들에게 간단한 주안상을 준비시키고 대동강변의 능라도로 걸음을 옮겨 호젓한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도 마음 상하십니까?”

“상한다기보다도 인생사 참으로 허망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면 후임으로 누가 왕이 되었다 합디까?”

“아홉째 아들인 이치가 보위에 올랐다 합니다.”

“아홉째요?”


“이세민의 적자 중 막내라 합니다. 애초에 이세민이 첫째 아들인 이승건을 태자로 책봉했다가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는 사유로 폐하였고 뒤 이어 넷째 아들인 이태를 태자로 삼았으나 역시 행실 문제로 폐하였다 합니다.”

“나이는 어떻게 됩니까?”

“스물 둘이라 합니다.”

연개소문이 가만히 스물 둘을 되뇌는 순간 주안상을 준비한 하인들과 함께 연정토가 기생들을 데리고 다가왔다.

“자네는 어인 일인가?”

연개소문이 기생들의 면면을 살폈다. 

“어인 일은요. 형님이 술 마신다고 하니까 술 맛 돋구어주기 위해 이렇게 달려왔지요.”

“거들어 준다.”

연개소문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 뜨거운 여름날 낮술을 하시려는 겁니까?”

“자네가 애지중지하던 이세민이 죽었다네.”

“뭐요, 쥐새끼가요!”

순간적으로 선도해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래서 대감과 함께 적장의 죽음에 대해 조의를 표하려고 이렇게…….”

“조의라니요. 조의는 사람에게 표하는 게 아닙니까. 그놈은 쥐새끼인데.”

“이 사람아, 사람이 그런 게 아니야. 비록 생전에는 서로의 목적이 달라 생사를 겨루었지만, 먼저 간 사람에 대해 예의를 표해야지.”

연개소문의 차분한 말투에 연정토가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는 사이사이에 여자를 앉히고 술병을 들었다.

“그렇다면 술이 빠질 수 없는 노릇이지요.”

연정토가 둘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자신의 잔을 채웠다. 

“혹여 당태종이 죽기 전에 언급은 없었다 합디까?”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잔 들것을 권유하자 모두 잔을 비워냈다.

“당연히 있었지요. 그 아들에게 차후로는 고구려를 침공하지 말라 했다 합니다.”

“쥐새끼가 죽어서 정신을 차렸구먼.”

연개소문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연정토를 주시하자 슬그머니 고개 돌렸다.

“이 사람아, 이세민이 비록 적장이었지만 대단한 사람이었네.”

적장 사망 소식에 연개소문은 허망
이세민 아홉째 아들 이치가 보위에

이세민, 당나라의 제2대 황제이며 당 고조 이연의 차남이었다. 

이름인 세민의 본래 뜻은 제세안민(濟世安民), 즉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라는 의미다.

그는 뛰어난 장군이자, 정치가, 전략가, 그리고 서예가이기까지 했으며, 중국 역대 황제 중 최고의 성군으로 불리어 청나라의 강희제와도 줄곧 비교된다. 

아울러 그가 다스린 시대를 ‘정관의 치’라 한다.

그런 그는 애초에 태자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각종 전쟁에 참여해 공을 세우면서 권세와 인기가 높아가자 태자인 이건성이 막내 동생 제왕(齊王) 이원길과 함께 이세민을 죽일 계책을 세운다.

이건성은 위징, 왕규, 배적 등의 핵심 수하들과 함께 이세민 제거 작전을 세우는데 이를 사전에 알아챈 이세민이 처남 장손무기와 장군 이정, 이세적 등을 이용해 도리어 역으로 그들을 이용한다.

그에 대한 방편으로 이세민은 부황 이연에게 형제들이 자기를 죽이려 모함한다 아뢰자 이연은 그들을 장안의 궁성으로 불렀다. 

아울러 이건성과 이원길이 궁성의 현무문으로 들어온 순간 매복한 이세민의 군사들이 활을 쏴 그 자리에서 그들을 죽였다.

그 사건이 있고 난 삼 일 뒤 이연은 이세민을 태자로 삼고 이 개월 뒤에 양위하였다. 

최고의 성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이세민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던 연개소문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네는 이름이 어떻게 되는고?”

“소녀, 미랑이라 하옵니다.”

“미랑이라.”

미랑을 되뇌며 그녀를 주시하던 연개소문이 선도해에게 고개를 돌렸다. 

순간 선도해가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미랑이라, 당태종의 애첩도 이름이 미랑이라 하던데.”

“허허 이런. 이런 경우도 있네 그려.”

가볍게 혀를 찬 연개소문이 미랑을 자리에서 일어나 한 바퀴 돌리도록 하고는 몸 구석구석을 탐색했다.

“이 정도면 이세민의 애첩으로 결코 손색없겠습니다.”

선도해가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찬사를 보내자 미랑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얼굴색이 발갛게 물들어갔다.

미랑은 당태종의 애첩으로 후일 아들인 고종의 비가 되는 여인이다. 

그녀는 측천무후로 잘 알려진 중국 역사 유일무이의 여왕으로, 여걸로 추앙받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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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