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MB맨 배신의 MB맨 ‘총정리’

정승이 죽으면 개도 안 온다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마쳤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를 시작으로 그를 향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보복성 정치공작’이라며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하기 전 사저서 ‘MB맨’들을 만났다.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사저로 향했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이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다른 ‘MB맨’들이 있다. 그들은 반대로 이 전 대통령의 의혹에 힘을 실어줬다. 여러 의혹들이 검찰 소환 조사의 증거가 된 배경에는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들도 한때 ‘MB맨’이었다.

MB에 치명적
진술 쏟아내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100억원대 뇌물수수와 20개가 넘는 범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측근들에 대해 “죄를 경감받기 위해 나한테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물어 달라”며 본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MB의 집사’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40년 이상 인연을 맺어왔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함께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인수위 비서실 총무 담당 보좌역, 청와대 총무비서관,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지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수십 년 보좌하고 그의 재산을 관리했다. 

그러다 지난 1월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를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기획관은 특활비 관련 혐의에 대해 “기억이 없다”며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1월17일 “국정원 돈을 받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며 기존의 증언을 뒤집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 전 기획관은 3월14일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국정원 자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진술 역시 결정적이었다. ‘MB의 영원한 비서관’으로 통하는 김 전 실장은 오랜 시간 이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1997년 이 전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었던 시절 비서관으로 그를 보좌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는 의전비서관으로 수행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제1부속실장으로 재임기간 5년을 그와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12일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으로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과정서 “국정원 직원에게 받은 특활비 10만달러를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직접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내용을 진술하기 전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에게 “나도 살아야겠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JTBC와의 인터뷰서 “자신이 생각해도 (증거의 구체성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며 “이 전 대통령도 조사에 임하면 (태도가)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은
영원한 측근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의 의혹 상당수는 다스를 기반으로 한다. 그 연유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것을 밝히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검찰은 MB의 최측근들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을 받게 된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MB의 오른팔’로 불린다.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시절부터 함께했다. 명실상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다스의 설립과정을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사장은 다스의 120억원 횡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는 검찰 조사 중 자수서를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2007년 검찰수사와 2008년 특별검사팀 수사 때 다스와 관련해 거짓진술을 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특검 당시 “도곡동 땅과 다스는 MB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번엔 스스로 당시 진술을 부정하면서 이번 조사 때는 제대로 답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한 것”이라며 “다스 창업자금도 지원받았다”는 진술도 내놨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인사와 회계에 관련한 사안을 보고 받았다고 했다.

‘MB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일부를 다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썼다”며 “일부는 논현동 사저를 수리하는데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다스 지분 매입에 쓰였다는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 파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을 이 전 대통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MB의 자금관리사’로 통하는 이영배 금강 대표의 구속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이게 했다. 금강은 다스의 협력업체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대주주로 있는 에스엠(SM)의 자회사 ‘다온’에 16억원을 무담보 저리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금강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MB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서 호흡을 맞췄던 전직 관료부터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약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출두 직전 자신의 소회를 풀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 후에도 이들은 MB 곁을 지켰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MB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그는 2011년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2012년에는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으로 자리서 물러났다. 김 전 수석은 지난달 1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은 누군가의 기획”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하루 전날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재정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디어 출연
비호에 앞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했다. 이 전 수석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았다. 당선 이후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홍보수석 그리고 언론특별보자관을 역임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 정무 2비서관과 대통령실 메시지기획관,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청와대 홍보 수석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김 전 수석은 CBS 라디오에 출연했다. 그는 “보수에 대한 반감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한풀이”라며 수위 높은 발언으로 여권과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개띠의 해”라며 “저희들도 이전투구를 한번 해 볼까요?”라고 다소 거친 발언을 내뱉었다.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반도 대운하 입안자’로 알려져 있다. 이후 주중대사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게 된다. 또한 류 전 실장은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다.

정정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류 전 실장의 뒤를 이어 2대 대통령 실장에 내정됐다. 그러나 2010년 7월 6·2지방선거서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효재, 이동관, 김두우, 류우익…
여론 눈치 안보고 끝까지 지켰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0년 고용노동부장관서 3대 대통령 실장으로 내정됐다. 임 전 실장 역시 MB맨으로 알려져 있다. 

'UAE 원전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임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명박정부의 비위를 캐내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할 정도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4대 대통령 실장으로 이 전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하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동문으로 ‘고대 후배’로 통한다. 하 전 실장은 ‘노무현 4주기 추도식’ 날 이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장다사로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 전 기획관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임명했다. 

당시 이 전 의원 보좌관의 거액 수뢰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심복인 장 전 기획관의 임명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한병도 정무수석이 전달한 평창동계올림픽 초청장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도 장 전 기획관이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대통령 정무담당특보를 역임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을 검찰까지 수행했다. 맹 전 장관은 “5년 동안 MB정부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어려울 때 자리를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행 이유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김영우, 주호영 의원은 ‘MB키즈’로 통한다. 권 의원은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검찰청까지 가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김 의원은 ‘안국포럼’ 출신이다. 안국포럼은 2007년 대선서 이 전 대통령의 친위그룹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문재인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치졸한 꿈을 오늘 이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주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초대 특임장관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 전 대통령의 사저에 방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정통 친이계’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김백준, 김희중, 김성우, 이병모…
최측근서 내부고발자로 ‘뒤통수’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 고문은 ‘친이계의 좌장’ 또는 ‘MB 정권 2인자’로 불린다. 이 고문은 2007년에 늘푸른한국당을 이끌었다가 지난달 12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처럼 보인다”며 그를 옹호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에 출두한 후에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은 부패하지 않다”며 그를 비호했다.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캠프 대외협력총괄단장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 인수위원을 역임한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안경률·최병국 전 국회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 이들 역시 친이계 인사로 나뉜다.  최 의원은 이재오 상임 고문과 함께 늘푸른한국당 소속이었다. 최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 상임고문을 맡게 됐다.

조해진 전 국회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이었던 시절 서울시장 비서실 정무보좌관이었다. 그는 15일 JTBC <뉴스룸>서 “여권 쪽에서는 공공연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번 검찰수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청와대 출신
현역 의원까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행보도 눈에 띈다. 유 전 장관은 검찰 조사 후 귀가하는 이 전 대통령을 마중했다. 유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 과정서 그는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문체부장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다소 거친 성격으로 막말과 욕설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동조선 부실 책임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22억여원 중 20억원 가량이 성동조선해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수첩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영위기 상황이었던 성동조선서 비자금이 나온 만큼 이 전 대통령이 그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검찰은 이 돈의 대가로 이 전 대통령이 성동조선의 부실경영을 방관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은 지금까지 9조6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영정상화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


<기사 속 기사> 자충수 된 MB 행보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과정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만큼 구속영장 발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은 명백한 증거들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수>


<기사 속 기사> MB 변호인단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확충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사안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13일 MB의 측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보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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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