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내까지 바꾸고…” 뉴보텍 전 대표의 충격 고백

”형이 모두 앗아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왔더니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소재파악이 안 되는 거주불명 등록자가 돼있었고, 인감이 변경된 것도 모자라 특허권이 양도됐다. 심지어 아내까지 다른 사람으로 뒤바뀐 상황이었다. 소설이나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한승희 뉴보텍 전 대표가 실제 겪은 일이다. 이야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승희씨는 지난 2003년 3월 뉴보텍 대표로 선임됐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뉴보텍은 상‧하수도관 등 환경 관련 배관자재를 제조하고 판매한다. 2009년 4월부터 한씨의 형 한거희씨가 대표에 취임해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씨는 “믿었던 형이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며 “2006년 일어난 사건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영애 사건에
징역 4년 받아

▲‘이영애’가 불러온 나비효과= 한씨는 뉴보텍 대표 시절 ‘주식회사 이영애’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펼치려다 이영애씨 측으로부터 명예훼손과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2006년 2월 한씨는 “영화배우 이영애씨를 영입해 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이와 관련한 영화, 광고, 판권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허위 보도자료와 공시를 낸 혐의를 받았다.

한씨는 이영애씨의 오빠인 이○○씨와 법인 설립 관련 합의서를 체결하기로 했지만 의사소통 과정서 오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영애씨 측은 애초에 사업 관련 이야기조차 없었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결국 한씨는 기자회견서 고개를 숙였다. 이영애씨 측은 사과를 받아들여 고소‧고발을 취하했지만 뉴보텍 주주들은 그를 증권거래법상 허위 공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다 2006년 7월 한씨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잠적했다. 그는 서울 한남동 소재의 도피처서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고 4년 동안 숨어 지내다 2010년 10월 검거됐다. 2010년 11월 구속 기소된 한씨는 배임, 업무상 횡령,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등이 인정돼 2012년 대법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뒤바뀐 아내= 처음 이상기류가 감지된 때는 한씨가 서울구치소에 있던 2011년 초 무렵이다. 당시 한씨의 아내 정○○씨는 남편을 면회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정씨는 아주버님인 한거희 대표의 요구로 남편의 수감증명서를 떼려 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수감증명서는 가족만 발급받을 수 있다며 정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정씨가 자신을 한씨의 아내라고 말했지만 서울구치소 창구 직원은 “컴퓨터 서류상에 기재된 한씨의 아내 이름은 정○○씨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라며 “본인이 정말 아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씨는 주민센터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가고 나서야 수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정씨는 지난 2월5일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한거희 대표가 회사 업무에 필요하다고 해서 수감증명서를 두 번 떼다줬다”며 “그때마다 서울구치소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 직원이 언급한 다른 이름은 이○○씨다.

4년 수감생활 하고 나왔더니…
가족 잃고 돈 잃고 ‘엉망진창’

지난달 1월19일 서울 청담동의 한 사무실서 만난 한씨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내 아내로 등록돼있고 진짜 아내(정씨)는 그 여자(이씨)가 누구냐고 묻고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구치소 입소 당시 한씨가 직접 작성한 수용기록부 가족사항란에는 아내 이름이 정씨로 기재돼있다.


그는 “2011년 초 아내 정씨가 서울구치소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두 번 제출한 일 말고도 최소 6차례에 걸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2013년 7월 경주교도소 정기재심 과정에서 분류심판관으로부터 가족관계를 확인받던 중 “두 사람(정씨와 이씨) 가운데 누가 진짜 부인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자리서 그는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2014년 5월 천안개방교도소서 귀휴심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씨는 “몇 번을 요구해도 수정되지 않아 직접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전산 수용기록부에 기재된 본인(한승희)의 처(정씨) 외 아내로 등록돼있는 사람(이씨)의 신상정보를 천안개방교도소 측에 요구했다.

회사 전 직원
아내로 둔갑

2014년 5월 천안개방교도소 측이 공개한 내용에는 한씨의 아내가 정씨가 아닌 이씨로 나온다. 이씨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제외한 주소나 주민번호, 등록일자에 대해서는 ‘기록없음’으로 적혀있다. 

해당 정보를 근거로 한씨는 대리인 변호사를 통해 서울구치소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누가, 언제, 무엇을 근거로 이씨가 자신의 아내로 등록된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2014년 6월 서울구치소 측은 “2010년 10월19일 신상정보 입력담당자 박○○ 교사가 (한씨의 정보를)등록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오랜 기간의 경과로 당시 등록 경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며 “다만 접견예약자 등록 과정서 단순 착오에 의해 오등록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서울구치소 측은 “가족사항 오등록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다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그 사이 가족은 이미 파탄 상태였다.

의문점은 한씨의 아내라고 기입된 이씨의 정체다. 

한씨는 면회 온 아내 정씨가 ‘이씨는 대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이름이 비슷했던 자신의 담당 검사로 착각할 만큼 그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러다 한씨가 출소 후 확인한 결과 이씨는 뉴보텍 경영지원본부에 근무했던 직원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수용기록부에 한씨의 아내로 잘못 기입된 여성이 공교롭게도 뉴보텍 전 직원이었다는 것. 

한씨는 “2014년 10월13일 출소해 이씨에 대한 정보를 찾았고 11월20일 만났다”며 “그 자리서 자초지종을 물었고 이씨는 다음날(21일) 모든 사실을 알려준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오지도 않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본인도 해당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답했다. 

1월31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씨는 “뉴보텍을 그만둔 후 교도소서 전화가 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무척 황당했다”며 “한씨와는 당연히 아무 관계도 아니다”고 말했다. 뉴보텍 비서실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 전 직원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거듭 놀라운 점은 한씨의 1심 재판을 맡고 있던 변호사 역시 뉴보텍 고문변호사였다는 사실이다. 

한씨는 “1심 변호사 양종관씨가 뉴보텍 고문변호사인 줄 그때는 전혀 몰랐다”며 “양 변호사는 형이 소개해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뉴보텍 내부 사정에 밝은 익명의 관계자는 “양 변호사는 2009년 한거희 대표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뉴보텍 고문변호사가 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인감은 왜?= 황당한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씨의 주민등록은 수감기간 중인 2011년 5월20일 재등록됐다가 같은 해 9월5일 거주불명 등록 상태가 됐다. 2011년 5월25일 그의 인감이 바뀌었고, 같은 날 인감증명이 5부 발급됐다. 


6월3일에는 누군가 그의 주민등록초본 2부를 떼어갔다. 한씨는 약 4개월 사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여러 번 바뀐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양 변호사가 보낸 서신을 통해 전입신고를 한 게 한 대표라는 점만 파악한 상태였다. 양 변호사는 2011년 5월20일 “형님께서 한승희님의 주소를 형님 주민등록 내 동생으로 전입신고를 해 두었다고 합니다. 한승희님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형님 집 주소와 일치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신을 한씨에게 보냈다.

한씨는 사실 확인을 위해 출소 후 서울 관악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자신의 주민등록 재등록‧전입‧거주불명 등록 등이 누구에 의해 이뤄졌는지, 2011년 5월부터 9월 사이 인감‧초본‧등본 등 자신의 개인증명서 발행 여부와 신청자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형수가 인감을
특허권 때문에?

관악구청은 청구 내용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는 점을 들어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한씨는 “나도 모르는 새 내 개인정보가 난도질됐는데 그 행위자가 누군지 당사자가 확인을 못하는 게 어이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수차례의 정보공개 청구 끝에 그는 정보의 일부가 공개된 서식을 받아볼 수 있었다. 주민등록 재등록, 거주불명 등록 신고서였다. 해당 신고서는 성명, 주민번호, 세대주와의 관계 등 신고인의 신상정보가 검게 지워져 있었다. 다만 세대주는 한 대표로 돼있다.

한씨는 전북 순창으로 주소 이전까지 하면서 떼어본 인감대장을 통해 자신의 인감을 변경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1년 5월25일 서면 신고를 통해 한씨의 인감 변경 신고를 한 사람은 김○○씨. 한씨의 형수, 즉 한 대표의 아내였다.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이 인감을 변경할 경우 그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일반적으로 복역이나 징집 등 대통령령이 정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본인이 직접 변경 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대리인이 인감을 변경하려면 서면신고용 인감 변경 신고서, 사유 입증 서류, 보증인 1명의 인감이 필요하다. 이때 보증인은 대리인과 동일한 사람이면 안 된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아버지도 안 믿어줘

특히 수감자의 인감을 대리인이 변경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직인이 찍힌 수감증명서는 물론 서면신고서 여백에 수감자 본인의 무인 날인과 교도관 서명이 있어야 한다. 한씨는 “내 인감을 바꾸기 위해 아내에게 수감증명서를 떼오라고 한 것 같다”며 “수감돼있는 동안 인감이 바뀌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인 날인을 한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이한 점은 5월20일 작성된 한씨의 주민등록 재등록 신고서에 5월25일 김씨가 변경한 인감도장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한씨는 “양 변호사가 전입신고와 관련해 서신을 보낸 2011년 5월20일은 금요일이다. 수감자는 서신을 바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그 다음 주 월요일에야 내용을 파악했다. 그때서야 전입신고에 대해서 확인했을 뿐 주민등록 재등록은 물론 인감 관련 내용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한씨의 인감을 바꿨을까.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양도 절차를 진행할 때는 권리이전 등록신청서와 양도인의 인감 날인이 된 양도계약서가 필요하다. 여기에 발급일로부터 6개월 이내의 인감증명서를 준비해야 한다.

실제 2011년 6월경 한씨가 권리를 가지고 있던 다수의 특허권과 디자인권이 뉴보텍으로 ‘권리의 전부 이전 등록’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씨가 2005년 12월23일 출원한 ‘다관절 자유곡관을 구비한 오수받이 장치’의 권리가 2011년 6월23일 뉴보텍으로 양도된 식이다. 이렇듯 특허권 4개, 디자인권 5개 등 확인된 것만 총 9개 물품에 대한 권리가 2011년 6~7월 사이에 뉴보텍으로 이전됐다. 같은 해 9월에 그는 거주불명 등록자가 됐다.

한씨는 2015년 9월30일과 지난 2월13일 특허권 권리 변경에 대해 뉴보텍의 소명을 요구하는 최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발송했다. 

그는 “특허권의 권리 이전과 관련해 양도 또는 사용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한 사실이 없다”며 “어떤 사유로 권리가 이전됐고 그 과정서 필요했을 인감증명과 그 발급자, 발급 경위, 발급에 따른 위임사항 등에 대해 10일 이내에 소명해달라”고 뉴보텍에 요구했다. 

한씨에 따르면 뉴보텍은 2015년 9월에 보낸 최고서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고, 2월에 보낸 최고서는 아예 ‘수취거절’을 한 상태다.

내용증명 보내도
전혀 답변 안 해

한씨는 “다른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 다 3류 막장드라마라고 한다. 심지어는 아버지조차 내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아 이 많은 자료를 모았다”며 서류뭉치를 들어 보였다.

그는 “4년 수감생활을 하고 나왔더니 고향(전북 순창)에선 천하의 사기꾼, 아내에게는 바람피는 난봉꾼이 돼있었다”며 “내 명예, 권리, 재산 등 형에게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아 딸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뉴보텍 측 입장은?
“동생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

-한거희 뉴보텍 대표가 한승희 전 뉴보텍 대표의 아내(정○○씨)에게 수감증명서를 요청한 이유는?
▲요청한 사실이 없다.

-2011년 6월 한승희 전 대표 앞으로 돼있던 특허권이 뉴보텍으로 권리 양도된 이유는?
▲당초 한 전 대표가 권리자로 돼있던 특허권은 뉴보텍 연구 인력의 노력과 비용으로 발명했다. 특허출원을 하면서 대표이사였던 한 전 대표 개인 명의를 사용한 것에 불과할 정도로 특허권리 등은 뉴보텍에 있다. 한 전 대표에게 어떤 실질권리가 있던 것도 아니다.

개발, 출원, 유지에 필요한 모든 비용 역시 뉴보텍이 부담해 왔다. 한 전 대표가 뉴보텍에 1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히고 장기간 수용생활을 하다 보니 회사 측이 특허권 행사 및 유지를 위한 비용 납부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김○○씨(한거희 대표 아내)가 한승희 전 대표의 인감도장을 바꾼 이유는?
▲2011년 5~6월경 정재원‧한거희 대표이사, 우석배 부사장 등이 한 전 대표가 수용돼있던 구치소를 방문 면회해 한 전 대표 명의로 형식적으로 등록돼 있던 특허권과 디자인권을 뉴보텍으로 이전 등록의 필요성과 협조를 구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특허권을 이전 등록하는 데 동의했고 이에 필요한 서류작성, 발급 권한 등을 모두 포괄적으로 위임하면서 수감증명서 발급도 동의해줬다. 또 인감을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없다고 해 교부받은 수감증명서를 통해 인감변경 후 정당하게 특허권 등록 명의를 바꿨다.

또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진행된 재산 명시 사건에서 한 전 대표가 작성해 제출한 재산목록에도 특허권과 디자인권 등 자기 재산이 없다고 한 사실이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 전 대표는 2012년 증권거래법위반,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조세범처벌법위반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사람으로 뉴보텍에 큰 손해를 끼쳤다.

뉴보텍이 민사 청구를 해 확정된 서울중앙지방법원 손해배상 지급명령 결정문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2018년 3월8일 현재 241억원의 채무금액을 가지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를 당사에 변제하지 않고 있으며 연락 또한 두절돼 뉴보텍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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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