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발 법조 게이트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09 16:04:59
  • 호수 1156호
  • 댓글 0개

변호사 한명이 절대권력 휘젓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이 좌불안석이다. 검사가 수십억원대 탈세로 조사 중인 일개 변호사에게 수사 자료를 건넨 정황이 드러났다. 평검사 선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법조계 평가다. 윗선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사건은 검찰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서울고등법원 감찰부(이성희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최인호 변호사를 지난달 23일 구속 기소했다. 최 변호사는 과거 대규모집단 소송을 대리하며 막대한 수익을 챙긴 뒤 차명계좌에 나눠 보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십억원대의 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초임 검사가?
윗선 지시 가능성

최 변호사는 공군비행장 소음 피해 집단 소송을 전문으로 하며 고액의 수임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대구 북구 지역 주민 1만여명이 대구공군비행장(K-2) 전투기 소음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을 대리해 2010년 최종 승소 판결을 이끌었다. 

최 변호사는 주민들에게 줘야 할 지연이자 등 개인 빚을 갚거나 주식투자 등 사적으로 쓴 혐의로 수차례 수사 끝에 지난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게이트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최 변호사가 공군 비행장 소음 소송서 승소한 142억원 중 일부를 빼돌려 ‘홈캐스트’에 투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닥 상장사인 홈캐스트는 회사 전·현직 경영진과 시세조종꾼 등이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뻔했던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홈캐스트 수사에 참여했던 수사관이 내부 수사정보를 유출한 의혹 등으로 구속되면서 새 국면으로 돌입했다. 

이 과정 현직 검사들이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홈캐스트 수사 당시 사건 관련자를 비호한 인사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했다. 
 

감찰부는 수사 정보를 피의자인 변호사에게 건넨 혐의로 춘천지검 소속 최모 검사와 부산지검 서부지청 소속 추모 검사에 대해 지난달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최 검사는 평검사였으며 추 검사는 초임 검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 변호사 측과 가까운 검찰 윗선의 지시로 수사 기록을 유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차례 수사에도 무혐의 결론
수사 정보 빼내준 검사들 긴급체포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추 검사 측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수사자료를 일부 확보했다. 검찰은 구치소 접견 녹음파일 100개 안팎과 인터넷 서신기록, 전과조회서 등이다. 

유출된 수사 정보는 최 변호사가 사기 혐의로 고소한 옛 동업자 조모씨의 진술 조서 등이었다. 이를 통해 최 변호사는 형사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었고 조씨는 결국 유죄가 확정돼 수감 중이다. 


현재 검찰은 유출경위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 정보유출이 추 검사 초임 시절 이루어짐에 따라 윗선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배후를 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 조력자 도움 없이는 최 변호사 측에서 이런 민감한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시 서부지검에 있던 추 검사의 상관은 물론 최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검찰 관계자까지 조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최 검사는 2016년 서울남부지검 재직 때 코스닥 상장사인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사건 관련 수사정보를 최 변호사 측에 흘리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속된 수사관 중 1명과 홈캐스트 수사를 함께한 지휘검사였다. 감찰부는 해당 수사관이 뒷돈을 받고 홈캐스트 관련 수사기록을 관련자에게 넘겨주는 과정서 최 변호사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부는 추 검사와 최 검사가 최 변호사 측에게서 금품을 대가로 받고 편의를 봐준 것인지 조사했으나 아직 금품 수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감찰부는 두 사람의 혐의에 대해 “지난해 12월 검찰 수사관 2명을 구속 기소한 뒤 관련 사건을 감찰하는 과정서 확인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24일 추 검사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수사 경과와 체포 경위에 비춰 긴급체포에 필요한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도망과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공판 연루
모두 수사선상에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검찰 고위 간부 등의 사건 연루 의혹을 규명하려는 검찰의 수사계획은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윗선에선 좌불안석인 건 마찬가지일 터. 

먼저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A지청장이다. 

그는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연수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3∼2014년에는 서울서부지검서 최 변호사 사건을 수사했던 부서의 부장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A지청장은 추 검사를 1년간 데리고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수사 과정서 추 검사는 “2014년 하반기 서울서부지검서 근무할 당시 최 변호사를 잘 봐달라”는 A지청장의 전화를 받고 최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녹음파일 등 수사 자료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지청장이 추 검사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서울서부지검서 추 검사의 상관으로 근무하다 다른 지방검찰청으로 옮긴 뒤였다고 한다. 사법연수원 동기인 A지청장과 최 변호사는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은 A지청장을 상대로 최 변호사에게서 사건 관련 청탁을 받았는지, 두 사람 사이에 금전 관계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최 변호사는 지청장보다 직급이 높은 검찰 고위 관계자와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로비를 한 의혹도 나와 검찰이 수사 중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 변호사가 자금 세탁을 거쳐 법조계 금품로비 등으로 사용된 돈이 10억원에 달했다. 이 돈 가운데 일부가 검사 인사로비 명목으로 법조계 고위인사에게 전달된 단서가 포착돼 수사결과에 따라 제2의 정운호 법조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봐주기 의혹에 전방위 로비 의혹
최소 20명? 초대형 사건 비화 조짐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세탁이 된 돈의 종착지가 어딘지 수사 중이다. 앞서 최 변호사 고소로 구속된 조씨가 기소돼 수사와 재판을 받을 당시 조씨 회사로 유입된 최 변호사 측의 돈 가운데 10억여원의 사용처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검찰과 최 변호사는 법정서 이 돈을 조씨가 빼돌려 은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씨는 최 변호사 지시로 세탁한 현금을 최 변호사에게 대부분 전달했는데 자신만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맞섰다. 결국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채 수사는 종결됐고, 검찰은 이 돈까지 조씨가 최 변호사를 속이고 빼돌린 것으로 보고 범죄금액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고소인인 최 변호사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수사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가 “최 변호사가 투자한 돈은 그의 지시를 받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검찰은 ‘양심적인 법조인과 재력가가 그럴 리가 없다’는 취지로 무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는 자신이 구속되기 열흘 전인 2014년 5월21일 최 변호사가 돈을 빼돌린 사실을 언급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대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조씨는 “회장님(최 변호사)에게 주장하고 싶은 것은 회장님이 임의로 사용한 게 6억이다. 테니스장서도 3억을 봉투에 담아 차에 실어줬고”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당시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고 “받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돈의 사용처와 관련해 최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현직 검사의 인사로비 용도로 법조계 고위인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검사 인사발표가 나기 1주일 전인 2014년 1월4일, 박근혜정부 유력인사와 서울의 테니스장서 직접 만난 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전화 상대방에게 “잘 마무리됐으니 조만간 결정될 거다. 아마 공안 쪽이나 법무부 쪽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날은 조씨가 최 변호사 지시로 현금 3억원을 테니스장으로 갖고 가서 최 변호사 차량에 실어준 날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권 핵심인사도?
리스트 존재하나 

대검찰청은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최 변호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진정이 제기되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대검찰청은 지난해 11월 서울고검에 재수사를 지시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도록 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팀장인 손영배 부장검사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특수통 중에서도 에이스로 분류되는 손영배 부장검사가 수사에 투입된 뒤 수사관 2명, 현직 검사 2명의 신병이 확보되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