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파워’ 유준상의 끝나지 않은 도전기

“나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일요시사=서형숙 기자]39세라는 젊은 나이로 11대 국회에 입성해 14대까지 내리 4선을 역임한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그는 6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마라톤에 입문해 전문선수들도 힘들다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100km를 완주해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데…. 뜨거운 열정으로 똘똘 뭉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도전정신 충만한 유 상임고문을 <일요시사>에서 만나보았다.

“나에게 포기는 곧 실패” 100km 마라톤 완주
페이스북에 푹 빠져…4개국어 도전 ‘열공모드’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치는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도 바쁘게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롤러경기연맹의 회장으로서 최근 롤러 종목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종목에 정식 채택되게 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도 ‘르네상스시대’가 열리도록 도전하는 중이다. 그는 또 2011여수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개최 준비로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삼복더위 속에서 서울과 여수를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으로 IT보안전문인력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남도일보 회장으로 언론발전을 견인하고 있으며, 틈틈이 건국대와 고려대에 초빙교수로 강의도 진행한다. 현재 한나라당 상임고문인 그는 지금도 예전 현역 국회의원 때 못지않은 활발한 정책제안활동도 펼치고 있다.

65세쯤 마라톤에 입문한 그는 현재 ‘마라톤 전도사’가 되어 주변사람들에게 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해 전문 마라토너들도 힘들다는 100km를 완주한 헌정사 최초의 ‘마라톤 정치인’이기도 하다.

유 상임고문은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에 푹 빠져 소통과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으며, 내친김에 4개국어를 구사해 언어장벽을 허물겠다는 목표까지 설정하고 ‘열공모드’로 돌입한 상태다.

수십개의 직책에 맞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유 상임고문. 그는 오랜 정치인 생활 가운데서도 단 한 번도 부정부패사건에 연루된 일이 없다는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는 “내 인생이라는 마라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뜨겁게 달리고 있는 중이다”며 “잠을 자고 꿈을 꾸는 동안에도 달릴 정도로 나의 도전은 브레이크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굉장히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다. 요즘 근황은?
▲ 롤러경기연맹 회장으로서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열리는 2011여수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조직위를 여수에 두어 주말이면 내려가서 체크하고 주중에는 서울에서 메일과 전화로 진행하고 있다. 참가국은 40개국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선수, 스텝 등 참가인원은 700~800명 정도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25명의 국가대표선수들도 막바지 훈련 중에 있다. 현재는 대회 준비 마무리 단계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끈기와 인내심 갖고 뛰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라톤에 도전한 계기는?
▲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65살쯤 주위의 권고로 마라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2~3km뛰기도 힘들었다. 마라톤 마니아들의 조언을 참고해서 일주일에 3~4번씩 뛰면서 차례로 3, 5, 10km에 도전했다. 그러다 2007년 11월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에서 42.195km를 뛰어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지금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걷고 뛰는 것이 생활화 되었다.

- 마라톤 완주의 비법이 있는가?
▲ 일반적으로 마라톤하면 무조건 힘들고 무릎 인대 나갈 걱정들을 하는데 자기에 맞게끔 뛰면 된다. 이봉주나 황영조처럼 뛰면 안 된다. ‘유준상식’대로 나한테 맞춰 뛰고 걸으면 완주할 수 있다. 일주일에 3~4회 정도 반복해서 자기식대로 걷고·뛰기를 반복하면 10km부터 풀코스까지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의지의 문제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 할 수 있다. 뛰면 즐거움이 생기고 건강이 좋아지며 나아가 에너지가 넘치고 일상생활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누구나 한 번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 뛰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 결국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빨리 출발한다고 해서 빨리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늦게 출발한다고 해서 늦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에너지 배분으로 꾸준한 연습만이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포기해 실패하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이라 생각해 이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과 끈기 인내심을 가지고 뛰었다.

-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자주하는 것 같다. 유 상임고문에게 SNS는 어떤 의미인가?
▲ 한국정보기술연구원장이 된 후 여기에 관심 가져 페이스북을 작년 7월부터 시작했다. 요즘에는 페이스북에 푹 빠져서 나이와 직업, 국적을 불문하고 각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급변하는 SNS시대에 맞게끔 나이에 관계없이 활동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와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요즘 나는 주변 사람들 모두와 페이스북으로 소통한다. 또 페이스북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는 좋은 얘깃거리로 대화하며 내가 모르는 세상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어 나이를 잊고 젊게 산다.

-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신다던데?
▲ 국제적 스포츠행사를 앞둔 만큼 스포츠용어, 식사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원래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했지만 지금은 언어를 안 써 거의 잊어버려 다시 공부 중이다. 또 스페인어도 독학 중이다. 이렇게 4개국어를 2012년 말까지 생활에 불편함 없을 만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목표다. 이로 인해 SNS와 외국여행을 통역없이 할 생각이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지 남이 해주는 것은 별 의미 없다.

“한나라 총선승리 위해 ‘공천권’ 혁명적 쇄신 필요”
“국민이 믿을 수 있는 항해사가 되어 노 저어야”

- 과거 야당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냈고 지금도 활발한 정책활동을 펼친다고 들었다.
▲ 민주당과 신민당 정책의장을 했었다. 당시 김대중 총재가 나를 정책위의장에 임명했다. 이에 내가 처음으로 야당인 우리가 주장하는 정책의 내용과 필요성 등 언론홍보를 위해 ‘정책뉴스’라는 것을 발간했다. 지금도 역시 정책을 제안중이다. ‘IT분야 사이버 전사 육성’과 ‘종이없는 그린 민원시대’ 그리고 ‘재외국민 인터넷 투표실시’ 등을 제안한 상태다.

- 재외국민투표의 경우 보안문제와 비밀투표 불가능, 조작가능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네트워크 보안기술과 공인인증서 기술 그리고 익명화 기술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의 보안을 제공할 수 있다.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기술도 인터넷 및 정보시스템과 통합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또 이미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지역별로 인터넷 투표를 병행하고 있다. 내년 선거철을 앞두고 재외국민투표부터라도 인터넷 투표시범의 장으로 먼저 실시해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에 500억이 들지만 인터넷 투표로 50억이면 가능해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이며, 공간제약이라는 불편함을 해소해 투표율도 훨씬 높일 수 있다.

- 제안하신 정책 중 사이버 전사 육성이란?
▲ 농협, 현대캐피탈 등 디도스 공격에서 보았듯이 자료유출 및 전산망 해킹으로 서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나라가 IT 최대 강국임에도 보안에 대해서는 취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현재 보안기술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은 보안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여기엔 지속적인 투자와 정부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국내외 최고의 강사들과 우리 연구소 자체 연구원들을 뽑아서 체계적인 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준비 하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보안고급인력의 메카가 될 것이다.

“당의 혁명적 쇄신과 변화
삼고초려해서 인재 찾아야”


- 11대 총선에서 39세라는 젊은 나이로 국회의원이 되어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들었다.
▲ 고려대 시절 64년도 4‧19혁명 이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많이 관심을 가질 때라 학생운동을 했었다. 당시 정의와 민주화, 인권 등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회사생활하면서도 선배들과 대학생 참관인을 만들어 공명선거캠페인에 동참했다. 당시 보성 이중재 의원 선거를 도왔고, ‘김대중내란음모사건’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자였던 내가 이 과정에서 자금을 대지 않았나 하는 의혹 등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회사에 강제 사표를 쓰게 됐다. 이후 직장생활을 못해서 해동유조주식회사 대표이사도 지냈고 사업도 하며 고생도 많이 했다. 이어 젊음과 패기로 보성에 출사표를 던졌고, 호남출신으로는 최연소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 김 전 대통령과 갈라선 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당시 지지를 선언했고, 이로 인해 MB정권 초 마사회장에 내정되었다고 들었다.
▲ 공천 탈락 후 4년간을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했다. 돌아온 후 1997년 당적은 한나라당에 속해있었다.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 당선되었고, 나와 동기동창이고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사회장 이야기는 당시 나는 전혀 몰랐고 공채 신청도 안했다. 훗날에야 나를 배려해주려 했다는 것을 듣긴 했다.

-호남 장성 32명을 한나라당에 입당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나는 지난 대선 당시 문일석 전 국방부차관,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필수 전 보안사령관  등 호남 장성 32명을 한나라당에 입당시켜 MB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들은 호남인사로서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입당해 MB 대통령 당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하지만 그들이 정권창출에 큰 기여한 것에 비해 만족할 만한 보답을 못해 나는 항상 빚쟁이 같은 무거운 심정이다.

- 현 정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들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에서 경제인 출신 이명박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줬다. 경제라는 것은 대통령의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가 점차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어 그런 점을 감안하면 경제·외교분야를 악조건 속에서 대체적 성공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정치부분에서는 근본적으로 공천부터 잘못됐다. 65세 이상의 3선의원과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다수 공천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당내 화합과 결속력이 떨어지고 갈등의 소지를 안겨줬다. 국회라는 것은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어른이 있어야 하고 이들이 젊은피와 섞여 화합을 이루었어야 했다.

-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패배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야 한다. 헛군데 긁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안된다. 버스 지난 후에 손 흔들면 소용없다. 지금부터라도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 혁명적 혁신적 쇄신과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또 한나라당이 살려고 하면 공천을 잘하면 된다. 전문가가 필요하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사람을 찾고 진주를 찾아야 한다. 산골에 있는, 절간에 있는, 또 해외에 있는 사람들을 두루두루 찾아 공천해야 한다. 그런 인재들을 뽑아내는 노력이 있으면 승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참패할 것이다. 이것은 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정당에 일생 바친
누가 봐도 영원한 정치인”

- 4선 의원을 지낸 정치 선배로서 한나라당 새 지도부에 조언을 하신다면?
▲ 지금 홍준표 대표와 젊은 최고위들이 의욕적으로 하고 있고, 치열하게 싸우고 토론하는 모습은 좋다. 다만 결론이 나면 지체 없이 시행해야 한다. 홍 대표가 당·정·청과 회의하며 소통한 것은 진일보한 모습이다. 또 민심이 어디 있는가 알고 민심을 이끌어 노를 저을 줄 아는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 안보도 튼튼히 하고 특히 부정부패에 주의해야 한다. 몇몇 미꾸라지가 강물을 흐릴 수 있듯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로 부패공화국의 이미지가 덧칠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투표에 대해서는?
▲지금이 시대의 가치는 정의라고 할 수 있고 분배와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야당의 주장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무상급식으로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재정상태상 세금폭탄의 우려가 있어 단계적으로 무상급식하자는 주민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세론이, 야권에서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망론이 불거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지금은 대선에 대해 아무도 예단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적 지지 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이 화합해 끝까지 하나로 갈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야권은 손학규 대표가 있고, 유시민 대표도 있다. 또 문재인 대망론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후보단일화를 낼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변수가 될 것 같다. 이렇게 갔을 때 그 승부라는 것은 겨우 40-50만표 즉 2~3% 차이로 박빙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외국민의 240만 표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실 예정인지?
▲ 나는 영원한 정치인으로 ‘포기는 실패다’라는 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그래서 지금도 뜨겁게 달리고 있다. 꼭 국회의원뿐만이 아닌 기회 있으면 더 큰일을 하고 싶다. 희망만 가지고 되질 않기 때문에 부단히 내 자신을 수련하고 지금도 달리고 있다. 때문에 늘 새로운 도전이라면 어떤 도전이든지 할 것이다.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프로필

▲1981~1996 제11~14대 국회의원
▲1987 국회 민주당 수석원내부총무
▲1991 신민당,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1993~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1997~현재 일본 와세다대 아태연구센터 국제자문위원 
▲1998~2004 한나라당 21세기 위원회 위원장
▲2006~2008 건국대학교 초빙교수
▲2006 한나라당 중앙당 상임고문
▲2006~ 좋은나라포럼 상임대표
▲2008~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회장
▲2009~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2009~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2009.09~ 남도일보 회장
▲2010.07~ 제9대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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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