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1) 침략

설날을 망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막리지 대감, 소식 들으셨습니까?”

연개소문이 설날을 맞아 집에서 가족들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중에 선도해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방문했다.

“무슨 일인데 표정이 그러시오.”

연개소문이 주변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살피고는 한쪽으로 이끌었다.

또 쳐들어오다


“당나라 군사들이 다시 침략해오고 있다 합니다.”

“설에 말이오?”

“오랑캐 놈들이 설의 개념이나 알까요?”

“하기야, 여하튼 이세민 이놈!”

연개소문이 가볍게 혀를 차며 저만치에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딸 추선이 근심스런 표정으로 연개소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제가 단란한 시간 방해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그런 말씀이 있소. 그래 이세민이 직접 온답니까?”


“이세민의 경우 지금도 그렇지만 향후 그 몰골로 직접 전투에 참여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무위장군 설만철이 청구도행군대총관으로 우위장군(右衛將軍) 배행방을 부총관으로 삼아 진군해오고 있다 합니다.”

“이세민이라, 거참.”

연개소문이 갑자기 혀를 찼다.

“왜 그러시는지요?”

“내 그처럼 명이 긴 놈 처음 보았소.”

말을 하며 능청스런 표정을 짓자 선도해가 가볍게 웃어넘겼다.

“여하튼 설만철인가 하는 그 놈은 수군 아닙니까?”“그런 연유로 바다를 건너 압록수로 올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놈들이 박작성을 통과해야 할 텐데.”

“당연히 그리하겠지요. 하오나.”

“말해보시오?”“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이오?”

“당태종 본인이 대군을 이끌고 친정에 직접 참여해도 박살났고 지난해 당태종을 제외한 육군과 수군의 주력군들이 침범했을 때도 혼쭐 난 놈들이 겨우 수군만으로 공격을 감행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지난번과 같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소.”

“그러면 이번에도 우리를 유인하여 당나라 영토로 끌어들여 궤멸시키겠다는 발상인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행동이 가능하겠소? 우리도 그놈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루지 않았소.”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그런데 박작성의 방어체계는 어떠하오?”

“당에 있는 세작이 보낸 전서구에 의하면 대형 함선에 당 병력 삼만여 명과 여러 대의 전함이 출발했다 합니다. 그런 경우 수성만하자면 박작성 자체로 가능하지만 당군을 섬멸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연개소문이 가만히 당의 전력을 되뇌었다.

“그곳 성주는 누구요?”

“소부손이라고 전투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야 당연하겠지요. 국경 전면이 아니니.” 

연이은 패배에도 바다 건너 침략
고문 급파하다…한발 늦은 연정토

“그래서 지원군을 파견해야 하지 않을는지요?”

“지원군이라.”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연개소문이 하인을 불러 고문 장군에게 급히 궁궐로 들라 전하라 하고는 선도해와  궁으로 이동했다.

“두 분을 뵈니 신년 하례는 아닌 듯하고…….”

“번거롭게 해드려 송구하옵니다, 전하.”

“무슨 일입니까?”“당나라 놈들이 내주에서 압록수를 향해 출발하였다 하여 급히 보고 드리고자 찾아뵈었습니다.”

“당나라 군사들이오!”

“그것도 정월에 말입니다.”

“혹여나.”

“마저 말씀하시지요.”

“정월 분위기가 걱정되어 그럽니다. 오랑캐들이야 정월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도 우리 고구려는 그들과 다르니 말입니다.”

“이미 그들의 행적을 알고 있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듯합니다.”

보장왕이 고개를 끄덕이는 중에 고문 장군이 늠름한 체구로 당당하게 들어섰다.

“전하, 신년을 하례 드리옵니다.”

“어서 오시오, 고문 장군.”

보장왕과 연개소문에게 인사한 고문이 곧바로 선도해를 주시했다.

“책사, 무슨 일이기에 소장을 부르셨습니까?”

고문의 모습을 주시하던 연개소문이 소리 내어 웃자 고문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문 장군을 보면 말이야, 내 동생인 연정토와 어찌 그리 흡사한지.”

“연정토 장군과요?”

보장왕과 선도해가 눈을 맞추며 웃음을 터트렸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우직하면서도 급한 성질하며.”

“영광입니다, 책사. 그런데…….”

“장군의 설을 망치고자 이리 불렀소.”

선도해가 말을 하면서 연개소문을 주시하자 고문 역시 시선을 연개소문에게 주었다.

“장군이 수고 좀 해주어야겠소.”

“하시라도 명령 내려주십시오, 막리지 대감. 바로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연개소문이 보장왕을 주시했다.

“전하, 당나라 놈들의 침투에 대비하기 위해 고문 장군을 현지로 급파하려 합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그저 고문 장군에게 송구할 뿐이지요. 쉬지도 못하고.”

고문이 선도해를 주시하자 당군의 침공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래서 고문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박작성을 후원하라는 이야기요.”

“전하, 그리고 대감!”

막 고문이 입을 열려는 순간 선도해가 먼저 보장왕과 연개소문을 주시했다.

“왜 그러오?”

“중앙군을 이끌고 가는 것보다 근처에 있는 성에서 군사들을 징발해 가는 편이 이로울 듯하옵니다.”

모두의 시선이 선도해에게 쏠렸다.

“비록 압록수지만 이곳에서 그곳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닙니다. 아울러 가까이 주둔해 있는 병사들로 하여금 그 일을 대신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았으면 합니다.”

연개소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는 자신의 무릎을 쳤다.

“역시 선 책사요. 매번 중앙군이 먼 거리를 이동하느니보다 박작성 가까이 있는 병사들로 하여금 지원토록 하여 유기적인 연계도 구축하고 말입니다.”

“어차피 적의 규모가 크지 않다면 굳이 이곳에서 중앙군이 움직일 필요는 없지요.” 

선도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중에 연정토가 급하게 들어섰다.

“집에서 쉬지 않고 어인 일이냐?”

유기적인 연계

“당나라 놈들이 다시 침공한다는데 한가하게 쉬다니요!”

“그래서?”

“당연히 제가 출정해야지요. 그놈들 아예 박살내서 다시는 고구려를 넘보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개소문이 동생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모든 사람들을 번갈아 주시했다. 

그를 신호로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영문을 모르는 연정토가 고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면 고문 장군으로 하여금.”

“자네가 늦었네.”

연개소문의 말에 연정토의 표정이 급격히 난감하게 바뀌어갔다. 급기야 고문을 원망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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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