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평창 손익계산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23 09:00:29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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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망하면 문재인만 ‘독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야3당의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때리기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세 개의 개별 정당이 하나의 당처럼 공조하는 모습. 정치권은 한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두고 ‘신 3당야합’의 전조라고 해석한다. 과연 어떤 실익을 위해 이념도 성향도 다른 세 개 정당이 뭉친 것일까. 또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청와대에 머물며 정부 부처와 참모진으로부터 보고 받았다. 그중에는 평창올림픽 준비 상황과 남북 실무회담 관련 보고가 핵심이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현 정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부 ‘올인’
정가 ‘딴지’

이날 남북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서 개최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북한 선수단·응원단 대회 참가 ▲마식령 스키장서 남북 스키선수 공동 훈련 ▲금강산 지역에서 합동 문화행사 진행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거듭나길 희망하고 있다. 대선 기간 공약 중 하나였던 평화올림픽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남북이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과정도 평화의 긍정적 신호라는 평가다. 남북은 10차례 접촉 끝에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평화의집서 북측 대표단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오시는 길은 편안하셨나.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천 차관은 “지난 고위급회담에 이어 그제(지난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도 원만하게 잘 끝났다”며 “북측의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참가가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위원장은 “날씨가 참 푸근하다. 일주일 만에 또 만나니까 반갑다”고 화답했다. 이어 “마치 6·15 시대로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2008년 이후 거의 10년 동안 사실상 북남관계가 차단됐고 대결 상태가 지속됐는데 그럴수록 우리 민족 겨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열리기를 고대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성공 북한에…대화 연결 심혈
내친김에 비핵화 위한 협의까지 유도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성공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도 나서도록 유도해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러한 대화를 고리로 ‘비핵화 대화’를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을 통해 첫 단추가 성공적으로 꿰진 셈이다.
 

그러나 야3당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남북 대화 노선을 일제히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의 평화올림픽 구상에 대해 “평양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면서 김정은의 위장 평화공세에 같이 놀아나고 있다. 남북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점을 상기시켜 문재인정부를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국당 내에서는 홍 대표와 함께 평창올림픽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성태 원내대표다. 두 사람은 ‘투톱’이라는 위치를 십분 발휘해 날카로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시동
“평양올림픽”

김성태 원내대표는 “평창 가는 버스가 아직 평양에 있다고 엄포를 놓는 북한에 제발 와주십사 구걸하는 것도 모자라 정부는 일찌감치 태극기를 포기하고 한반도기 입장을 공식화했다”며 “한마디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일시적 남북 화해와 북핵을 애써 외면한 ‘가상 평화’라는 자기 최면에 빠져 주최국이 주최국 국기를 내세우는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북한이 핵을 두고 자기과시에 빠져있는 이 마당에 올림픽을 갖다 바치며 평화를 구걸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공세를 통해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 집결 ▲당내 홍준표 체제 공고화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평화 노선을 북한 퍼주기로 규정함으로써 보수 지지자들의 호응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실제 국민들 중 과반에 가까운 수가 문 대통령 평화 노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기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0.5%로 집계됐다. ‘기타 방안’은 4.1%, ‘잘 모름’은 6.0%였다.

지방선거 승리의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지역서 56.2%가 한반도기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서울이 53.0%로 두 번째 높았다. 

이는 홍 대표가 가장 반길만한 소식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기 사용을 공격 포인트로 잡으면 지방선거 약세 지역으로 꼽혔던 서울서 반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내에서는 투톱의 대여 투쟁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제1야당으로서 필수적인 야성을 회복한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김 원내대표가 당선된 지 한 달여 동안 홍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한국당 지지율 상승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 딜레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2018년 1월 3주차 주중집계 결과 한국당은 17.9%를 기록, 전주대비 1.0%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홍, 네거티브로 내부 결집
안, 통합 띄워 시선 분산 
유, 뭘해도 손해볼 것 없어

평창올림픽에 대한 공세가 선거의 캐스팅보터가 될 중도성향 지지층을 흔들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투톱이 새로운 보수의 가치, 비전 제시 등이 아닌 평창올림픽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 지도부가 좌파나 종북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며 “워딩이 두 사람 모두 너무 강한 측면이 있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자들에게는 이 같은 말이 효과를 보겠지만, 중간(중도층)에게는 도리어 반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평창올림픽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안 대표는 최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기로 합의됐지만 그럼에도 북한이 인공기를 흔들면 우리는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태극기는 양보하면서 한반도기와 인공기만 사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어 안 대표는 “북측서 모든 경기에 한반도기를 써야 한다고 요구할 경우 어떻게 되느냐”라며 “그러면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태극기를 게양하지 못하고 애국가를 연주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안 대표는 문정부서 추진하는 한반도기 사용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평창올림픽서 우리나라 상징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전국민적 열망을 모아 유치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대표가 한반도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가 “우리나라 상징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한 대답은 ‘유 대표가 평창올림픽 한반도기 입장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홍준표 체제
공고해 진다

유 대표도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문정부가 추진하는 부분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유 대표는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원칙이 아닌 반칙을 하고 있다”며 날선 비판을 했다.

더 나아가 유 대표는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남북 합의 내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남북단일팀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남북단일팀은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명장면 연출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을 찾는 각국의 선수 대표단이 전부 금강산에 가서 전야제에 참석해야 된다는 뜻인가”라며 “이것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북한의 포석에 말려드는 것이라면 더욱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가 3번 이뤄졌는데 (문정부는)첫 회의 모두 발언서 비핵화 이야기를 꺼냈다가 북한에 야단맞은 것 외에는 비핵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지난 18일 가칭 ‘통합개혁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합당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양당 통합 반대파에게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당초 통합 반대파는 양당의 이념과 정책 노선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통합에 반대해왔다. 실제 지난해 말 양당은 예산 합의안에 다른 입장을 보이며 삐걱거렸다. 국민의당이 새해 예산안에 합의한 데 반해 바른정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시 유 대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면서도 잘못된 합의안에 서명한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산안 합의는 양당 통합의 가능성을 점치는 리트머스지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책연대협의체’를 가동, 예산안을 공조 고리로 정책연대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비교섭단체인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을 통해 예산안 협상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 바른정당이 예산안에 반대 당론을 정했는데 국민의당이 덜컥 합의 입장을 낸 것이다. 당장 정치권서 통합의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평창올림픽 정국을 지나면서 두 사람은 한마음 한뜻으로 문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과거 예산안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평창올림픽 때리기가 통합의 전조였던 셈이다. 두 사람이 이념 및 정책 노선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보여줬다는 게 실익이다.

그러나 사실상 통합 반대파의 탈당을 막지 못한 점은 손실로 평가된다. 대표적으로 안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는 이번 평창올림픽 정국을 통해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버린 모습이다. 두 사람은 연이어 입씨름을 벌이며 상대를 공격했다.

안 대표가 한반도기로 북한의 인공기 사용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자 박 전 대표는 ‘소아병적 트집’이라고 비난한 점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SNS에 “한반도기로 입장을 하더라도 메달 수여식에는 남북의 국기가 각자 게양되고 각자의 국가가 연주된다”며 “홍·안·유(홍준표, 안철수, 유승민)는 사실관계도 모르는 무식하고 소아병적인 트집으로 평화올림픽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평화올림픽을 묵사발로 만들려는 보수 트리오들의 발상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가치도 없다”며 안 대표를 홍 대표, 유 대표와 묶어 비난했다.

안-유 공조
통합 이끌어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안 대표와 유 대표의 통합 선언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두 사람의 통합 선언을 “보수패권 야합 선언”이라고 혹평했다. 

박 전 대표는 “홍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수구보수 선언을 했다”며 두 사람의 통합 선언을 평가했고,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대통합의 문을 여는 반호남 지역패권의 부활이자 남북 관계를 이명박근혜 시대로 되돌리려는 냉전 회귀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대표단 경호는?

경찰이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 대표단과 선수단을 위해 특별 경호에 나선다. 북 대표단 경호는 ‘근접 경호’ ‘숙소 경비’ ‘교통 경호’로 나뉜다. 

근접 경호의 경우 경찰관 60여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숙소 경비는 경찰관 기동대 2개 중대와 5개 의경 기동중대가 철통 경호에 나선다. 경찰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지난해 2월 테스트이벤트 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찰은 각국 선수단, 임원, 취재진 등 특별 안전 활동 대상을 5만여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에 대회기간 하루 평균 6000여명의 경찰인력을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또 고속도로 올림픽 전용차로 총 65㎞와 내부 연결도로망 80㎞ 구간에는 112순찰차와 불법 주정차 단속용 견인차 18대를 투입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 대표단의 규모와 숙소, 이동경로 등이 확정되고 통일부 등의 협조 요청이 있으면 보다 세밀한 경비·경호대책이 세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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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