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가려진 왕회장 제약사 미등기 총수 백태

돈만 챙기고 법적 책임은 일꾼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 오너 일가의 미등기 임원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권리는 누리고 싶고 의무는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그래도 변할 의지는 안 보인다.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따가운 눈총을 받는 업체들을 확인했다.
 

2013년부터 미등기 임원에 대한 연봉공개 의무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효됐다. 개정안은 5억원 이상의 대기업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에 대한 공시의무를 명문화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기업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부담스러워”
연봉 공개 때문?

그러나 기대감이 사라지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기업들이 올린 사업보고서에서 총수들의 연봉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는 반대로 대거 기업 오너 일가 경영인들이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려 자신의 연봉을 감췄다. 

이 같은 기조는 재계 상위 그룹부터 중견그룹까지 퍼져있다.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계연도 2016년 1월부터 12월 사이 1878개 전체 상장사 임원 1만1706명 중 보수가 공시된 임원은 총 694명으로 전체 임원의 5.3%에 불과했다. 


전체 사내이사 6375명 대비로는 보수가 공개된 임원은 10.89% 수준이다.

제약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인 2013년까지 등기임원이었으나 이후 등기임원에 물러났다. 

그러나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녹십자의 등기이사(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제외)는 4명이 있는데 1인당 평균 2억9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이들 가운데 개별 보수 공개 대상인 연봉 5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는 없었다.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5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경영대학원서 석사학위를, 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회사 생활은 1988년 한일시멘트서 이사로 시작했다. 1991년부터는 녹십자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긴 후 전 녹십자 회장이자 형인 허영섭 회장이 작고하면서 2009년 회장 직에 올랐다.

그는 녹십자를 1조원대 회사로 키웠다. 녹십자의 2016년 기준 매출액은 1조331억원 규모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93억원, 629억원 수준이다. 

그는 녹십자 지분 11만7173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 수준이지만 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이자 녹십자 지분 50.06%를 가지고 있는 녹십자홀딩스를 통해 녹십자를 지배한다. 녹십자홀딩스는 허 회장의 우호지분이 43.46% 달한다.


날선 비판에
미동도 없어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도 미등기 임원이다. 임 회장은 2014년 1분기까지 등기임원으로 있다가 같은 해 2분기부터는 미등기임원이 됐다. 이에 따라 2013년 임 회장의 연봉이 공개됐다. 

그의 당시 연봉은 8억4600만원이었다. 하지만 회장직은 계속 유지한 채 현재까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2014년 1분기 당시 등기임원은 총 5명이었는데 이들의 누적 보수 총액은 6억200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으로 환산하면 1억2000만원 수준이다. 한미약품도 녹십자와 마찬가지로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없다. 

임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미약품은 2016년 연결 기준 매출액 8827억원, 영업이익 26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02억원 수준. 전년에는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지분 5만7857주를 전 직원에게 증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도 했다. 1100억원 규모로 전 직원에게 증여하기까지 1년8개월이 걸렸다.

일동홀딩스 윤원영 회장도 임원 등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연결 기준 7951억원의 매출을 이끌었다. 현재 일동홀딩스의 지분 6.42%를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의 아들인 윤웅섭씨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씨엠제이씨가 지분률 8.34%로 최대주주 자격을 가지고 있고 윤 회장이 뒤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윤 회장도 다른 많은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전인 2012년까지 임원등기를 했다가 이듬해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했다. 그가 등기임원에 포함돼있던 2012년에는 총 5명이 등기임원이었는데 이들에게 총 16억7230만원의 보수가 지급됐다가 이듬해 15억7280만원으로 줄었다. 

2013년 이후 5억원 넘는 등기임원이 없다.

제일파마홀딩스 한승수 회장 역시 미등기임원이다. 제일파마홀딩스는 2016년 기준 6172억원 매출을 시현했다. 영업이익 93억원, 당기순이익 78억원 수준이다. 

제일파마홀딩스는 지난해 제일약품 등을 주력 계열사로 하고 제일헬스사이언스, 제일앤파트너스 등 4개 사업부분으로 구성된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현재 지주사인 제일파마폴딩스는 오너 3세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한상철 사장이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 승계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는 등기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도 
꼬박꼬박 배당

제일파마홀딩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한 회장이 27.3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이어 한응수씨가 6.91%, 한 사장이 4.66%, 한 회장의 부인 이주혜씨가 2.40% 등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2016년 기준 제일파마홀딩스의 등기이사는 총 4명이다. 이들의 보수의 총 합은 10억6842만원이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억6000만원 수준이다.
 

신풍제약 역시 오너 일가인 장원준 사장이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 사장은 신풍제약의 지분 5.12%를 가지고 있다. 그의 어머니 오정자씨는 11.95%의 지분율로 집계됐다. 

신풍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 42.75%를 가지고 있는 송암사다.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송암사는 장 사장이 최대주주로 돼있다. 현재 전문경영인 유제만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향후 장 사장이 회사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장 사장은 2004년 3월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따라서 그의 연봉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2016년 기준 등기이사는 2명이다. 보수총액은 3억3791만원이다. 1인당 평균보수액은 1억6895만원 수준이다. 최근 3개년 신풍제약의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4년 2095억원, 2015년 1854억원, 2016년 1822억원 등으로 실적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역시 미등기 임원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17년 9월30일 사업보고서 기준 임원 및 직원의 현황은 강신호 명예회장과 강정석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연봉 확인이 불가하다. 

2016년 기준 총 5명의 등기이사가 있는데 이들은 총 9억66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1인당 평균보수액은 1억9300만원 수준으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1년 매출은 7261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759억원, 1756억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경영자로서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 동아에스티 경영과 관련 2017년 8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현재까지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업종 불문하고 미등기임원이 문제가 되자 관련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연봉 5억원 이상을 받으며 회사 보수 상위 5위 이내에 들면 급여 내역을 공개하도록 했다. 또 일반 직원도 연봉 5억원 이상에 상위 5위 안에 들면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은 올해 공시하는 사업보고서부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숨겨왔던 총수들의 연봉 내역에 대해 눈길이 쏠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정안 시행
올해 다를까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총수들이 회사 실적과 관계없이 연봉을 챙겨가는 경우가 상당했다”며 “관련법 개정안에 따라 이들의 연봉이 공개되면 상식밖에 연봉 책정은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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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