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구상’ 띄운 문재인 노림수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10:32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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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잡고 미일 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평창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줄기가 흐르는 모양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 북핵 해결에까지 이르는 ‘평창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의 취임 2년 차 신년사를 통해 평창구상 노림수를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서 집권 2년 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남북 대화와 북핵, 한일 관계,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신년 기자회견
남 다른 소통

문 대통령의 새해 첫 기자회견은 각본 없이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미리 질문지를 나눠주지 않고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대해 즉석 답변해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소통방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년사에서 처음 언급된 부분은 경제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을 두고 “‘사람중심 경제’라는 국정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며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 삶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밝혔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노사정 대화의 장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혁신성장·공정경제에 대한 청사진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은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2000개의 스마트공장을 새로 보급해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경제에 대해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채용비리,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제천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로 국민들이 신음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안전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국민 안전을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규모 재난과 사고에 대해서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상시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세부적인 복지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 달부터 실시되는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24%, 오는 7월 시행예정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8600억 원 모태펀드 시중 지원, 연대보증제도 전면 폐지, 9월 시행예정인 기초연금 20만원서 25만원 인상 등을 언급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민생과 피부에 와 닿은 정책들을 신년사에 발표함으로써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정치권 최대 당면 과제인 ‘개헌’을 언급해 새로운 국정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며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기를 거듭 요청한다”고 밝혀 야당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으로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돼야 한다”며 “한반도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임기 중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구상’을 구체화했다. 

평창 구상은 2월 치러질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러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의 평창구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앞선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새해는 (북한) 공화국 창건 70돌이며,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남조선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성과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견지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 위원장의 대남 유화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검토 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신년 기자회견서 정책비전 제시 
한미훈련 연기에 북, 참가 의지 내비쳐


이를 두고 우리 측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통해 북한 측이 대화에 참여할 여지를 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양국의 대화 무드는 급물살을 탔다. 2년여 만에 판문점 평화의집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이다.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북한은 고위급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평창에 파견키로 했다. 남측은 북한의 방문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실무회담을 통해 규모와 방남 경로, 절차, 숙박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북한 방문단은 역대 최대규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담은 단순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뿐만 아니라 개회식 공동입장 및 남북공동문화행사 개최 등에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한이 함께 어우러지는 체육·문화의 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회담 설명 자료서 “북측의 고위급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북측이 자연스럽게 우리 측 및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정부가 이번 회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우선 논의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던 만큼 첫 번째 과제는 달성한 셈이다. 평창 문제서 나아가 이번 회담을 협의하는 과정서 남북관계 복원의 기반을 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 훈련 연기
북한 올림픽 참가

여기에다 이번 회담 성사과정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끊겼던 남북 판문점 직통 전화가 회담 논의를 위한 북측의 조치로 지난 3일 재개통됐다. 

또 회담 과정서 북측은 서해 지구 군 통신선이 복원됐다고 설명했고 지난 10일 오전 8시부터 이 통신선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남북한 군 당국을 연결하는 소통로가 복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번 회담의 주요 과제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였는데 이 문제는 북측의 의지로 비교적 쉽게 풀렸다”며 “부수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만들 수 있는 기반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정부가 평창구상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연 것과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에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별개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우리 측이 북측에 제의한 설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산가족 고령화로 상봉이 시급함에도 남북 양측이 다양한 분야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자고 합의했지만, 이산상봉과 관련된 내용은 공동보도문에 끝내 담기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이산가족문제는 시급성을 감안해 상봉 문제가 진전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꽉 막혀있던 남북 대화가 복원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평창올림픽을 통한 평화 분위기 조성을 지지했다. 한미연합훈련의 연기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통해 남북관계 개선 복안
북미 대화 물꼬…한반도 운전자론 성패

이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다짐키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 올림픽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며 “나아가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평화올림픽이 북핵문제 해결에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된다면 이를 공고한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겠다”며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의 남북문제 질문에 대한 대답도 이어갔다. 한 언론사의 기자가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의도와 향후 정상회담 목적과 정상회담 전제조건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관계가 개선되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핵과 남북관계를 상보적 관계로 이해했다.  

아울러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떠한 만남도 열어 두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정상회담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얼마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핵 해결
남북 해결 

일각에선 미국이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미뤘지만 폐막 후 곧바로 훈련이 실시된다면 북한이 다시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쥔 현재의 분위기를 문 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가고, 그 과정서 북·미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느냐에 따라 평창구상과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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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