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3색’ 6·13 필승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8 10:48:57
  • 호수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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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 다음 대권 걸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6·13 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선거의 승패에 따라 향후 정국 방향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각 당은 이슈 선점과 인물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50% 이상의 지지율로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방선거 필승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민주당은 ‘개헌’을 띄웠다. 새해 초부터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발표해 개헌을 이슈로 지방선거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포석을 뒀다. 

개헌 동력으로 
선거판 잡는다

지난 3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우리는 개헌·정개특위 산하 헌법개정소위를 맡아 우리 주장을 해나갈 것”이라며 개헌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1월 중 개헌 과제들에 대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국회가 최선을 다해 개헌안을 만들고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 개헌과 지방선거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당 차원의 개헌 띄우기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서 국민의 약 70%가 개헌에 대해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를 정국 주도권 확보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개헌 시점을 기치로 지방선거의 최대 적수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전망이다. 지방선거·개헌 동시 국민투표의 경우 대선 당시 여러 당의 공통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해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도 크다. 

6월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선 국회서 2월 말까지는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 2월까지 개헌 이슈를 부각시켜 야권에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대선 당시 정치권이 국민과 한 약속”이라며 “민주당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림수…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야당 압박하고 공공행진 지지율 이어간다

야당 반대로 개헌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민주당은 책임을 야당에 돌릴 가능성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개헌이 좌초된다고 해도 민주당에 긍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 개헌특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개헌 논의에 대해 “3월이 되기까지 국회의 개헌안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면 문 대통령은 반드시 개헌안을 발의할 것”이라며 “국회 투표서 3분의 2를 넘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설사 한국당의 반대로 막혀도, 한국당이 비난을 받고 역풍을 맞게 되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일종의 ‘꽃놀이패’를 쥔 셈”이라고 말했다. 

개헌안의 핵심 내용은 지방분권이다. 

지난 2일 추미애 대표는 “지방 선거가 중앙권력 교체 못지않게 지방권력도 적절히 바꿔지고 그래야지만 이른바 부정부패도 제거할 수 있다”며 “선거를 공당으로 이겨야 된다는 목표보다는 지방권력 교체를 통해 적폐를 도려내고 새로운 나라의 틀을 갖춰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정부가 단단한 국정동력을 갖고 흔들림 없이 달려나가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지방분권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모두 한 마음으로 똘돌 뭉쳐 반드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의원 차출론
책임공천제 

한국당의 선거 전략 핵심은 책임공천이다. 한국당은 내달까지 지방선거에 출마할 인재영입을 마무리하고, 3월 말까지 공천을 완료해 지방선거서 필승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 1일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서 ‘책임공천’을 하겠다”며 승리 의지를 다졌다. 
 

책임공천이란 광역단체장은 중앙당서 공천을 하고 기초단체장과 그 외 지역은 당협위원장과 국회의원들이 공천을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만약 공천 후보가 낙선을 하면 해당 책임을 각각 중앙당과 당협위원장·국회의원이 나누는 구조다. 

홍 대표는 “당이 하나가 돼 지방선거에 임해야 한다”며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다음 총선서 책임지고 저는 광역단체장 선거가 잘못되면 6월에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당 지도부가 당초 중앙당이 행사키로 했던 기초단체장 공천을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사실상 이양한 것은 자발적 연대감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의 방침에 한 정치권 인사는 “과거와 같이 자신과 친분이 있다고 아무나 공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경선으로 후보를 뽑을 수도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책임공천 틀 안에서 인재영입을 통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히 당대표와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홍 대표는 오는 8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직접 인재영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당 관계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영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기 때문에 인재영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가능한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미 광역단체장 후보자 공천에 대한 구상은 상당 부분 가다듬고, 일부 지역의 경우 유력 후보군까지 압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홍정욱 헤럴드 회장,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된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이 고사 의사를 밝혀 인재영입 의지가 한풀 꺽였지만, 홍 대표가 '삼고초려'를 고려하며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당내에서는 홍 대표가 직접 나설 경우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책임공천 띄운 한국당
정치보복 프레임 활용

지역별로는 현역 의원들의 차출이 고려되는 곳도 있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이번에는 당협위원장도 출마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놨다”며 “지역별로 현역 의원들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곳이 몇 군데 있어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도 새롭게 구성해 지방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와 함진규 신임 정책위의장이 정례 최고위원회에 참석했고, 부산시장 출마로 사퇴한 이종혁 최고위원 대신 염동열 의원이 신임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홍준표 2기 체제는 강력한 대여투쟁을 이어가며 내년 지방선거 준비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기 체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과 친박(친 박근혜) 청산을 통한 내부조직 정비에 주력한 만큼 2기는 대외투쟁을 통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홍 대표는 2기 체제의 양 날개로 제2기 혁신위원회와 지방선거기획위도 가동하기로 했다. 

또한 한국당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고 노골적인 정치 보복의 칼날로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권은 받은 것에 대해 반드시 돌려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잔인한 정권”이라며 “지금이라도 한풀이 칼춤을 멈추고 이성을 차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정치보복 프레임에서 나아가 ‘문재인정부 심판론’으로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권심판론의 경우 정권핵심 인사의 비리·부패 범죄 혹은 실정이 있어야 동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과거 의혹 외에는 드러난 부분이 없어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정계개편으로
제1당 노린다 

최근 바른정당과 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민의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무엇일까.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서 호남을 싹쓸이 하며 제3정당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급락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또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두고 호남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안요소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우선 국민의당은 통합을 빠르게 매듭 짓고 지방선거서 승리를 거둔다는 계산이다.

안 대표는 최근 당 시무식을 통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통합 절차가 잘 마무리돼야 한다”며 “국민의당이 개혁 선도 정당으로 거듭나면 1당으로 우뚝 올라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선거가 5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이 없다. (통합 반대파는) 외연을 확대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지지율을 높이고 선거를 제대로 치를 방법이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해 통합 반대파를 압박했다.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 찬성파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만이 거대 양 기득권 세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안 대표는 “사회 양극화 현상 등 모든 악의 근원이 기득권 정치서 비롯되고 있다”며 “진보와 보수는 양극단으로 나뉘어 각자 진영을 위해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당제는 기득권 정치를 몰아내고 개혁할 수 있는 발판”이라며 “다당제를 지키기 위해선 합리적 개혁세력이 뭉쳐 외연을 확대하고 힘을 키우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당, 통합만이 살길?
안, 서울시장 출마설

국민의당은 6·13 지방선거 공천 방식으로 국민참여경선인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할 방침이다.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해 국민적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예비선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당원으로 제안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것으로, 투표자들은 정당의 성향을 밝히지 않고 특정 정당의 예비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선거 방식이다.
 

특히 선거 때마다 자기사람 심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시스템 공천’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며 “국민참여경선인 오픈 프라이머리와 조기 공천 등을 도입해 시스템 공천을 구축함으로써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신인·여성·장애인·청년 등에 대한 정치 참여’를 위해 이들의 공천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직접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당내서 대선주자로 불리면서 인지도가 탄탄한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지방선거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앞서 안 대표가 통합 이후 “백의종군 하겠다” “서울시장 출마를 열어두고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그가 실제 출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안 대표가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에 출마해 분위기를 띄우고 다른 지역에까지 바람을 넣는다면 민주당-한국당 중심의 선거판은 급변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번 지방선거서 여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현재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야당의 상황 등을 봤을 때 현 정부 국정초반에 힘을 실어주자고 하는 여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현재의 구도와 분위기가 거의 바뀌기 않는다면 민주당이 그야말로 압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기대론 타고
민주당 압승?

특히 문정부를 탄생시킨 지난 대선 프레임이 지방선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 세한대 부총장은 “문 대통령 집권 이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며 “시기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설 민심이 지선 결정?

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선 다음달 15일부터 18일까지인 설 연휴를 주목하고 있다. 각 정당들의 경우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지방선거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국단위 선거를 앞두고 명절 연휴를 적절히 활용해왔다. 명절은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각 당의 설 민심 활용법은 엇갈린다. 민주당 한 도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은 “남북관계 해빙문제나 개헌 드라이브 등이 설 연휴 밥상머리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은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당 역시 설 연휴를 통해 ‘샤이 보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중앙당 뿐 아니라 지방선거서 선수로 뛸 많은 후보들 역시 설 연휴 전후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으로 홍보 전략을 짜는 데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설 연휴를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정당은 국민의당으로 국민의당 내 통합 찬성파, 반대파 모두 설 연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안 대표는 늦어도 구정 전 통합 작업을 마무리해 ‘통합신당’유권자들의 설날 상에 올린다는 구상이다.

통합 반대파 역시 설 연휴를 활용할 계획인데 만약 분당을 추진하게 된다면 본격적인 추진 시기를 설 연휴 전에 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 반대파 측 한 관계자는 “신당 창당을 할 경우 최선의 방안으로 2월 초중순 추진해야 한다”며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에 신당 문제를 올려야 지방선거에서 싸워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속 기사> 지방선거-개헌 동시 투표 국민 생각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한국갤럽은 ‘지방선거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시행’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모든 지역과 연령, 이념성향과 지지정당별 등 대부분 응답자가 지방 선거일 개헌 국민 투표 찬성에 응답했다. 

전체 설문조사 응답자 중 65%가 찬성 입장을 보였고, 34%가 반대했다. 개헌 동시투표에 반대입장을 보인 자유한국당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국당 지지층에선 찬성 62%, 반대 31%를 나타냈다. 

개헌내용 중 대통령 임기와 권력 구조에 대한 설문결과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가 46%의 지지를 받았다. 다음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25%를 기록했고, ‘의원 내각제’는 15%로 뒤를 이었다. 의견 유보층을 제외하면 과반 이상이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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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