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정권’ 재계 친족기업 대해부

회장님 친인척 말로만 독자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말 많던 친족기업이 사정기관의 사정권에 들기 시작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이들 친족기업들에 ‘깜빡이’를 켠 것이다. 재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공정위 조사에 걸릴 수 있는 기업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요시사>서 이들 기업을 정리했다.
 

재계가 바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친족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계열분리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룹에 기생
앉아서 떼돈

재계의 눈길이 쏠린 부분은 친족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에 대한 부분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동일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 범위서 벗어날 수 있다. 친족기업이라도 해도 해당 조건을 충족시키면 계열분리(친족분리)가 가능한 것이다. 

친족기업이란 대기업집단 총수의 6촌 이내 친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이 운영하는 계열사를 말한다. 계열분리가 되면 친족회사는 독자경영이 가능한데 이 경우 원래 기업집단 사이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받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점 때문에 그동안 계열분리된 친족기업에 대한 감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계열분리 기업이 계열 제외 전후 3년간 거래에 대해 부당지원행위, 사익 편취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조치를 받게 된다면 제외일로부터 5년 이내에 제외 결정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가 친족기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에 따라 친족회사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사실 상당수의 대기업집단은 오랜 기간 기업 활동을 영위해오면서 많은 친족기업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감독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어떤 기업들이 감시 대상에 포함될까.

삼성그룹과 관련된 친족기업에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중 한 곳은 알머스(옛영보엔지니어링)다. 

채이배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누나인 이순희씨 아들이 지배주주로 있는 알머스, 애니모드는 삼성전자 및 중국현지법인과의 거래로 매출 90%를 올리고 있다”며 “이 회사 매출은 753억원(2001년)서 1942억원(2015년)으로 14년 만에 2.5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간 거래는 현재 진행형이다. <더스쿠프>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만을 9조원에 인수 이후 하만의 계열사이자 명품오디오 브랜드 AKG는 갤럭시S8 제품에 제공되는 번들 이어폰을 납품했다. 

그런데 AKG가 제조(OEM)를 맡긴 업체가 알머스의 베트남 현지 법인이다.


부영은 최근 사정기관의 사정 칼날을 받으면서 친족기업과 관련된 검증을 자연스럽게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부영은 친족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열분리 개선 개정안 입법 예고
고리 걸려 있는 방계회사 초긴장

공정위에 공정위는 부영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친족기업 ‘흥덕기업’에 대한 문제도 동시에 불거지는 분위기다. 흥덕기업은 이중근 회장의 친족 관계인 유상월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부영이 공급한 102개의 임대아파트 단지 가운데 23개 단지의 경비, 22개 단지의 청소 업무를 넘긴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부영은 흥덕기업 관련 의혹에 대해 “흥덕기업은 친족이 경영하는 회사는 맞지만 2016년 3월22일 공정위로부터 독립경영을 인정받아 계열분리돼 숨겨진 계열사는 아니다”라며 “적법한 경쟁입찰에 의해 선정돼 타 업체와 같이 부영이 관리하는 임대아파트 경비·청소 용역의 일부를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재계의 모범생 LG그룹도 오랜 기간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서 많은 친족기업이 파생됐다.

LG그룹은 그동안 건설·에너지(GS그룹), 전산·금속(LS그룹) 등으로 계열분리를 했다. 장자 원칙에 의해 별다른 잡음없이 각자의 길을 가면서 계열분리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수의 친족회사 및 그룹은 이들 간 거래에 잡음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한국에스엠티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5촌 당숙인 구자민씨가 주주로 있는 회사로,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하면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에스엠티는 2004년 LG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구자섭 5%, 구자민 40%, 구본근 40%, 구경혜 5%, 구은진 10% 등으로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다. 2006년 매출은 629억원 수준이었지만 11년만에 매출 3422억원으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은?

LG그룹의 친족기업인 오성디스플레이 역시 거래 내역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12년 넘게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LG디스플레이가 12년간 프레스 기구부품 분야서의 상생활동으로 올레드(OLED)용 프레스 부품 개발 및 성능향상에 기여해 동반성장 우수사례로 오성디스플레이를 선정해 ‘동반성장 어워드’를 수여했다. 


LG그룹의 유력 승계자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장인 회사도 LG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눈총을 받은 바 있다. 구 상무는 2009년 식품원료 기업 보락 대표인 정기련씨의 장녀 효정씨와 결혼했다. 

이후 보락이 LG생활건강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현재도 사돈 기업에 일감을 주고 있다. 

특히 보락은 지난 4년간 사업보고서 주요 매출처 세부 항목서 LG생활건강과의 매출 내역을 제외하다 올해 반기 보고서부터 다시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올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이 보락의 전체 매출서 차지하는 비중은 13.03%(34억원) 수준으로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 비중이 높다.

GS그룹도 친족기업 관련 검증의 시선이 어른거린다. 

GS그룹의 친족기업 의혹을 받은 회사는 알토, 창조건축사무소, 피플웍스, 피플웍스 커뮤니케이션, 에이치플러스에코 등이다. 이들 회사는 주요주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족이 등재돼있다. 


알토와 창조건축사무소는 LG와 GS의 계열분리 이후 허창수 회장이 2002년 GS건설 대표이사가 되면서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플웍스는 LG전자, LG유플러스, LIG넥스원(방산업체)와, 피플웍스커뮤니케이션은 GS칼텍스 등 GS계열회사와 거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이치플러스에코는 정유시설, 송유관, 주유소 건설 등과 관련된 일감을 GS칼텍스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광그룹은 친족기업 및 오너 일가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검증이 시작되기 전, 합병을 통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모양새다. 

태광그룹은 지난 26일, 계열사 3곳을 합병하는 지배구조 변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오너 일가 소유 개인회사는 7개서 1개로 축소된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압박을 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도서보급이 거론됐다. 한국도서보급은 현재 이호진 전 회장 51%, 아들 현준씨가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회사 측의 지배구조 개선 방침으로 티시스의 사업부분을 흡수합병하게 되면서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사측도 친족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해소 차원서 개선안을 발표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계열사 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친족 소유의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단계적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친족그룹 관련 공정위의 조사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 

2011년부터 친족기업으로 분류된 비엔에프통상은 지난해 말이 많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전 이사장의 아들인 장재영씨가 지분 100%(2016년 사업보고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비엔에프통상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2016년 매출액은 각각 438억원, 743억원 수준인데 매출의 상당 부분이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서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리감독 강화 
상당한 압박

물론 대기업서만 친족기업 논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코스맥스그룹 역시 친족회사에 대한 거래에 물음표가 찍혀 있다. 이와 관련된 석연치 않은 점은 <일요시사>(‘화장품 ODM 1위’ 코스맥스 편법승계 의혹)서 다뤘었다. 

단적인 예가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의 두 아들이 소유하고 있는 레시피의 거래 흐름이다. 레시피는 이병주씨가 80%의 지분을, 이병만씨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레시피는 2007년 설립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6억원, 22억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적은 전년 대비 급증한 모습이었다.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대비 각각 21.1%, 165.8%, 120.4% 늘어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레시피의 거래 흔적이었다. 레시피는 화장품 브랜드 회사다. 주로 ODM업체 제품을 받아 레시피 등의 상표를 붙여 판매한다. 그런데 코스맥스가 제조한 제품에 레시피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비중이 90%를 훌쩍 넘길 만큼 높았다. 
 

지난 8월 레시피의 판매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엔코스서 제조한 로즈 페탈 클렌징 오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코스맥스서 제조된 제품들로 구성돼있었다.

하지만 레시피와 코스맥스 간 거래는 장부상으론 확인할 수 없었다. 두 회사는 오너 일가가 같은 법인이다. 둘 간 거래가 있다면 반드시 사업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나와야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실제 둘 사이에 거래가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드러난 정황서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첫 타깃 누가될까 관심 집중
‘전전긍긍’ 서둘러 정리 수순

일각에서는 코스맥스와 레시피 간 거래 중간에 회사 관련 지분과 친족관계서 자유로운 인물을 통해 중간 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럴 경우 재무제표상에 거래가 잡히지 않을 수 있다.

회계사 A씨는 “레시피와 코스맥스 간 드러난 거래 정황과 사업보고서 내용이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중간에 일종의 위장 계열사를 세워 ‘쿠션형식’으로 제품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범현대가그룹의 현대그린푸드 역시 친족기업으로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재 현대백화점 그룹 소속으로 단체급식사업으로 영위한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1999년 현대그룹서 계열분리했다.

문제는 계열분리된 후에도 일부 사업영역서 거래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현대그린푸드는 범현대가 그룹의 사업장에 급식사업을 계속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증권가서도 현대그린푸드의 매출이 범현대가서 나온다는 점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모 증권사가 지난해 3분기 현대그린푸드와 관련 리포트를 살펴보면 현대그린푸드가 범현대가의 매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및 영업이익 5347억원, 194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0.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6.7% 감소했다며 그 원인으로 ▲현대차 파업 장기화 ▲현대중공업 전년대비 조업량 감소를 꼽았다. 

사실상 상당부분 매출을 범현대가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현대H&S 역시 뒷말이 나오는 업체다. 

범현대가의 또다른 그룹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현대H&S는 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작업복이나 안전화, 수건, 밥값만 올리고 질은 개선하지 않아 이런 일을 독점해 온 것이 과연 공정경쟁에 적합한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계열분리된 회사라서 실제적인 거래 규모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검증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중견기업도
도마 위에

재계 한 관계자는 “친족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 규모나 역사와는 무관하게 꾸준히 계속돼왔다”며 “그동안 관리감독이 느슨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공정위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재계가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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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