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비참한 노년 보내는 자니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1:20:33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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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 대부의 쓸쓸한 말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1960∼1970년대 미국 유명 토크쇼를 주름잡던 코미디언 자니윤.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그가 미국서 쓸쓸한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근황이 공개됐다. 한 때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명성을 떨쳤지만 노년에 친박(친 박근혜)으로 낙인찍혔다. 그의 인생을 돌아봤다. 
 

재미교포 코미디언으로 미국과 국내서 인기를 끌었던 자니윤이 최근 치매 증세를 보이며 미국 LA의 한 요양병원서 지낸다는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달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니윤의 학교 후배로 오랫동안 그를 알고 지냈다는 임태랑 전 민주평통 LA협의회장은 “자니윤이 작년 여름 미국 LA에 돌아와서 양로원서 지내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올봄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대저택 살며
아메리칸 드림

자니윤은 LA 도심서 북동쪽으로 13㎞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헌팅턴 헬스케어센터(한국의 요양병원에 해당)에 있다. 그는 이곳서 2인 1실을 쓰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주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회장은 “후배인 나와 70대인 남동생이 주기적으로 찾아가서 돌봐주지만 그 외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자니윤은 현재 알츠하이머(치매)로 자신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주 <헤럴드경제>는 “(자니윤은) 자신의 이름은 어렴풋이 아는 듯 했지만 기억은 잃어버린 듯했다”며 “‘자신이 누구인지 아느냐’는 질문에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이 매체는 “2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 동안 자니윤을 웃게 만든 유일한 단어는 <자니 카슨 쇼>였다”고도 했다. 지난해 4월 뇌출혈 진단을 받고 그 이후 치매까지 걸리면서 자니윤의 노년은 급격히 기울었다. 

60대에 결혼했던 18세 연하의 부인도 떠났고 화려하고 커다란 저택도 누군가에 의해 팔렸다. 

자니윤은 머리카락과 눈썹이 완전히 하얗게 새어 있었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매일매일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골프를 즐기던 건강했던 몸은 온데간데없이 보조기구가 없이는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아시아 평범한 해군 유학생 
미국 인기 방송인으로 우뚝

지난해 초까지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를 지내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했다. 하지만 임기 몇 개월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뇌출혈을 맞으며 급격히 건강 상태가 안 좋아졌다. 

평소 골프와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졌던 자니윤에게 뇌출혈이 찾아온 건 지난해 4월 3일이다. 이때 뇌경색 질환이 있었단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소식은 열흘이 지난 같은 달 13일에서야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한 지인 방송인에 따르면, 자니윤은 쓰러지기 이틀 전 저녁 늦게까지 모임을 갖고 피곤한 모습으로 귀가했다. 3일 아침 지인 한 명과 약속이 있었는데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인은 시간 약속을 1분도 안 늦는 사람이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자 걱정이 돼 집으로 찾아갔다. 문을 두드려 봐도 아무런 기척 없자 결국 경찰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갔고 쓰러져 있는 자니윤을 발견했다. 

급히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진 자니윤이 의식을 온전히 회복하기 까지는 1주일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당시 한국관광공사 측은 자니윤의 뇌출혈 사실을 언론에 알리며 “치료를 잘 받고 회복 후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만간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니윤의 건강은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한달여 후인 6월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직서 물러났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건강 문제로 원래 임기에 한 달 앞서 그만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니윤의 임기는 그 해 8월까지였다.

자니윤은 1936년 10월22일 충청북도 음성군 출생이다. 1959년 방송인으로 데뷔한 후 한동안 MC생활을 했다. 1962년 해군 유학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자니윤이 미국서 인정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자니윤쇼로 
제2 전성기

당초 서울대 음대를 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부친의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미해군사관학교서 공부를 마친 뒤 미국 웨슬리안 대학서 성악을 전공하고 뉴욕의 리 스트라스버그 액터스 스쿨서 연기, 모던 재즈 무용학교서 춤과 모던 재즈를 공부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다졌다. 

가수와 코미디언으로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다. 그의 성공은 꾸미지 않은 소박함과 순도 100%의 노력도 한몫했다.

영어를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않았고 파티에선 양복 대신 한복을 입고 나갔다고 한다. 무엇보다 5분짜리 스탠딩코미디를 선보이기 위해 무려 3개월 동안 공부하고 연습했다. 남을 웃길 수 있는 자신감이 없으면 무대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조니 카슨의 제의로 동양인 최초로 <투나잇 쇼>에 출연해 총 34번을 출연하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첫 출연은 스탠딩업 코메디만 하려고 했는데, 다음 출연인 대배우 찰턴 헤스턴이 갑자기 사라져서 자니윤은 그를 대신해 20분 가까이 자니 카슨과 시간을 끌어야 했다. 


자니윤은 어머니가 불러서 부를 줄 안다는 이태리 가곡 ‘오 솔레미오’까지 불렀다. 

한국서 배워서 그런지 중간 부분은 한국어로 부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자니 카슨은 자니윤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출연할 것을 제안했다. 물론 <투나잇 쇼> 같은 유명쇼에 무려 20분 가까이나 게스트로 나온 것은 자니윤으로서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다.

그 이후 명성을 얻자 NBC 방송국서 <자니윤 스페셜 쇼>를 진행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그는 회당 2800만원을 받았을 정도로 방송인으로써 크게 성공했다. 1973년 뉴욕 최고 연예인상을 수상했고 1982년 영화 <They Call Me Bruce>에 출연했다. 

평범한 해군 유학생서 미국의 인기 방송인으로 거듭난 그의 성공 스토리는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었다. 이 인기는 국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1989년 귀국, 대한민국의 방송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 쇼인 <자니윤 쇼>를 진행했다. 미국의 <자니 카슨 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 형식을 그대로 들여온 토크쇼로, 진행자의 이름을 내걸고 매회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국내 최초 토크쇼였다. 

<주병진 쇼> <서세원 쇼> <고쇼> 등에 영향을 미친 1인 토크쇼의 원조로 자리매김했다.


느끼한 버터 발음과 음담패설로 화제를 모으며 한때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잇따른 방송제재로 토크쇼가 막을 내린 뒤 미국으로 떠났다. 

국내 TV서 출연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에 자니윤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해 떠났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성적인 유머나 정치를 소재로한 이야기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선 제작진들이 시말서를 써야할 만큼 심의가 엄격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자니윤은 1990년대 한인타운서 이불사업을 하는 18세 연하의 이모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잉꼬부부로 통했으며 화려한 저택과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방송서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니윤은 2007년 이씨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박근혜정권의 수혜자’로도 한동안 국내 언론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방송출연이 뜸하던 그는 2007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와 만났다. 2007년 2월 한인타운서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미주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휠체어 타고
나홀로 투병

이 행사를 준비하고 후원한 사람이 자니윤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대선서 자니윤은 미국서 박근혜 선거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박근혜 캠프 재외국민 본부장과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으며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선거를 도왔다.

이후 그는 2013년 한국 국적을 회복한 뒤 2014년 8월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돼 국내서 다시 활동했다. 박근혜 대선 캠프 활동 경력 때문에 한때 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이 돌기도 했던 자니윤은 결국 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되면서 보은 인사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자니윤은 후보자 공모에 스스로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심사 등을 거쳐 감사로 임명됐다. 그럼에도 그는 이날 오후 관광공사 노조 관계자를 만난 자리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자리였다”고 했다. 자니윤은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도와주고 싶어 일을 맡게 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으키기도 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사임 이유로 “자니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 때문”이라고도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와 같이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5월19일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서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제는 안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자니윤을 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지시가 왔다”며 깜짝 놀랐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니윤을 서울사무소로 불러서 지시를 받았지만 당신을 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하는 것을 묻고 어쩔 수 없이 그에 해당하는 대우를 해주겠다고 하니 자니윤도 만족했다”고 말했다.

‘누구인지 아느냐’ 질문에 울음만
이혼과 치매…현지 요양원 생활

그 후 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다시 보고하니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며 질책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그만두겠다고 했고 며칠 후에 ‘다음 개각에서 빼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자니윤이 골프장서 여성 캐디에게 골프채를 휘둘러 2주 진단 상해를 입힌 사실까지 회자됐다. 피해자 캐디를 무료 변호했던 이재명 현 성남시장이 당시 페이스북에 사건의 뒷얘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자니윤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자니윤은 1989년 10월 3일 지인들과 경기 성남시 한 골프장을 찾았다. 이 골프장은 캐디들이 노조 설립 문제를 놓고 사측과 분규를 겪고 있던 곳이었다. 캐디들은 사측 인사가 포함된 자니윤 일행에 대해 “비회원이 회원의 날 골프를 친다”며 문제삼고 사진을 찍었다. 

이 과정서 카메라 필름을 뺏으려는 자니윤이 캐디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시 격분한 자니윤은 퍼터를 든 채 카메라를 들고 도망가던 캐디 유모(당시 27세)씨를 쫓아갔고, 경사진 길에서 자니윤을 붙잡던 중 함께 넘어져 유씨에게 전치 2주의 뇌진탕 등 상해를 입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2부는 1992년 10월 상해를 입은 유씨가 자니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소송서 “13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자니윤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 시장은 당시 페이스북 글에서 “캐디들이 너무 억울하다고 해서 치료비 배상소송을 무료 변론했는데 자니윤은 배상 판결을 받고도 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며 “자니윤이 3년여 뒤 다시 방송 출연을 위해 귀국한다기에 출연료 압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자니윤 측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배상금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친박 황태자 
어쩌다가…

이 시장은 이어 “당시 캐디가 5㎜만 더 가까이서 휘두른 골프채에 머리를 맞았다면 죽었을 것”이라며 “낙하산도 좀 그럴듯한 사람으로 해야지 국적회복 시켜가며 이런 사람을 감사로 임명하느냐”라고 꼬집었다.

2014년 국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설훈 의원에게 79세라는 나이를 지적받기도 했지만 “제 신체 나이가 64세로 나왔다. 먹는 약도 하나 없다”며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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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