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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세태> 헌팅 얼평방송 뭐길래…전국에 생방 “제 점수는요?”
  • 김태일 기자
  • 등록 2018-01-02 10:32:56
  • 승인 2018.01.03 10:30
  • 호수 1147
  • 댓글 0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인 미디어가 보편화된 가운데 야외로 나와 새로운 방식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이 늘어나고 있다. 길거리 등에서 진행되는 방송이 생중계되면서 일반인 초상권 침해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길거리를 지나가는 행인의 얼굴을 촬영해 평가하는 ‘얼평(얼굴 평가)’도 유행하고 있다.
 

최근 거리를 지나는 여성에게 접근해 말을 붙이며 인터뷰를 하고 신상 정보 등을 묻는 BJ들이 늘어났다. 일명 ‘헌팅 방송’이다. 여성들의 얼굴과 신상정보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순식간에 인터넷에 생중계된다. 일단 얼굴이 공개되면 시청자들의 실시간 ‘얼평’ 대상이 된다. 일부 BJ들은 여성들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뒤 시청자들과 함께 평가하는 ‘몰래 얼평’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얼굴을 평가

얼마전 대학생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셀카봉을 들고 있는 한 남성이 A씨에게 다가와 게임에 응하면 상품을 준다며 계속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찰나에 A씨는 상대방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얼핏 보게 됐는데 화면에 나오는 그녀의 모습을 누군가가 평가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여성 인터뷰하며 몰카
영상 증거 확보 어려워 처벌 피해

A씨는 놀라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 그 자리를 도망쳤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 영상이 온라인에 돌아다니진 않을까 싶어서 불안한 마음에 검색해봤고 이 일을 겪은 다음부터는 멀리서 셀카봉을 들고 다니는 사람만 봐도 도망친다고 했다. 

강남역이나 홍대 같은 번화가에선 셀카봉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들은 길 가는 여성을 붙잡아 말을 걸고 심지어 술을 같이 먹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불쾌하다고 계속 피해도 계속 따라다니는 탓에 일부러 이 지역을 피해 다니는 여성도 있다. 

지난해 강남구 인근서 길거리를 지나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인터뷰하는 척하며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여성들의 허벅지와 다리 부위를 부각해 촬영하고 돈을 번 20대들이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런 ‘헌팅 콘텐트’를 처음 인터넷 방송에 도입한 BJ 김모씨와 오모씨 방송의 누적 시청자 수는 당시 1700만명에 달했다. 이런 ‘헌팅 방송’은 모두 불법이다. 

신체 일부를 동의 없이 찍어 유포하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 BJ가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피해자가 방송 영상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면 초상권 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소를 위해서는 영상을 증거로 확보해야 하는데 생방송이다 보니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아프리카TV 측은 “피해자가 캡처 사진 등을 고객센터로 보내면 영상 삭제 후 BJ에게 경고를 한다. BJ는 1년 이내에 같은 이유로 경고를 3회 연속 받으면 퇴출당한다”고 해명했다. 

이런 ‘헌팅 방송’을 막기 위해 강남역 일대 자영업자로 구성된 강남 상인회도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강남 상인회는 지난달 초부터 과도한 야외 헌팅 장면을 생방송 하는 BJ들을 나서서 막고 있다. 

주말 밤 많게는 20명 정도의 BJ가 길거리서 활개를 치자 젊은 여성들이 강남역 거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은 “단골이던 여성 레이싱 모델들이 BJ들을 보고 ‘다시는 강남역에 안 오겠다’며 나간 적도 있다”며 “BJ가 여성 손님에게 심하게 따라붙자 경찰까지 출동한 것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헤이맨>

헌팅 방송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상인회는 악명 높은 BJ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실시간 감시하고 BJ가 자주 나타나는 술집을 돌며 ‘특정 BJ는 손님으로 받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시장서도 얼평은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국가대표 평가 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내건 ‘얼평선생’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건수는 10만이 넘었다. 이 어플에 가입하면 이성의 사진이 뜨고, 1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으며 간단한 코멘트도 가능하다. 

대표적인 소개팅 어플인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는 가입한 뒤 사진을 올리면 이성의 평가를 받는데, 5점 만점에 3점 이상을 받아야만 어플 내에서 활동이 가능하다. 

셀프 얼평도 문제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 등에 본인이 직접 사진을 올려 “성격이 어때보이냐” “몸무게는 몇으로 보이냐” “어디를 고쳐야겠냐”라는 글을 게재하는 10대들이 늘고 있다. 이에 사이트 회원들이나 SNS 사용자들은 댓글을 남겨 평가한다. 

‘얼평’은 주로 10대와 20대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다. 하지만 그만큼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에 쉽게 상처받거나 심하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길 수도 있다. 무심코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유출돼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얼평의 유행이 한국의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폐해이자 일종의 놀이문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스스로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는 ‘결정장애’가 결합된 현상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실시간으로 중계
놀이문화로 착각

한 심리학과 교수는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의 10∼20대 젊은 층들은 외모를 가지고 논다. 심한 말이 나와도 그리 상처받지 않고, 긍정적인 칭찬이 나오면 기분 좋은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자신 없는 시기이자 스스로에 대한 판단이 힘든 나이대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욕망에서 얼평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지나친 외모에 대한 집중과 비하, 비방에 익숙해지는 것은 문제다. 외모에 대한 폄하는 인격모독인데, 그런 부분이 희화화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당사자는 몰라

또 다른 사회학과 교수는 “얼평은 젊은 층들이 청소년 시기에 외면보다 내면의 가치가 중요함을 깨닫고 이를 키우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부분서 나온 현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스스로에 대해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타인의 평가에 신경 쓰는 경향이 크다. 얼평은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외모마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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