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 블랙리스트 추적

대학 수장도 입맛대로 골랐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14년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정원이 국립대총장 후보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청와대는 총장 임명 제청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이는 한 시민단체에 의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국정원의 개입을 시사했던 전 교육부장관 측 관계자와의 녹취록을 보내왔다. 다시 한 번 사건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공주교대 총장 임용 의혹이 화제가 됐다. 당시 지역 교육계에선 공주교대 총장 임용 과정에 우 전 수석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당시 지역 언론은 ‘A모 교수의 경우 청와대 실세와 경북 영주고 동문으로 정부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좌파 성향 조사?

당시 우 전 수석을 포함해 총무비서관실 B행정관(6회)과 홍보수석실 C행정관 등 3명의 영주고 동문이 청와대에 함께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주교대 동문들과 공주시민들은 개교 77년 만에 첫 모교출신 총장 탄생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자아냈었다. 

결과는 우려대로였다. 국립대학 총장 임용 최종 단계인 국무회의 심의·의결서 A모 교수가 공주교대 총장에 최종 낙점됐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지역 대학가는 “누적 득표수가 가장 많았던 L모 교수를 낙점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입맛대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었다. 


특히 당시 총장 선출 과정을 지켜 본 한 교수는 “L모 교수에 대한 호의적인 학내 분위기가 상부에 보고되자 청와대가 재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강하게 시사했다. 

결국 정권의 힘이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변경되면서 정권의 영예를 입어야만 총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공주대의 경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총장을 선출해 놓고도 2년이 넘도록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마디 언급도 없이 퇴짜를 놓고 있다. 때문에 학사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등 총장 공백 장기화에 따른 폐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에 따라 전국의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교육계는 재정 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길들이려는 정부의 ‘갑질 횡포’ 중단을 강력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당시 공주대 교수들은 정부의 권력남용에 의한 대학의 자율권 침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수중 교수를 비롯한 80여명의 교수들은 “공주대의 총장 공백사태 장기화에 따른 학사운영 차질 등의 피해는 교육부의 권력남용 때문”이라며 “결국 박근혜정부는 재정 지원을 빌미로 국립대학교의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로 전환하도록 강제하는 등 대학의 민주적 절차와 자율권을 침해해왔다는 비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주대만의 일이 아니었다. 공주대 외에도 부산대, 경북대, 방송대, 경상대, 전주교대, 해양대 등이 장기간의 총장 공백 사태로 몸살을 앓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국립대 총장 임명에 청와대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총장 1순위 후보였으나 임명되지 못한 8명의 교수들이 특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학교별 후보명단 작성해 선별 의혹 제기
교육부 문의하자 “정해져 있으니 손 떼”

당시 김사열 경북대 교수 등 8개 국립대의 총장 1순위 후보자 8명이 모인 국립대자율성확립대책위원회는 “지난 3년간 전국 11개 대학서 발생한 총장 공석상태와 2순위 후보자 임명 12건에 대해 청와대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를 특검이 엄정하게 수사해달라”며 특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 대책위원회에는 경상대, 경북대, 충남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한국해양대, 전주교대, 순천대에서 각각 총장 1순위 후보로 뽑혔던 8명의 교수들이 모였다. 

이들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래 교육부와 청와대는 11개 국립대 총장 후보자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총장 임용을 거부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상적 운영을 방해했다. 이 과정에 최순실 등 청와대 비선 실세가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교육부의 임명제청 거부로 총장 공석상태가 발생한 5개 대학(공주대, 방송통신대, 전주교대, 광주교대, 경북대), 1순위 후보자에 대해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고 2순위 후보자 총장을 임명한 5개 대학(순천대, 충남대, 경상대, 한국해양대, 경북대), 교육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직선제 총장을 임용한 부산대, 5차례 총장 선거를 거듭한 한국체육대 등에 대해 “박근혜정부 하에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에는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가 공주대와 경북대, 방송통신대 등 국립대 총장 임명을 반대·방해한 정황이 담긴 문서가 나왔다.  
 

청와대 공식 문건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청와대 국가기록원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2015년 7월22일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이하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는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사안 소송관련, 방송대 경우 어제 정부가 2심 승소했는데 공주대와 경북대 건도 잘 대응해 줄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청와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공주대와 경북대, 방송통신대 총장 임명을 거부해온 맥락서 보면 ‘공주대와 경북대 건도 잘 대응하라’는 지시는 두 대학의 총장 임명제청을 최대한 저지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전 친박연대 위원장, 전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1·2대 전국회장)은 당시 방송통신대대 교수로부터 진실 요청을 받아 류수노 교수 총장 제청거부에 관한 교육부장관 측(관계자)에 진실 문의 및 구명의사를 요구한 바 있다. 

김 사무총장에 따르면 구명의사를 요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육부장관 측 관계자는 국정원과 청와대 개입을 시사하며 “손을 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그는 “당시 청와대는 조금이라도 좌파 성향으로 분리된 총장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실은 김 사무총장과 전 교육부장관 관계자와의 통화내용을 통해 드러난다. “국정원의 개입 때문에 중지하라고 했던 일은 정권이 바뀐 지금 다시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김 사무총장의 질문에 전 교육부장관 관계자는 “그랬지”라며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 개입 인정?

김 사무총장은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권력유지 및 사익을 위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월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은 합법을 가장한 파렴치한 행위다. 이번 기회 반드시 구속되고 철저한 조사로 많은 의혹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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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