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검사 진실공방’ 홍준표-여운환 인연과 악연

두목이 검사에 쌍칼 배달…진실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990년대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 조직폭력배의 모델인 여운환씨가 25년 만에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여씨는 “한 검사의 삐뚤어진 영웅심에 아직도 조직의 두목이라는 억울한 누명 속에 살고 있다”며 자신을 잡아넣었던 홍준표 검사, 지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저격했다. 홍 대표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여씨의 무죄가 밝혀지면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은 물거품이 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그들의 질긴 인연을 들여다 본다.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온 조폭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여운환(64)씨가 자신은 조폭 두목이 아니라며 25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6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여씨는 전날 1994년 징역형이 확정된 자신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여씨는 재심 청구서에 ‘한 검사의 삐뚤어진 영웅심에 아직도 조직(폭력배)의 두목이라는 억울한 누명 속에 살고 있다’며 ‘재심을 통해 진실을 분명히 밝히기를 원해 신청하게 됐다’는 내용을 담았다.

25년 만에 재심
“조폭 아니다”

여씨는 당시 광주지검 검사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의해 호남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 두목 신분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여씨가 ‘자금책 겸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는 직책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여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여씨는 자신이 구속될 때 유죄의 증거로 사용된 폭력조직 국제PJ파 박모 조직원에 대한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조서’가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는 점을 재심 청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홍 대표는 여씨 사건 당시 박모씨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피고인과 변호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은 10월 유신 직후 1973년에 도입됐던 것으로 판사가 증인 신문을 할 때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변호인의 참여를 의무화하지 않아 악법이라고 지탄받았다. 헌재는 1996년 12월26일 형사소송법상의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25년 만에 맞닥뜨린 영감님과 조폭
광주지검 시절 사건 두고 조작 논란

홍 대표는 200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그 사람(여씨)은 나와 한 아파트 한 동 한 통로에 살았다”며 “그 친구를 알게된 것은 1991년 7월 말에 광주서 건설 폭력배를 수사하고 난 뒤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뒷베란다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우리 아파트 앞으로 벤츠가 밀려 들어오더라. 문을 여는데 양쪽서 건장한 청년 둘이 내리고 한 사람에게 90도 절을 하더라”라며 “그래서 한 눈에 저거 깡패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관리실에 인터폰으로 연락해 여운환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튿날 검찰청에 가서 물어보니 여운환이가 국제 광주 PJ파 최대 두목이고 광주 전남지역을 평정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때부터 숨바꼭질해서 6개월 뒤에 구속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내사 착수 뒤에 1991년 9월 추석 이틀 전에 쌍칼을 받았다. 그 칼을 받고 발끈했다. 용서하지 않겠다고. 고통 속에서 수사를 계속했고 1996년에는 깡패들의 협박을 피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칼 선물 사실은?
“선물용 명품 칼”


여씨는 홍 대표가 검사시절 지나친 공명심과 권력욕에 눈 멀어 영웅담은 물론이고 폭력조직 사건을 날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씨는 출소 이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당시 자신을 구속한 수사검사인 홍 대표가 지능적 ‘언론플레이’을 펼쳤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억울함을 주변에 줄기차게 호소해왔다.

여운환씨는 이른바 ‘식칼 배달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여씨는 “개당 10만원 안팎의 독일제 명품 주방용 칼세트를 가까운 친구가 운영하는 수입품 가게서 100여개 사서 추석선물용으로 지인들에게 돌렸다”며 “그 과정서 홍 대표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이름까지 비슷한 본인의 주치의 ‘홍O표’에게 가야할 식칼이 아파트 경비원의 단순한 착오로 홍 대표에게 잘못 배달됐다”고 말했다.

여씨 주장에 의하면 홍 대표는 뚜렷한 ‘수사 성과’에 목말라하던 중 직속상관인 검사장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해 그를 잡아넣었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사동일체 원칙까지 깼다고 했다. 

‘조직폭력배 두목이 검사 집에 칼을 보내 협박했다’는 식이다. 건실한 사업가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홍 검사의 출세욕에 많은 것을 잃었다고도 했다. 

여씨는 2014년 4월16일 홍 대표와 얽힌 사연을 담은 <모래시계에 갇힌 시간>이라는 이색적 책까지 냈다. 더 나아가 경남지사이던 홍 대표에게 흑백을 따지자는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홍 대표는 무시로 일관했다. 

모래시계 검사?
날조된 영웅담?

여씨의 책은 같은 날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세상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다. 당초 여씨가 쌍둥이칼을 전달하려고 했던 주치의 홍O표씨는 나중에 모 대학병원장을 지냈다. 

여씨가 홍 대표에게 잘못 배달됐다고 기억하는 추석 선물은 독일 헨켈사의 일명 ‘쌍둥이칼’이다. 여씨는 검사를 협박할 사람이 명함까지 붙여 동시다발적으로 100여곳에 같은 선물을 돌렸겠느냐고 반문한다. 

여씨는 이번 재심을 위해 20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씨는 “지금까지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 것은 수사, 공판기록 등 자료가 폐기된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올 7월 우연히 아는 법조인을 통해 광주지검에 기록이 천만다행으로 영구보관 중인 사실을 알고 관련자료를 열람 복사한 뒤 법률적 검토를 거쳐 재심을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여씨는 “선물용 명품칼을 조직 폭력배들이 영화서나 사용하는 살벌한 횟칼로 변질시킨 홍 대표의 수준낮은 자작극으로 평온한 삶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졌고 조직폭력배라는 선입견과 오해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국제PJ파 자금책으로 몰아” 
“한눈에 저거 깡패라 생각”

홍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 등에서는 자신을 대통령감으로 포장하는 데 ‘모래시계 검사’라는 사실을 수시로 활용해왔다. 홍 대표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슬롯머신과 관련된 이권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제6공화국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전격 구속시켰다. 

이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TV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게 홍 대표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홍 대표보다 8기 선배였다. 게다가 박 전 의원은 노태우정부 당시 부인 김옥숙 여사의 사촌동생이기에 더 화제가 됐다. 소위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위세를 자랑하는 제6공화국 황태자를 구속시키면서 홍 대표는 당대 일약 스타검사의 칭호를 얻었다. 

1980년대 암울한 시대상을 그린 <모래시계>는 1995년 1월부터 2월까지 주 4회 편성돼 24부작으로 방영된 SBS 개국 기념 드라마다. 2013년 타계한 김종학 프로듀서와 송지나 작가의 합작품으로 금기로 여겨진 5·18광주민주화운동과 5공화국의 삼청교육대, YH사건 등을 직·간접적으로 묘사했다. 


조폭 두목인 주인공 태수(탈렌트 최민수 분)가 드라마 최종회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검사이자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인 검사 우석에게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대사는 종영 이후에도 한동안 유행어로 인기를 끌었다. 

회심의 반격에
“가치없다” 일축

먼 길을 돌고 돌아 25년 만에 재심 청구라는 방식으로 회심의 반격에 나선 여씨. 홍 대표 측은 “재심청구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며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조작된 영웅’으로 내몰린 홍 대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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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