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월별 골프계 이슈

올해 필드에선 무슨 일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닭띠 기대주 골퍼는 누가 있는가?’ 등 새해에 대한 기대로 2017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와 있다. 올 한해도 골프계는 다사다난했고 골프의 대중적 인기도 날로 더해갔다. 1월부터 12월까지 골프계에 일어났던 핫한 이슈들을 월별로 모았다.

1~4월 사이에 가장 핫했던 선수는 박성현과 저스틴 토마스였다. 지난해 6월 US오픈에서 ‘저절로 움직인 볼’의 희생양이 된 더스틴 존슨은 다른 의미로 골프계에 족적을 남겼다. 대대적인 골프룰 개정이 있어, 적응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눈여겨 볼 요소였다. 

1월> 최소타 진기록

주목할 만한 닭띠 골퍼로 꼽혔던 박성현이 LPGA진출을 선언했다. 박성현이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하자 LPGA투어 인터넷 홈페이지는 ‘2017년 주목할 선수’란에 박성현을 올렸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뒀고 LPGA투어 대회에도 7차례 출전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7차례 대회에서 6번이나 13위 이내의 성적을 냈으며 5개의 메이저 대회에서는 두 번이나 3위 이내에 입상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저스틴 토마스는 새해 시작과 함께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1월16일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골프장에서 열린 소니오픈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 최종 합계 27언더파를 기록하며 2위 저스틴 로즈(영국)를 7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첫날에는 11언더파 59타를 쳐 PGA투어 사상 최연소로 60대 타수의 벽을 넘었다. 21년 동안 PGA투어에서 활동하며 엄청난 기록들을 쏟아 낸 타이거 우즈도 한 라운드 60타의 벽은 넘지 못했으며 50대 타수는 이전에도 PGA투어 통산 7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진귀한 기록이다. 둘째 날에는 2015년 BMW 챔피언십에서 제이슨 데이(호주)가 세운 종전 36홀 최소타 기록인 124타를 넘어선 17언더파 123타의 기록으로 PGA투어 36홀 최소타 기록도 갱신했다. 마지막 날에는 5타를 더 줄여 27언더파 253타로 72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다. 토머스의 타수는 2003년 토미 아머 3세가 세운 72홀 최소타 기록(254타)을 1타 줄인 신기록이다.


시작을 달군 저스틴 토마스
박, 국내 평정하고 미국으로

2017년 시작과 함께 새로운 규정이 도입됐다. 그린 위 저절로 움직인 볼에 벌타가 없어 졌다. 지난 2016년 6월 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더스틴 존슨의 ‘저절로 움직인 볼’로 인해 촉발된 그린 위 멈춰있던 공이 저절로 움직였을 때 부여하던 벌타가 사라졌다.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최근 경기 도중 멈춘 공이 우연히 움직였을 때 벌타를 주지 않도록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 개정된 규칙에 따르면 공이 퍼팅 그린에 놓여 있을 때 선수와 그의 파트너 캐디 또는 장비 등에 의해 우연히 공이나 볼 마커가 이동한 경우 벌타가 발생하지 않는다.

2월> 박성현 스폰계약

2016년 한해 KLPGA무대에서 7승을 거두며 많은 골프팬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폰서 계약이 쉽게 이루어지 않아 고생했던 박성현이 드디어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2월16일 하나금융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은 박성현은 계약에 비밀 유지 조항을 넣어 계약조건과 금액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15억~2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성현의 매니지먼트사 세마 스포츠 이성환 대표는 “K선수는 넘어섰고 역대 최고라는 P선수가 받은 금액에 근접한다”고 귀띔했는데 K선수로 꼽히는 김효주는 2014년에 롯데와 연봉 13억원에 계약했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별도였다. 투어 대회 우승 때 상금의 70%, 5위 이내 입상 때 상금의 30%를 받았고 상금 랭킹 1위나 세계 랭킹 1위, 그랜드슬램 달성 때도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식이었다. P선수로 꼽히는 박세리는 2003년 CJ와 연간 20억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박성현의 계약은 옵션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연봉 개념으로 지급하는 기본 금액 대신 세세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후하게 쳐주는 방식이라는 것. 박성현은 이런 어마어마한 돈을 받는 대가로 모자 정면에 KEB Hana bank 로고를, 또 모자 왼쪽 측면에 하나멤버스, 셔츠 왼쪽 팔뚝 부분에 하나카드 로고를 붙였다. 바지 왼쪽 허벅지에도 하나금융그룹 로고가 들어간다. 


메인 스폰서 계약 외에도 박성현은 빈폴과 LG전자 로고를 각각 셔츠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에 넣는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각각 연 3억원을 지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치면 6억원.

또 국내 아우디 딜러사인 고진모터스와도 후원계약을 연장해 고진모터스는 1억원짜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박성현에게 제공했다. 박성현이 사용하는 테일러메이드 클럽과 나이키 신발도 해당 업체들로부터 별도의 계약금을 받았다.

3월> 골프 룰 개정

세계 골프룰을 정하는 영국 R&A와 USGA는 지난 3월2일 30개 항목의 대대적인 룰개정을 예고했다. 2018년 적응기를 거쳐 2019년 1월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1월부터 적용될 새 규정의 취지는 공정하고, 적용하기 쉽고 간편하게, 그리고 경기시간을 단축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시간 단축을 위해 40초 안에 공을 쳐야 하는 규정이 도입된다. 퍼팅의 경우는 볼 자국이나 잔디 조각 등의 방해물을 정리하는 불가피한 행위가 끝나는 순간부터 40초 안에 스트로크 해야 한다.

까다롭게 적용되던 불합리한 룰도 개정 사항에 포함됐는데 러프에서 공을 찾는 도중에, 또는 그린에서 실수로 볼이나 볼 마커를 건드려도 벌타를 받지 않는다. 어드레스 자세를 취했을 때 저절로 공이 움직여도 벌타는 없다.

규정 단순화하고 신설되는 옵션도 있다. 캐디가 대신 볼을 마크하고 집어 올리는 것도 허용된다. 워터해저드 말뚝은 노란색보다 빨간색을 권장한다. 빨간색 말뚝의 경우 볼이 물에 빠진 지점 근처에서 드롭하고 치면 되기 때문에 구제 방법이 단순하다. 해저드 구역 안에서 돌멩이 같은 장애물을 접촉하거나 지면에 손이나 클럽을 댔을 때의 벌타 규정도 사라진다. 벙커에서도 벙커 상태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나 볼 바로 앞에서 연습스윙을 할 때만 모래에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다. 볼을 칠 수 없는 언플레이어블 상황에서 벙커 내에서만 구제받던 것에서 벙커 밖으로 꺼내 구제받을 수 있는 옵션도 신설됐다.

대대적 룰 개정 움직임
진입 문턱 낮아진 골프

장비와 관련해서는 출전 선수가 디지털 거리측정기나 보이스캐디, GPS가 장착된 시계 등의 전자 기구를 사용할 수 있고 경기 중 손상된 퍼터나 클럽을 필요하다면 계속 사용해 플레이해 도 된다.

골프가 자유롭고 평등해졌다. PGA가 연습 라운드에서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골프는 스포츠 중에서도 유독 매너와 격식이 강조되는 운동으로 지금까지 무더위에도 긴 바지를 입어야 했던 남성 골퍼들에게 희소식이다. 물론 정규대회에서는 여전히 긴 바지를 입어야 하지만 연습라운드에서는 반바지 차림이 가능해져 선수들은 크게 반겼다. 여성에게도 관대해졌다. 올림픽을 치를 경기장으로 선정된 일본 사이타마현의 가스미가세키골프장은 지금까지 여성을 정회원으로 받지도 않고 일반회원의 경우에도 여성은 일요일 등 공휴일에 라운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여성차별 조항으로 여론의 비난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경고를 받은 가스미가세키골프장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 3월2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여성에게 정회원 자격을 주지 않던 기존의 정관을 변경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일반회원이라도 여성에게는 일요일 등 공휴일 라운드를 허용하지 않는 조항 또한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년간 ‘금녀’방침을 유지해왔던 디오픈의 개최지 영국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장도 골프장 설립 이후 273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4월> 골프 대중화

국내에선 대중제 내장객이 회원제 내장객에 앞섰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정호)가 지난 4월17일 발표한 2016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현황에 따르면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은 1966만명으로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 1852만명보다 많았다.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보다 내장객이 많아진 것은 골프장 내장객 통계를 뽑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10년 전인 지난 2006년에는 회원제 골프장 내장객은 1350만명으로 대중제 골프장 내장객 614만 명보다 2배가량 많았다. 

이런 변화는 대중제 골프장의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대중제 골프장이 불과 93개뿐이었고 그 당시 회원제 골프장은 157개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5년에는 회원제 골프장은 218개에서 지난해 196개로 줄고 대중제 골프장은 265개에서 290개로 증가했다. 특히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이 24개에 이르렀다.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권이 없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그린피를 비롯한 각종 이용료가 저렴하다. 소수 회원에게 예약 우선권을 주는 회원제보다 이용이 쉽다.

캐디선택제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골프소비자모임의 조사에 따르면 2년 전 51개소에서 17곳이 늘어난 68개소로 집계됐다. 전반 9홀은 걸어서, 후반 9홀은 카트를 직접 몰고 라운드를 즐기는 노캐디 골프 라운드 형태의 ‘반-반 셀프 라운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골프장도 있다.

노캐디나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골프장은 대중골프장이 56개소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회원제도 회원의 평일 라운드에 한해 11개소가 도입하고 있다. 캐디 없는 셀프 18홀 라운드라면 1인당 최소한 캐디피 3만~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몇몇 대중 골프장은 셀프 카트까지 이용할 수도 있으니 이 경우 카트피 1만~2만원을 더 줄일 수 있다. 1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본격적인 골프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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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