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카드’ 문재인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05 08:58:49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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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조만간 정부 취임 이후 첫 특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출범 3개월째 8·15 광복절 특사를 추진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준비 기간의 물리적 한계 등을 이유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문 정부서 거론되는 특사 명단을 추려봤다. 
 

역대 정부가 특정 종교와의 연관성 등 논란을 의식해 성탄절 특별사면을 대체로 자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설을 앞두고 특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무부가 지난달 22일, 각 검찰청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서울 용산 화재 참사 관련 시위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등 5가지 대상자들이 특사 대상자에 오르고 있다. 

법무부 주도
특사 만지작

박상기 법무부장관 명의 공문에는 “공무집행방해, 폭행, 상해, 집시법 위반 등 해당 집회와 관련해 처벌을 받은 이 모두에 대해 특별사면을 검토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내부에선 법원의 해당 지시에 대해 “현 정권의 코드에 맞춘 편향적 특별사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정치적 색채가 강한 집회 사범에 대해 특사를 하는 일이 드물지는 않지만 이번처럼 특정 주제 집회 참가자 전원을 사면 대상에 올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집회로 처벌 받은 이들 중에는 이른바 ‘전문 시위꾼’도 적지 않은데 이들 전부에 대해 사면을 검토하라고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단순한 집회,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폭력을 휘둘러 처벌을 받았던 이들까지 사면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이 문제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적폐 청산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는 “강정마을이나 밀양 주민들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끌어안지 못해 범죄자가 된 분들”이라며 “그분들을 다시 사회로 끌어들이는 ‘사회통합형’ 특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서민 등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민생특사’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광복절에 박근혜정부가 생계형 범죄자 등 4612명을 특별사면하며 국민 142만49명의 운전면허 행정제재와 어민 1715명의 어업면허·허가 행정제재 등도 함께 감면해준 뒤 1년 넘도록 특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운전이 아니면 생계유지가 힘든 서민들의 제재 감면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며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서 퇴출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강력한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서 재벌 총수 일가 구성원이나 전·현직 대기업 임원 등 경제인들을 특사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줄줄이 
다 나온다?

문 정부의 첫 특사에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어떤 정치인들이 특사에 포함될지 여부다. 정치권서 회자되고 있는 인물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정봉주 전 의원,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등이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5년 8월,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지난 8월 만기 출소했다. 2027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지난 8월 한 전 총리 출소 현장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등 원로는 물론해 우원식 원내대표, 민병두, 정성호, 홍영표, 유은혜, 전현희 의원 등이 마중나왔다. 당시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 전 총리가 그만큼 당내 인사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한 전 총리가 특사로 복권된다면 친노(친 노무현) 진영서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사의 경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이 확정돼 도지사직서 물러난 바 있다.
 

이 전 지사의 피선거권은 오는 2021년 1월 회복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 중 가장 먼저 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특사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성탄·내년 초…특사 가능성↑
법무부, 5대 대상자들 만지작   

지역 정가에선 이 전 지사가 특별사면될 경우 당장 내년 지방선거서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특사 실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이 전 지사는 국내 최대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여시재’를 이끌고 있다. 지사직서 물러난 뒤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침잠의 시간을 보냈던 이 전 지사는 여시재를 통해 활동 공간을 마련하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양상이다.

이 전 지사는 여시재와 관련해 “보통 싱크탱크의 포럼과 다른 점은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현장서 뛰는 현역이 참석자의 90%를 차지한다는 점”이라며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정치인이 채택하지 않으면 정책이 될 수 없고 경제인이 참여하지 않으면 지도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전 지사의 활동을 놓고 정치 재개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앞으로 여시재 일과 대학 강연을 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번영을 위한 현실적 방안을 계속 찾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며 “현 상황서 정치에 대해선 별다른 구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한 측근은 언론을 통해 “이 원장이 5·9 대선 때도 법적 제약 때문에 특별한 역할을 못해 안타까움이 컸다”며 “정치적으로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정치권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인물은 정봉주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아 복역했다.

오는 2022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정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와 관련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MB와 BBK로 싸우다 1년 감옥 갔다 온 죄로 선거출마 자격은 물론 투표권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 전 의원 복권을 위해 여야 의원 125명은 탄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야 의원들은 탄원서에서 “정권교체가 되자 이 전 대통령이 BBK 실소유주라는 정황과 증거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정 전 의원 복권은 적폐 세력이 압살한 민주주의, 정치적 자유를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호소했다. 

논란 인사들
정치권 시끌


정치권의 쏟아지는 특사 바람에 정 전 의원은 뚜렷한 입장표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특사 가능성도 정치권의 화두다. 이 전 의원 사면 여부는 통진당 해산 심판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을 예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 심판 선고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뒤 2015년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했다. 
 

이 전 의원은 2003년 3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구성 혐의로 2심서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상고를 취하하고 형을 받아들인 이 전 의원은 당시 노무현정부로부터 광복절 특사로 선정되면서 풀려나게 된다. 공안사범으로는 유일한 가석방이었다.

2년 후인 2005년 8월15일 광복절 특사 때 복권까지 이뤄져 공무담임권 및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당시 노무현정부서 두 번이나 특사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별사면의 경우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으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이 특사 대상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법무부가 실무를 진행한다.

이 전 의원에 대한 두 번의 광복절 특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 일부 보수진영에선 “이석기 의원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에 따라 당시 노무현정부 관련자들이 모종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즉 문 대통령이 이 전 의원 석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서 성탄절 혹은 내년 초에 진행될 특사에 이 전 의원이 이름을 올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광재 사면 받고 도지사 출마?
이석기·한상균 어쩌나…고민중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사면 여부도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쌍용자동차 직원 출신인 한 위원장은 1987년 쌍용차 노조 추진위원장을 역임했고 2008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됐다. 2009년 77일에 걸친 평택공장 점거파업을 주도해 3년을 선고받아 2012년 8월까지지 복역했다.

이후 2015년 11월 민노총 최초로 치러진 직선제 선거서 ‘박근혜정부에 대항해 노동자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수사기관이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한 ‘대한민국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 조계사에 피신해 있다가 2015년 12월10일 자진 퇴거해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7월4일 1심 법원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한 위원장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한 위원장은 진보·노동자 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그의 사면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청년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양심수를 성탄절 특별사면으로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서 “촛불정권의 첫 사면은 과거 정권에서 탄압받은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양심수의 석방이 돼야 한다”며 “적폐 청산을 위해 적폐 피해자를 모두 석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올 연말 대통령 특별사면을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며 “양심수 전원 석방 없이는 민주주의와 인권도 없다. 성탄절 특사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검토 중
성탄 or 신년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12월 사면이 예정돼있느냐”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질문에 “현재 단계로서는 사면이 예정돼있지 않다”고 답했다. 성탄절 사면 가능성에 대해선 “사면을 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어려움이 있고 다음 사면을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며 “(사면) 대상자를 심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실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석기 의원은 어디에?

현재 이석기 의원은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지난 11월10일 <일요시사>는 이 전 의원의 건강상태와 특사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묻기 위해 면회를 요청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4급 수형자이기 때문에 매월 4회밖에 면회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면회 요청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의원 면회는 보통 A보좌관을 통해 이뤄진다”며 “A보좌관과 일정 조율을 통해 면회 날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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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