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느는 수입 법인차 ‘왜?’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5:43:59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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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눈치 보다 한술 더 뜨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업무용 법인 수입차가 또 다시 늘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는 분위기. 잠시 주춤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고공행진이다. 그것도 고가차 위주. 국민 세금과 연관돼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고가 업무용 수입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용차 과세 강화로 지난해 사업자에게 판매된 5000만원 이상 고가 수입차는 2015년 대비 연간 9.7%까지 줄었으나 올 들어 9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11.7%가 늘었다.

7000만∼1억원 차
전년비 28.1%↑

특히 올 9월까지 금액대별로 업무용 수입차 판매를 분석한 결과 5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이 증가한 것과는 반대로 5000만원 미만 차량 판매는 30.7%의 감소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규제 시행 2년 만에 다시 고가의 업무용 수입차가 증가한 이유는 뭘까. 

업무용차 과세규정의 핵심인 ‘운행기록’을 허위 기재하는 방식으로 과세를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입 법인차 판매가 고가차 위주로 다시 증가함에 따라 이에 따른 세감면 혜택 규모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월 사업자에게 판매된 수입차의 총 판매대수는 6만 956대다. 금액으로는 4조9977억원에 달한다. 

사업자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로 나뉘는데 이들 차량이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에게 각각 절반씩 판매됐다고 가정하면 사업주들이 차량구입비를 경비 처리해서 받을 수 있는 세감면액은 최대 1조7042억원에 이른다.

이는 사업주가 허위기재 등을 통해 운행기록에 법인차를 100% 업무에만 사용했다고 기재하면 받을 수 있는 차량 구입비에 대한 최대 세감면액이다. 

운행기록에 업무사용비율을 100%로 기재하면 차량 구입비 전액 사업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년에 걸쳐 차량 구입비만큼 총소득금액서 공제돼 구입비에 소득세율(개인사업자)/법인세율(법인사업자)을 곱한 만큼 세감면을 받을 수 있다.

법인 수입차 1년 만에 증가세 반전
최고급 스포츠카 여전히 업무용으로

업무용 수입차의 평균 판매가격이 8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100%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적 과시 욕구에 따라 고가의 차를 구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100%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려고 했다면 3000만원 이하의 차량을 구입했을 것”이라고 했다.


기본가격이 억대부터 시작하는 럭셔리카와 최고급 스포츠카의 경우 업무용차와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 법인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2억9500만원인 벤틀리의 최고급 SUV ‘벤테이가’는 올해 9월까지 64대가 판매됐다. 

이중 57대를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우라칸’의 경우 올해 9월까지 22대가 판매,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 20대를 뛰어넘었다. 이중 법인구매비율이 무려 86.4%에 달했다.
 

이들 수억대의 고가차량은 차량가격이 비싼 만큼 세감면 혜택도 크다. 때문에 과세당국이 운행기록 허위기재 여부를 더욱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세당국이 법인차를 주말에 사적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만 적발해도 수천억원대 세금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세법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1∼9월 세감면
1조5000억 달해

일반적으로 식당업과 일부 도소매업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자들은 주말에 쉬기 때문에 주말에 업무용차를 사용한 것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식당업과 일부 도소매업은 평일에 쉬기 때문에 결국 다른 사업자와 동일하다. 따라서 일주일 중 주말(토·일, 2일/7일 = 약 30%)에는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운행기록에 기재하면 업무사용비율은 약 70%가 되고 주말 사용분 30%는 경비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운행기록상 업무사용비율이 100%서 70%로 낮아지면, 올 1∼9월까지 판매된 수입 법인차량의 구입비에 대한 세감면액은 1조1929억원으로 감소한다. 이는 업무사용비율을 100%로 기재했을 때 보다 5113억원이나 줄어든 금액이다.

한 세법 전문가는 “고가차량과 더불어 주말 사용분에 대한 사적 사용여부도 잘 따져봐도 수천억원대의 부당한 세감면 행위를 막을 수 있다”며 “과세당국은 운행기록은 물론 추가 증빙자료를 사업주들에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감면액은 수입차에 한정해 1∼9월까지 차량구입비만 대상으로 추산한 것이다. 세감면 대상에 국산차와 유지비를 포함시켜 한해 동안 세감면액을 계산하면 4조원을 훨씬 초과한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최근 과표 2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5%으로 인상하는 증세안을 발표했다. 보편적 과세에 해당되는 업무용 과세 감독만 잘 해도 정부의 법인세 증세안 세수효과 이상의 세수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따른 세수효과가 연간 2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허술한 운행 양식
핵심 기재사항 빠져


고가의 업무용차가 1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한 것에 대해 이미 예견된 일이란 시각이 많다. 업무용차 규제의 가장 핵심은 사적사용과 업무상 사용을 기재하는 운행기록부. 정부가 법 시행 초기부터 사업주들의 항의에 굴복해 출발지와 목적지, 사용목적 등의 기본적인 기재사항도 요구하지 않아 사업주들의 허위기재가 매우 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3월 국세청이 고시한 표준 운행기록부는 ▲주행 전 계기판의 거리와 ▲주행 후 계기판의 거리 ▲출퇴근 사용거리 ▲업무용 사용거리 등 숫자만 기재하면 된다. 사실상 운행기록에 ‘사용자’ 기재란 외에 기재사항이 모두 숫자이기 때문에 회사 대표와 가족들이 업무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해도 운행기록엔 업무상 사용한 것으로 허위 기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 운행기록만으론 정부가 사적사용 여부를 판단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과세당국도 운행기록이 허위인 것을 알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들이 지난해 1년간 허술한 운행기록 양식과 허위기재로 업무용차 규제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에 올해 들어 억대의 고가 업무용차 판매가 다시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벤틀리 ‘벤테이가’ 64대 중 57대
람보르기니 ‘우라칸’22대 중 19대

이어 “정부가 제시한 표준 운행기록 양식은 사업주가 업무상 사용거리와 주행거리 등 숫자만 기재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상 사용을 증명하는 서류라고 할 수 없다”며 “이는 마치 직장인이 연말정산을 할 때 의료비나 교육비 공제 증빙서류도 제출하지 않고 단지 지출한 금액만 기재했는데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것과 같아서 과세자와 납세자의 기본 의무마저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 어떨까. 오래 전부터 운행기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운행기록부(운행일지)에 출발·도착지는 물론 운행목적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미국연방국세청(IRS) 세금간행물에 고시된 업무용차 운행기록에 따르면 ▲운행일 ▲도착지 ▲사용목적 ▲출발시 누적주행거리 ▲도착시 누적주행거리 ▲운행거리 ▲유지비 지출액(유류비, 통행료 등) 등 9개의 기재사항이 있다.

호주의 운행일지 역시 ▲사용시작날짜 ▲사용종료날짜 ▲자택주차일수 ▲출발시 누적주행거리 ▲종료시 누적주행거리 ▲총운행거리 ▲운행내역 서술 ▲사적 운행거리 ▲업무상 운행거리 등 9개 항목이 필수다.
 

동일한 운행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양식으로 비교해 보면 허술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식당을 경영하는 한 사업주가 회사차로 7월9일 토요일에 부산 해운대(운행거리 400km)로 휴가를 떠났을 경우, 우리나라 운행기록은 숫자만 입력하기 때문에 휴가차 운행했는지, 부산 출장차 운행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운행기록상 ‘일반 업무용(km)’기재란에 숫자 ‘400(km)’만 기재하면 업무에 사용했다고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반면 미국 연방국세청 양식으로 기록하면 ‘부산 해운대’라는 목적지와 하계 휴가라는 운행목적, 운행기간 중 유지비용(유류비, 통행료 등)까지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해당차량의 사적사용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볼 수 있다.

우리나라 운행기록 양식은 차량 소유자도 과세당국도 운행사항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깜깜히 운행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허위 기재 태반
과세 감독 절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표준 운행기록부 양식은 탈세방지는 고사하고 사업주들의 허위 기재를 오히려 조장하기 때문에 정부의 고가 업무용차의 탈세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정부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업무용차 규제를 신설한 만큼 실효성 있는 운행기록 양식을 다시 마련하고 엄격한 관리와 확인을 통해 사업주들의 탈세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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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