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호 칼럼> 스포츠의 통찰력

<일요시사>가 스포츠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한국스포츠통신>과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2016년 서울특별시야구협회가 주최하였던 ‘제35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U-15)’ 당시 필자는 동 협회의 국제이사 직을 수행하며 한편으로는 당시 대표 팀을 구성했던 기술위원회의 부위원장 직을 맡고 있었다. 

대회를 몇 개월 앞뒀던 늦은 봄, 서울시 중학교 야구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목동야구장을 방문했다가 대치중학교 3학년 투수 한 명과 우연히 조우하며 알게 됐다.

머리의 회전

경기를 관람하던 중에 다음 시합의 차례를 기다리던 그 선수는 필자와 마주치자 자신 또래의 타 학교 선수 중 뛰어난 투수들로 누구를 보고 있는지 질문을 해 오며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야구선수로서, 그리고 투수로서 자신의 고충까지 토로하며 이어져 갔다.


리틀야구단의 선수 출신이었던 그 선수는 중학교 진학 이후 훈련 프로그램을 접하며 자신이 리틀야구 선수 시절 수행했던 훈련프로그램에 대해서 불만족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중학교 진학 이후 달라진 지도자들에 의한 달라진 훈련방식에 혼란스러움까지 느끼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었다. 

당시 필자의 결론적인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결국 본인의 야구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자신이 완성시키는 것이다. 야구를 하는 동안 수많은 지도자들을 거치게 될 텐데, 그들의 각기 다른 지도 방식과 지도 철학을 자신한테 맞게끔 받아들여 소화하는 능력이 좋은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그 선수는 갑자기 어려웠던 난제를 풀어냈다는 듯 환한 표정까지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납득이 간다는 표정을 필자에게 보여줬다.

박지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클래스 구분하는 결정적 요소 ‘센스’

당시 그 선수의 소속과 이름을 물어보며 필자가 당시 대화서 느꼈던 점은 중학교에 재학 중인 유소년 야구선수로는 대단한 사고력의 깊이를 갖춘 선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하게 성장 중인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몇 개월 후 해당 선수는 중학교 3학년 선수들로 주축을 이루는 대표B 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됐는데 그가 바로 현재 신일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투수 이건(당시 대치중학교 3학년)이었다. 


그리고 후에 그의 소속 팀 감독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또래의 투수들 중 투구 시 완급조절과 경기운영 능력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의 투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유소년과 청소년 나이대의 야구와 축구 등 엘리트 스포츠의 선수들을 취재하다 보면, 이따금 선천적으로 자질이 타고 난 것 같은 선수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자질이 항상 똑같은 유형의 요소들이 중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위에서 언급한 이건 선수처럼 사고력이 깊고 풍부해 자신의 스포츠 종목에 대한 선수로서의 수행 능력에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경기와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선수들 보다 월등한 신체조건을 갖추고 힘으로써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도 있다. 

후자가 운동선수로서의 타고 난 하드웨어를 의미한다면 전자는 소프트웨어에 관한 개념이다.

스포츠의 통찰력은 바로 그 ‘소프트웨어’서 나온다. 흔히 야구에선 ‘센스’라 표현하고, 축구에선 ‘축구지능’이라고 표현하는 통찰력이야말로 해당 선수의 클래스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모든 스포츠의 종목과 선수들의 경기력은 리그 수준의 차원이 높아질수록 힘과 스피드가 배가되고, 정확성이 추가된다.

그리고 그러한 리그가 해당 종목의 최고 정점을 찍었을 때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요구되는 추가 요소가 바로 통찰력이다. 바로 그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만이 슈퍼스타로 발돋움 한다.

한국이 배출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은 신체적으로 월등한 조건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고, 흔히 말하는 현란한 스킬을 가진 축구의 ‘테크니션’도 아니었다. 

그러했던 선수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즐비했던 가운데 팀 역사상 가장 강했던 시기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선택을 받았고 팀의 주축 선수 중 한 명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맡으며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리그 우승과 유러피안 챔피언스리그(UEFA)의 우승 트로피를 거둬 올렸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자신이 직접 발견하고 발탁한 박지성을 가리켜 “공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흔히 박지성을 일컬어 세 개의 폐를 가졌다고 표현될 만큼 그의 왕성한 체력과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 선수를 괴롭히는 수비력 등을 장점으로 이야기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퍼거슨 감독의 평가만큼 박지성의 재능을 잘 나타낸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선천적 자질이냐
후천적 노력이냐


바로 그 박지성의 경기 중 움직임이, 현대 축구의 전술개념서 가장 중요시하는 ‘공간 창출’과 ‘공간 점유’를 의미하는 것이고, 볼의 점유와 공수의 주도권이 예측불허의 상태로 시시각각 변하는 축구 경기서 최고 수준의 축구선수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지성과 함께 동시대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에서 24년 동안 때로는 윙어로,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불세출의 스타 라이언 긱스는 노장으로 접어들 무렵 이 같은 말을 남겼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은 느려지지만, 머리의 회전은 빨라진다.”

스포츠의 통찰력에 관한 개념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했던 인물은 바로 네덜란드 토탈사커의 대명사였던 '요한 크루이프'다. 

1974년 서독월드컵서 비록 주최국 독일에게 우승을 넘겨줬지만 우승국 독일의 축구보다 더 축구의 지향적인 가치로 평가 받으며 세계 축구계의 전술 흐름에 혁명적인 영향을 줬던 인물이다.

네덜란드 토탈사커의 개념을 그라운드 안에서 그대로 실현해 나갔던 네덜란드 국가대표 축구 팀의 중심에 서 있었고 ‘누가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였는가’라는 명제서 벗어나 ‘누가 축구의 전술적 동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는가’라는 물음에 항상 압도적으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그였다.


현역 시절에는 훈련에 성실치 않은 게으른 선수로 평가 받았고 축구선수로는 드물게도 항상 담배를 피워대던 요한 크루이프는 2016년 결국 과도한 흡연 때문이었는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펠레와 마라도나, 호날두와 메시 같은 인간 한계의 영역을 넘어섰던 최고의 축구선수들과는 다른 개념서 축구 천재로 세계 축구계에 회자되고 있는데 그 중심의 한 가운데에는 항상 그의 축구에 대한 통찰력이 자리 잡고 있게 된다.

마지막 단계

선수 시절 토탈사커의 개념을 현대 축구에 도입하며 축구의 전술적 역사를 토탈사커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누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요한 크루이프는 훗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 팀의 감독을 맡았다.

그는 당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게 항상 밀리던 바르셀로나 팀을 스페인 라리가의 정상에 올려놓으며 오늘날의 축구계에 FC바르셀로나의 위상을 정립하게 된다.

감독 재임 당시 그가 구축했던 FC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서 배출된 선수들로는 나중에 FC바르셀로나의 감독까지 올라갔던 과르디올라, 사비, 피케 그리고 메시 등이 있었으며 이들은 나중에 토탈사커 이후 세계 축구 역사에 또 하나의 전술적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되는 스페인 축구의 ‘티키타카’를 완성해 보여주게 된다.

그랬던 요한 크루이프가 축구서 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모든 분야서 통찰력이 어떠한 의미를 뜻하는 것인지를 가장 잘 표현했던 말은 다음과 같다.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필자는 현재 신일고등학교 야구부서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건 같은 똑똑하고 전도가 유망한 모든 스포츠의 선수들이 이 말을 읽고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통해 본인의 통찰력을 발전, 심화 시키는 것에 매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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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