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송혜교가 잇따라 ‘굴욕’을 당하고 있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연기력과 발음 논란에 휩싸이더니 프로필 논란도 겪었다. KBS 2TV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은 송혜교가 4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관심이 높았다. 털털한 드라마 PD를 연기하는 모습도 궁금했다. 지난 10월27일 첫 방송 당시에도 송혜교의 스타 파워에 상당한 포커스가 맞춰졌다. 현빈 또한 상당한 스타 파워를 지녔기에 송혜교·현빈 조합의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여부가 관심사였다. 7% 안팎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을 때 사람들은 예전만 못한 송혜교의 스타 파워를 얘기했다. 송혜교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많은 말을 쏟아냈다. 시청률이 저조하니 악평이 많았다.
국내 방송가에서 ‘톱스타 캐스팅=시청률’이란 공식이 무너진 지는 이미 꽤 됐다. 톱스타 캐스팅에 성공한 상당수 드라마가 쓴맛을 보면서 이런 분위기가 크게 옅어졌다.
사실 톱스타들은 그동안 연기에 대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아 왔다. 톱스타라는 착시효과가 있는데다 이전 드라마와 촬영기간이 넉넉한 영화 등에서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쳐왔기 때문에 설사 신작 드라마에서 다소 어설픈 연기를 펼치더라도 일반 시청자들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톱스타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연기 품평을 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미국 드라마 등을 시청하며 눈높이가 올라간 시청자들이 자신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기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최근엔 송혜교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송혜교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기존의 청순한 소녀 이미지를 벗고 털털한 톰보이 느낌의 드라마국 PD 주준영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부터 외적인 변화도 시도한 송혜교의 컴백과 더불어 표민수 감독과 노희경 작가 콤비의 작품이기에 많은 기대가 모아졌던 <그들이 사는 세상>. 하지만 시청률은 7% 대에서 출발해 3회에는 5% 대까지 떨어졌다. 이와 함께 송혜교는 방영 2회 만에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시청자들은 부정확한 대사 발음을 지적하며 아무래도 너무 고정적인 이미지 변화에 대해 신경을 쓰다 보니 소화하기 어려웠던 배역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현빈과의 대사 부분들의 발음이 부정확하게 들려 극의 집중도를 떨어트리게 한다는 반응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극중 송혜교는 재능 있는 드라마국의 PD로 당당하고 까칠한 말투와 행동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송혜교의 연기에 대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빠른 대사를 말할 때에는 발음이 너무 부정확해서 의미 전달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사세> 시작과 함께 연기력·발음 논란에 휩싸여
‘톱스타 캐스팅=시청률’ 공식 무너진 지 이미 오래
<풀하우스>, <올인>, <가을동화> 등에서 수준 높은 감정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은 송혜교로서는 다소 당황할 수 있는 지적이다. 네티즌은 해당 배우가 예전에 보였던 호연은 일단 머릿속에서 지운 채 눈앞에 펼쳐지는 연기에 대해 그들만의 엄격한 잣대를 갖고 신랄한 연기 품평을 하는 분위기다.
물론 일부 네티즌의 지적이 시청자 대부분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품평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배우와 기획사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한 기획사의 대표는 “고액 몸값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청자들은 ‘그렇게 돈을 많이 받는다니 과연 어느 정도 연기를 하는지 지켜보자’며 이전보다 더 냉정하게 스타의 연기를 평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또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스타의 이미지만을 살펴봤다면 이제는 스토리와의 연결성, 주변 배우와의 연기 호흡 등 종합적인 관점으로 드라마를 본다”고 말했다.
또 “이에 따라 배우와 기획사는 네티즌의 연기 품평에 잔뜩 긴장하는 등 예전보다 연기력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드라마 대본이 나오면 곧바로 해당 부분에 대한 개인 연기 교습을 받는 연기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희경 작가는 송혜교의 연기력과 발음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노 작가는 송혜교의 연기력에 대해 “사람들이 참 잔인하다. 왜 그렇게 안좋은 부분만을 부각시켜 보려하는 걸까. 있지도 않은 부분을 끄집어내려고 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송혜교는 매우 잘하고 있다. 내가 쓴 대본에 자기의 색깔을 덧칠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분량이 너무 많아 힘들 법도 한데 불평 한마디 없이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 작가는 이어 “송혜교가 대사를 소화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우선 본인이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면서 송혜교 본인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음을 말했다.
또 “송혜교가 초반에 자신이 부족하다 점을 알고 나에게 ‘많이 실망하지 말아 달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문자도 보냈다”며 “하지만 송혜교의 연기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많이 달라진다. 특히 5회 이후부터 많은 차이가 난다. 리딩부터가 좋아졌다”고 송혜교의 노력의 성과에 대해서도 전했다.
노 작가는 “젊은 배우로서는 대사 분량이 매우 많다. 보통 분량의 4~5배다. 중견연기자도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그런 대사를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송혜교가 저 정도 소화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송혜교의 발음이 어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송혜교의 성실한 모습에 대해 노 작가는 “이런 상황이라면 젊은 연기자가 작가에게 ‘대본을 줄여 달라’, ‘그림으로 가는 시간도 좀 달라’고 요구할 만도 한데, 자신이 공부하겠다고 했다”면서 “연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될 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배우를 조금 따뜻하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송혜교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에 대한 우려 또한 전했다.
이어 “요즘 송혜교가 3시간 정도 자고 촬영을 하고 있다. 자신의 문제점을 충분히 알고, 스스로 공부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데 인정을 못 받으니 얼마나 속이 상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연기자로 성장하려면 이런 상황을 극복해 CF스타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은 가시밭길을 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송혜교는 프로필 논란도 겪었다. 송혜교의 프로필상 학력이 각기 달라 논란이 일었다. 각 포털사이트에 송혜교의 최종학력이 은광여고, 세종대학교,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중퇴로 각각 다르게 올라와 있다.
네티즌들은 “대학에 입학할 때 세종대학교 홍보물에 송혜교를 본 것 같은데 자퇴한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세종대 한 관계자는 “은광여고를 졸업한 후 세종대에 입학한 것은 확실하다. 학적부 상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한 상태다. 본인이 원하면 다시 재입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학력이 고졸로 기재된 것에 대해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각종 사이트에서 정보를 조사하고 수집하는 데 차이가 있어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송혜교는 지난 2000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특차로 입학한 후 KBS 2TV 드라마 <가을동화>에 출연하면서 바쁜 일정으로 휴학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연기생활로 인해 휴학연기가 불가능해지자 연기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2002년 가을 자퇴했다.
송혜교는 이외에도 <그들이 사는 세상>이 10월28일 2회 방송에 앞서 CF가 하나도 붙지 않는 수모를 당했다. MBC <에덴의 동쪽>과 SBS <타짜>가 15개 정도의 CF가 붙은 것과 대조를 이뤘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이날 방송에서 본방송이 끝난 후 CF가 7개 붙었다. 비록 월화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인기 독주로 치닫고 있지만 톱스타 송혜교·현빈의 스타성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본방송 전 CF가 붙지 않았다는 점은 현 경제 상황과 함께 <그들이 사는 세상>이 헤쳐나가야 할 험난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송혜교가 각종 악재를 딛고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방송가의 귀추를 주목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