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안계 VS 동교동계’ 파워게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31:57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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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밀리면 끝장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승부수가 난관에 봉착했다. 바른정당과 통합론에 방점을 찍은 그는 당내 반발에 직면해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양당 통합 반대의 중심에는 ‘동교동계’가 있다. <일요시사>는 친안(친 안철수)계와 동교동계의 파워게임 내막을 들여다봤다.
 

급격한 통합 논의 이후 각각 당내 갈등으로 치닫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대 논의가 ‘정책연대’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지난 25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이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으로 중도 개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 당의 가치와 정체성이 공유되는 수준에서 연대 가능성과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당 대 당 통합에서 한발 물러섰다. 

통합 논의 주춤
동·호 반발

앞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해 통합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당내 호남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통합론에 걸림돌로 작용한 모양새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주승용·조배숙·이찬열·박준영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들과 가진 조찬 모임 후 “일단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먼저 해보자”고 말해 당 대 당 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이는 당의 존립기반인 광주지역 지방의원들의 집단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 의원들은 시의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서 긴급 회동을 열어 중앙당서 시작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대책회의서 한 의원은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 여 앞두고 햇볕정책 폐기와 탈 호남을 주창하는 바른정당과 손을 잡는다는 게 맞는 말이냐”며 성토했다. 즉 이번 통합론이 시기상조며 명분도 없다는 주장이다. 

호남 의원들의 통합론 반대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 및 향후 총선에서의 위기감이 깔려있다. 당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자칫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설 경우 민주당에 호남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바른정당은 전국정당의 이미지를 가짐과 동시에 탈 호남을 주창하고 있어 호남 기반 의원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타오른 통합 논의…당내 반발 직면
'동' 탈당 불사…민주당에 기웃기웃

중앙당 차원서 무리하게 통합에 나설 경우 당내 내홍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호남 및 중진 의원들과 별개로 동교동계 원로들의 입김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안계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양당 통합 논의로 얻는 정치적 이득이 크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양당이 통합하게 되면 안 대표가 줄곧 주창해 온 다당제 구도가 완성되는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지난 20일 안 대표 측근은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통합하고,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면 안 대표의 지론인 다당제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무너진다”고 말했다. 현 정치제도서 다당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두 번째로는 내년 6·13 지방선거를 위한 큰 그림이란 분석이다. 안 대표는 대선 패배 및 대선조작 파문으로 인해 정계은퇴설에 휘말렸다. 정치권서도 안 대표가 2선서 머문 뒤 훗날을 도모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8월 전당대회에 조기 등판해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내 패권을 잡았지만 당 지지율은 두 달 넘게 4∼6%에 머물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친안계 의원은 “안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잘 치러야 당이 산다’는 생각이 확실하다”며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으로 판을 흔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통합논의를 통해 당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대선과정서 ‘사당화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당내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에 비교해 보면 현재 안 대표의 당내 입지는 약화된 모습이다.

전당대회 출마과정 및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두고 비안(비 안철수)계 의원들과 대립하는 등 당내 반발도 커진 모양새다. 이런 상황서 안 대표는 통합 논의를 띄움으로써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 자강?
안의 딜레마

이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서 당내 원로들의 모임인 동교동계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 동교동계는 이번 통합론을 두고 안 대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지난 24일 당 고문인 박양수 전 의원은 “안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시도당·지역위원장 사퇴를 하라고 하니 ‘이대론 안 되겠다. 안 대표가 당을 훼손하는 건 그냥 두지 않겠다’는 생각들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동교동계과 친안계 대선 과정부터 정체성 논란이 일 때마다 충돌했다. 특히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이견은 두 파의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안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한 지난 8월에도 동교동계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탈당 및 안 대표에 대한 출동조치까지 거론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5월에는 대선 패배로 인한 지도부 일괄사퇴 후 비대위원장 인선 및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을 둘러싸고 당 고문단이 집단 탈당을 검토하는 상황까지 번지기도 했다. 
 

동교동계는 당 정체성과 연결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최근 안 대표가 광폭행보를 보이자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동교동계 인사들은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합당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당 임채정 상임고문과 여러 차례 만나 양당 통합을 추진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국민의당 이훈평 고문은 최근 안 대표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함께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안철수 대표가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겪”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도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 정 상임고문은 “나는 민주당하고 통합해야 정체성도 맞고 또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의 집단이고 뿌리가 같은 민주당 정권이 성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과 연대나 연합이나 연정이나 혹시 통합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정당 내에 친안(친 안철수)과 반안(반 안철수)의 절반으로 갈라져 있다. 의원들도 20여 명씩 나뉘어져 있다”며 ‘민주당 통합파’의 수가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꼭 동교동계만은 아니다. 동교동계를 포함한 범민주계,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당에선 동교동계 인사들을 비롯해 박지원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이 민주당과 통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교동계에선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할 시 정치적 시너지가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여론조사로 보여진다. 그쪽 당(바른정당)하고 통합하기 위해서 안철수 대표 이하 몇 분들이 그렇게 끌고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당의 정신적 지주인 박지원 의원이 탈당을 언급해 당 지도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정치권에선 햇볕정책 폐기론을 바른정당이 주장하자 동교동계의 ’입‘ 역할을 하는 박 의원이 이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탈당을 언급해 현 지도부에 경고를 했다는 분석이다.  

탈당 카드  
민주당 합류?

이밖에 동교동계는 바른정당보다는 차라리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명분이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민주당서조차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소야대서 국회 운영과 통합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 사례를 언급하면서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 152석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며 “합당으로 의석수를 늘려 과반 정당이 된다 해도 국회를 잘 이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200석 가까운 의석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 탄생하지 않는 한 어느 한 정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무리한 추진으로 당내 분란이 커질 경우 국정 동력만 상실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대선 이후 줄곧 50%를 상회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모두 합쳐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은 민심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정운영에 중요 동력이 된다. 법안이나 인사에 대한 표결이 국회에 부쳐졌을 때 야당은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통합에 사활 진짜 이유는?
결국 사분오열 수순…국당 운명은

또한, 섣불리 통합에 나선다면 호남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통합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의 국회의원은 국민의당이 실질적으로 장악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구도를 보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지방선거 나아가 향후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호남서 텃밭을 다지고 있는 민주당 내 인사들의 반발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국민의당 인사들과 민주당 인사들 간의 교통정리 문제가 대두되는 셈이다. 

친안계 입장에선 민주당과 합당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의원 및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키즈’들이 주축이 된 친안계는 과거 민주당서 친문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당을 박차고 나온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시 복당 내지 합당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민주당 내 인사들과 감정의 골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안 대표 입장에선 말 그대로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도 높다. 대선 이후부터 줄곧 ‘자강론’을 강조해 온 그가 만약 민주당에 합류하면 본인의 정치철학을 펼칠 공간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이라는 승부를 띄운 만큼 앞으로 통합 이슈는 지속될 전망이다. 당권을 쥐고 있는 안 대표 입장에선 앞으로 동교동계와 함께 갈 것인지 아니면 독자노선을 택할지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회복
당장 어렵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대부분의 지지층을 여당에 빼앗긴 구조적 문제 때문에 당분간 무엇을 하든 지지율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당장 주목도를 높이고 일부 보수층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주요 지지층을 여권에 빼앗긴 상항에 정부·여당 지지도가 조기에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한 단기간 내 지지율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민주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실정으로 지지도가 올랐다”며 “그런 특정한 사안이 발생한다면 모를까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바로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교동계는?

동교동계란 야당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에 상주해 그를 보좌했던 측근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더불어 한국 정치 양대 산맥을 이뤘다. 김 전 대통령이 1995년 일산으로 이사를 갔지만, 언론은 김 전 대통령을 추종했던 사람들을 동교동계라 불렀다.

동교동계 1세대는 60년대부터 김 전 대통령과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이용희, 남궁진, 이윤수 등이며 2세대는 최재승, 윤철상, 설훈, 배기선, 정동채 등이다. 87년 이후 합류한 3세대는 전갑길, 배기운, 이협 등 인사들이 있다.

범동교동계로는 한광옥, 조재환, 박양수, 이훈평 등이 있다. 지난해 3월 권노갑, 박지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당시 동교동계의 입당으로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정통성 경쟁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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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