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사위들 경영 성적표

잘 키운 백년손님 열 자식 안부럽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이 있다. 사위에 대한 정이 자식에 대한 정에 못지않다는 뜻도 되고 사위도 때로는 처가의 자식 노릇을 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재계의 사위 역할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누구의 사위, 누구의 남편이라는 꼬리표서 벗어나 스스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재벌가 사위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재계 사위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오너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경영 무대서 활약한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처한 상황은 제각각이다. 견고한 실적을 견인한 사위가 있는가 하면 부침을 겪는 사위들도 제법 보인다. 

실적에 따라
희비 엇갈려

재계 사위들 가운데 올 상반기 성적이 가장 좋은 인물은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이다. 제주항공은 상반기 사드로 인해 중국 관광객들이 감소했음에도 매출이 39.7% 늘었고, 영업이익은 167.3% 급증했다. 

또 상반기 매출로는 처음으로 4000억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 연간 실적을 살펴봐도 제주항공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녀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결혼 후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로 입사해 그룹 일원이 됐으며 2012년 초부터 제주항공 경영을 맡고 있다. 안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MBA 과정에 재학 중 채은정씨을 만났다. 


애경화학 총무이사와 애경산업 전무를 거쳐 1995년 사장 자리에 오른 안 부회장은 적자에 시달리던 애경산업을 흑자로 돌려세우고 취임 초 800%가 넘던 부채비율을 200%대까지 낮추며 ‘낙하산 사위’라는 꼬리표를 뗐다.

신정훈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해태제과는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매출은 0.9% 줄었고, 영업이익은 23.9% 감소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롯데제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2.3%, 0.2% 증가했다. 

신 사장은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의 사위로, 윤 회장의 외동딸 윤자원씨와 결혼하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MBA를 거쳐 외국계 경영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서 근무하며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작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인수 작업을 진행하던 때만 해도 그는 이미 윤자원씨와 결혼한 상태였다. 공전의 히트작 허니버터칩은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한 사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둘째 사위로 그룹 금융계열사를 맡고 있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회사별로 수익성이 엇갈렸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매출은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현대캐피탈이 38.5% 감소했다. 

카드와 커머셜은 각각 37.6%, 239.1% 증가했다. 현대캐피탈의 이익 감소는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지난해까지 3년간 추이도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매출이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정 부회장은 1985년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한 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전무와 기획재정본부장을 지냈고 기아차서 구매총괄본부 부본부장을 지내는 등 계열사를 넘나들며 그룹 차원의 지지를 받았다. 


올해 15년 차 CEO로서 국내 500대 기업 내의 여신금융사 중 최장 재임 CEO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곧바로 임원
쏟아지는 관심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박이라 부사장의 남편인 김경규 전무는 O2O·글로벌사업본부를 책임지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더 힘쓰는 분위기다.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김경규 전무는 2007년 세정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입사했다. 2012년 ‘인디안’ 사업본부장과 전략기획실 담당임원을 겸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2013년 ‘웰메이드’ 사업본부장을 맡아 기업의 중대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신임을 얻었다. 올해 1월 전무로 승진과 함께 경영 일선서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장녀 허세경씨 남편인 김하철 일진반도체 대표는 사실상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김 대표는 2010년부터 일진반도체를 이끌고 있다. 현재 일진반도체는 현재 허세경씨와 김 대표가 각각 34.2%, 14.7% 지분을 가졌다. 

‘뜨는’ 슈퍼 사위들…조력자로 맹활약
눈칫밥 뜨면서 활발해지는 일선 참여

성우하이텍그룹의 사위 2명도 그룹사 이사,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의 장녀 이보람씨 남편인 조성현씨는 2007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원을 졸업 한 뒤 현재는 성우하이텍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 회장 차녀 이아람씨 남편인 한창훈 리앤한 대표는 LG패션(현 LF)에 근무하다 성우하이텍 이사로 그룹으로 들어왔다. 2013년에는 스포츠 패션 브랜드 EXR코리아 수장에 오르기도 했지만 실적부진으로 관련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휠라코리아에도 쟁쟁한 실력을 갖춘 사위가 활약 중이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의 사위인 이성훈 아큐시네트코리아 대표이사다. 2005년 윤 회장의 딸 수연씨와 결혼한 그는 휠라코리아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를 역임한 바 있다. 

이 부사장은 휠라코리아 합류하기 전부터 ‘재무통’으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로체스터대 MBA를 졸업한 그는 삼성증권 IB사업본부 M&A팀, 엔씨소프트 재무전략담당을 거쳐 2007년 휠라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 미국 골프 용품 회사인 아큐시네트를 12억2500만달러에 인수하며 회사 성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인물이다. 아큐시네트는 골프 용품 세계 1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회사다.

이 대표는 2015년 아큐시네트코리아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4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성과로 말하는 
숨은 실세들 

차기 경영인이 되기 위한 경영 수업에 나선 사위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 정종환씨가 대표적이다. 정씨는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씨의 남편이다. 2010년 8월 CJ 미국지역본부에 입사한 정씨는 지난 3월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부인과 함께 상무대우로 나란히 승진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서 학사(기술경영)와 석사(경영과학) 학위를 받았다. 두 사람은 컬럼비아대 석사 재학 시절 만나 교제했으며 2008년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중국 청화대에서 MBA 과정도 마쳤다. 

2003~2006년 글로벌 IT컨설팅 업체인 켑제미나이, 2006~2008년 씨티그룹서 일했다. 결혼 후에도 모건스탠리 스미스바니(2008~2010년)서 근무했다. 2015년 8월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장례식 당시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영결식 운구 선두에 선 바 있다.

CEO를 맡는 것은 아니지만 고위 임원으로서 회사에 속한 사위도 표정은 다소 엇갈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결혼한 김재열 사장은 스포츠사업총괄로 재직 중인 제일기획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며 대외 행보 발걸음이 가볍다. 김 사장은 ISU집행위원과 평창동계올림픽 국제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스포츠사업은 제일기획의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정유경 신세계 사장과 혼인한 문성욱 부사장이 글로벌패션본부로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상반기 영업이익이 20% 감소했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와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경영학과를 졸업한 문 부사장은 소프트뱅크코리아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경기초등학교 동창인 정 부사장과 인연을 맺고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신세계인터내셔날 상무로 승진한 뒤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부사장을 맡아 2011년 적자의 늪에 빠져 있던 중국 이마트의 순손실을 절반가량 줄이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말에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내인 정 사장이 1990년대부터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패션사업 영역을 구축해온 곳이다.

결혼하자마자 별 달고 진두지휘
낙하산 꼬리표 떼느라 절치부심

이외에도 김도환 S&T홀딩스 사장, 한경록 한솔제지 상무, 신동철 반도건설 전무, 이진철 신안 사장, 최성재 교원 호텔사업부문장 등이 주목받는 재계 사위들이다. 특히 최평규 S&T그룹 회장의 장녀 최은혜씨와 결혼한 김동환 사장의 경우 S&T홀딩스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21% 증가하자 그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아예 독립해서 잘나가는 사위도 꽤 찾아볼 수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장녀 구연경씨와 결혼한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스탠퍼드대서 경제학과와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고 경영공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0년에 블루런벤처스의 전신인 노키아벤처파트너스에 입사했다. 

2006년 결혼 이후에도 LG그룹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벤처기업을 발굴, 육성하고 해외 진출까지 돕는 역할에 열심이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녀 구근희씨의 남편인 이준범 회장은 이계순 전 경남도지사의 차남으로 LS가로서는 관료 집안과의 첫 혼사였다. 화인은 주방세제, 화장품, 샴푸 등의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해 주로 LG생활건강에 납품한다. 화인유통까지 합하면 연매출은 약 500억원대다. 

이인정 회장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막내딸 혜정 씨와 결혼한 후에도 그룹 밖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누전차단기와 배선용 차단기,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 사업 등에 진출했으며 납품처는 LS산전, 루셈, SK하이닉스 등이다.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녀 구은정 태은물류 대표와 결혼한 김중민 회장 역시 주로 금융, 인력 파견 사업 등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범 현대가 계열에선 정희영 선진종합 회장이 눈길을 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8남1녀 중 외동딸인 정경희씨의 남편으로 그는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요직을 거쳤다가 40대 중반 돌연 독립해 해운업체 선진종합을 창업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선진종합의 2013년 매출액은 269억원에 그치지만 당기순이익이 39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독자 행보
이색 사위들

정몽구 회장의 맏사위인 선두훈 코렌텍 대표(아내 정성이 이노션 고문)는 고 선호영 전 대전선병원 회장 차남으로 정형외과 의사 경험을 살려 인공관절 제조업체 코렌텍을 창업했다. 선 대표는 선병원 영훈의료재단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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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