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주변’ 의문의 죽음들 추적

숨진 채 발견되는 그때 그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도태호 수원 제2부시장이 지난달 26일 돌연 저수지에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오후 2시까지 정상 근무를 하다가 한 시간 뒤 저수지서 숨진 채 발견된 도 부시장의 죽음에 누리꾼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그는 최근 국토해양부서 근무할 당시 도로 공사와 관련된 비리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칼날이 매섭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가정보원의 방송 장악,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등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하나씩 파헤쳐질 기세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국정원의 광범위한 국내 정치 공작 의혹과 관련해 “윗선에 대한 수사 한계라든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세 몰린 MB
검찰 정조준

‘몸통’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게까지 검찰 수사가 닿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2008∼2013년) 동안 벌어진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그 주변에서 일어난 죽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는 지난 8월 팟캐스트 <정치, 알아야 바꾼다>와의 인터뷰서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 5촌 살인 사건도 있고 무수한 죽음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에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MB 주변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먼저 2011년 3월26일 김태성 씨모텍 대표이사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노트북으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때 쓰는 데이터모뎀을 제조하는 업체인 씨모텍은 2007년 상장, 2010년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2009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인수합병 전문기업 ‘나무이쿼티’를 통해 씨모텍을 인수했다. 씨모텍은 줄기세포 등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던 제이콤을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가 무리한 M&A를 감행하면서 투입된 돈은 200억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김 대표는 1200만주 유상증자에 성공했지만 자금 조달 두 달 만에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그는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의 죽음은 무리한 M&A로 인한 자금 부담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대표의 자살 원인을 ‘주가 조작’과 연계시키는 시각도 있었다. 김 대표가 사망하기 한 해 전인 2010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조영택, 최문순 의원으로부터 나온 문제다. 

조·최 의원은 씨모텍 상근이사로 있던 전모씨가 씨모텍을 인수하고 제4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하면서 주가를 띄워 개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전씨는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씨의 사위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이사와 대우증권 국제조사총괄 등을 역임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조카사위가 된다. 


애초에 전씨는 나무이쿼티 설립자였고 씨모텍을 인수할 당시에는 나무이쿼티 대표이사였다. 씨모텍 인수 후 상근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 대표가 대표직을 맡았다.
 

씨모텍은 이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라는 배경을 가진 전씨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씨모텍 주가는 널을 뛰었고 이 과정서 전씨가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겨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논란이 주식사이트 등을 통해 제기됐다. 이 논란은 국정감사 때 거론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문제를 제기했던 최문순 의원은 “전씨가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씨모텍 주가가 널뛰기했고 그 과정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국감 당시 전씨는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이후 논란은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러다 김 대표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전씨와 그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친인척 주변 인물 돌연 사망
자원외교 연루자도 갑자기 죽어

2012년 6월에는 MB 측근으로 분류됐던 김병일 전 서원학원 이사장이 홍콩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이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 서울시 대변인을 맡았다. 충북 청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 전 이사장은 대표적인 친MB 인사로 불렸다.

그는 19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3월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온 당시 정우택 새누리당 후보의 성추문 의혹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퍼날랐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정 후보에 관한 의혹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정 후보 측 역시 “의혹은 모두 거짓”이라며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3월 김 전 이사장을 소환해 1차 조사를 벌였다. 이 때 김 전 이사장은 “글을 본 적도 없다.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 같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1차 조사를 마친 그는 2차 소환에 불응한 뒤 홍콩으로 출국했고 그곳서 불귀의 객이 됐다. 경찰은 김 전 이사장이 홍콩서 귀국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참이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이사장의 죽음이 수사 중압감 때문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반면 경찰 수사를 김 전 이사장의 직접적인 자살 원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제의 글을 작성한 것도 게시한 것도 아닌 김 전 이사장이 이 정도 사안 때문에 홍콩으로 도망치듯 떠난 것은 물론 귀국도 못했다는 논리는 말도 안 된다는 것.

단순 명예훼손 정도로 끝날 줄 알았던 사안은 김 전 이사장이 사망한 후 흘러나온 공천 과정의 뒷얘기, 저축은행 등과 엮이면서 궁금증이 커졌다. 특히 김 전 이사장이 퍼나른 글이 원래 게시됐던 블로그의 개설자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기업 대표 자살
조카사위 관련?


문제의 글이 올라온 야후 블로그 ‘크라임 투 길티’를 만든 장본인인 이모씨는 대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이 수사 중이던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 블로그 글을 빌미로 수차례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김 회장을 협박하는 글을 여덟차례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2013년 4월에는 임모 CNK 전 부회장이 갑작스레 목숨을 끊었다. 사망 당시 임 전 부회장은 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그의 시신 주변에는 타고 남은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부회장이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리고 대량생산계획 등을 허위 유포해 9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 등 MB정부 실세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스캔들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임 전 부회장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 중이던 주가조작 의혹은 진상 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 12월 외교부는 ‘CNK가 아프리카 카메룬서 최소 4억2000만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CNK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장량이 과대평가 됐다는 주장이 수차례 나왔고, 급기야 외교부가 사실을 부풀렸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사업은 2010년 외교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MB정부의 대표적 자원외교 성과로 꼽혀왔다.

올해 6월 대법원은 CNK 대표 오모씨에 대해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대표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이아몬드 광산의 추정매장량을 부풀린 보도자료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던 김은석 전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는 무죄가 확정됐다.

주가조작 혐의
번개탄 사망

MB정부 시절 가장 큰 화두였던 광우병 문제를 제기한 수의사가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사망한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논란 당시 안전성 의혹을 꺼냈던 인물이다.

2014년 1월19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의 한 호텔 객실서 숨진 박 국장을 종업원이 발견했다. 그의 수첩에는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쓰여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물용 마취제와 주사기도 나왔다.

박 국장은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위생검역분과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당시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타결에 앞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등급판정 결과를 전제로 한 ‘합리적 수준 개방’을 약속한 이후 줄기차게 무조건 개방을 요구해왔다. 

박 국장은 “모든 나라의 검역 기준은 OIE 기준보다 높다. OIE 기준은 그야말로 권고사항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 국장은 2012년에도 C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미국 광우병 조사를 진행한 민관 합동조사단이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박 국장은 “광우병 소의 귀에 찍었던 이표라는 게 있다. 민관 합동조사관에선 그 사진을 근거로 현지 조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 사진은 미국에 가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내용은 전혀 조사하지 않고 그냥 시간만 때우고 왔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광우병·숭례문 민감한 사안
관련자들 비슷한 시기 자살

인터뷰 말미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그렇게 많이 터지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이 정부에 실망해서 도저히 이제 이 정부에선 더 기대할 것이 없다. 이런 정도의 자포자기 수준까지 간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1월18일에는 숭례문 복원 부실 공사를 조사 중이던 충북대 박모 교수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교수는 충북대의 한 학과 재료실서 재료를 쌓아놓은 선반에 목을 매 사망했다. 

시신을 발견한 것은 박 교수의 아내로 “평소 (남편이) 정신질환을 앓았던 적이 없고 우울해하거나 고민을 토로한 적도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박 교수의 옷에서 “너무 힘들다, 먼저 가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발견했다. 박 교수의 지인들은 그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망 직전까지 숭례문 복구 공사에 사용한 소나무 중 일부가 국내산 금강송이 아니라 값싼 러시아산이라는 의혹과 관련해 나이테 분석을 통해 진위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박 교수는 자신이 내놓은 결과물이 나무 바꿔치기 의혹을 받고 있던 신응수 대목장의 사법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찰은 박 교수가 어떤 전화를 받은 후 괴로워했다는 지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협박 받았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조사했다.

국보 1호 숭례문은 이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름 앞둔 2008년 2월 전소됐다. 숭례문 복원 사업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많은 전문가 사이서 속도전을 벌이는 숭례문 복원 사업을 두고 “왜 이렇게 서두르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숭례문은 5년 4개월에 걸친 복원 공사 끝에 2013년 5월 공개됐다. 하지만 복원 공사를 마쳤다고 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나무 기둥이 갈라지고 뒤틀려 속이 드러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감사위원 투신
우울증 앓았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과 숭례문 복원 부실 공사 검증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룬 두 인물의 죽음은 수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점, 자신의 수첩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점 등을 두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사회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사안과 연관된 인물이 연이어 숨지면서 사망원인을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같은 해 4월에는 ‘MB정부의 감사맨’으로 불렸던 홍정기 감사원 감사위원이 아파트 옥상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 위원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아파트 13층과 14층 사이 계단 창문을 통해 아래로 뛰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은 홍 위원이 아파트 현관 지붕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경찰이 출동했을 땐 이미 숨진 뒤였다. 유족은 홍 위원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진술했다.

홍 위원은 이 전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1년 7월부터 1년4개월여간 감사원의 실무를 총괄·지휘하는 사무총장을 맡아 민감한 사안을 다뤄왔다. 일각에서는 홍 위원이 MB정부의 숱한 비밀을 꿰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지난 정부의 감사원 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했다는 말도 돌았다.

홍 위원은 투신 전 우울증 치료차 휴가를 낸 상태였다. 그의 자살을 둘러싸고 외압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홍 위원의 죽음을 두고 청와대서 조사 등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문을 품었다. 

당시 황찬현 감사원장은 “내가 아는 범위에선 (외압 의혹은) 없다”며 “병원에 입원해 잘 치료받고 있다고 파악했지만 안타깝게도 예상보다 병이 깊었던 모양”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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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