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딥체인지로 ‘제2의 삼성전자’ 되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약 25%(390조원)를 차지하게 됐다.

그 중 삼성전자는 코스피 전체의 약 21%(332조원) 가량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2015년 주당 100만원에서 형성되었던 주가가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현재 250만원까지 증가한 결과다(2015년 시총은 전체의 18%).

이에 재계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안정적인 퀀텀 점프에 성공하려면 현재의 삼성전자를 이을 제2, 3의 삼성전자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즉,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 한 곳에 의존해야 하는 불안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후속 주자들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제2의 삼성전자에 등극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SK이노베이션을 거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제2의 삼성전자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두 기업 모두 지속적으로 사업, 수익 구조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나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가전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남보다 앞선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아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었다.

이에 지속적인 사업구조 혁신을 거듭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성공해왔다. 단순 가전 사업으로 시작해 반도체, 휴대폰 사업으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이어 작년 독일 전장업체인 하만(Harman)까지 인수하며 자동차 전장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이제 인간의 생활 전반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두 회사 오너의 강력한 의지다.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운 것처럼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 분사를 통한 경쟁력 확보, 해외시장 개척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SK그룹의 모태기업으로서 SK이노베이션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의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혁신 이력은 기존 영위해 온 정유업을 바탕으로 화학, 윤활유 시장을 개척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패러다임에 발 맞추고자 전기차 배터리로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최근 행보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이에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의 지속적인 사업 구조 혁신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서 에너지 화학 업계의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각 사의 최고 경영층이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넘어 과감히 혁신을 실천한다는 차원서도 공통점을 공유한다.

현재 삼성전자가 누리는 반도체 호황은 2010년부터 작년까지 집행한 투자(94조원) 덕분이다. 업계는 화성 반도체라인으로의 투자나 하만 인수는 최고 경영층이 인식하는 혁신에 대한 절박함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2014년 37년 만의 적자를 경험한 SK이노베이션은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 혁신 속도를 빠르게 높였다.


특히 올해 초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딥 체인지(Deep Change)’ 수준의 과감한 구조적 혁신과 강한 실행력으로 2018년 기업가치 30조원 달성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며 사업구조 혁신과 수익구조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 중이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의 금년 1분기 영업이익(분기 사상 세 번째 1조원 돌파)은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50%를 넘어서는 성과를 창출했다.
 

이는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서 탈피, 에너지,  화학에 대한 역량 집중으로 포트폴리오가 진화, 회사의 수익창출 방식을 개선하는 동시에 시황 중심 사업서 기초(펀더멘털) 경쟁력을 확보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2분기에도 비정유사업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성과 창출이 이어졌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변동 손실, 정기보수 등으로 실적 악화를 보인 석유사업의 실적 악화를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상당부분 상쇄했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해온 딥 체인지 성과를 눈으로 확인한 결과인 동시에 딥 체인지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석된다.

‘딥 체인지’ 9개월 만에 4년내 최고 종가 돌파
시총 3조 6000억 증가…시장서도 기대감

이러한 성과를 두고, 재계는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기업의 위치를 선점한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 형태를 전략적으로 참고해 사업 재편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한다.

동시에 최태원 회장 및 전 경영진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딥 체인지 성과가 가시화되는 것이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반응하며 올 8월 들어서는 4년래 최고치(2013년 1월3일, 종가 18만2000원)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 시가 총액은 9개월 만에 4조5000억가량 증가1)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올해 초 ‘딥 체인지’ 선언 이후 시장이 당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본격적인 기대감을 갖게 된 것으로 이에 따라 시총 순위도 17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특히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던 2014년 10월 이후부터는 35개월 만에 시가 총액은 약 11조2) 가량 증가하는 퀀텀 점프를 해냈다. 

이에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딥 체인지 시행을 통해 정유업으로만 구분하기엔 넓은 업역을 구축했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시장으로부터 사업 및 수익구조 혁신을 향한 노력이 인정 받게 됐다며 “에너지·화학 업계의 삼성전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그간 시장으로부터 사업 확장성에 대한 의문을 받아 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각도 완전히 전환됐다. 2018년까지 순수 전기차 7만대 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게 되는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세계최초로 NCM (니켈 코발트 망간) 8:1:1 배터리를 개발했음을 밝히고 향후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증대 기대감을 돋우는 중이다. 


최근 국내 배터리 관련 주가 상승하는 것은 이러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 영향이 크며, 국내 3강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도 수혜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딥체인지 1.0’을 통해 체력을 비축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영 현장을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며 ‘딥체인지2.0’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즉,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 화학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안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 하겠다는 것으로 사업, 수익 구조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같은 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딥체인지1.0의 성과 증명 및 2.0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며 주가도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정유사 주가는 유가 등락에 따른다는 속설이 무색하게도 7월 두바이 기준 유가는 배럴 당 47.4불을 시현하는 등 정체기를 겪었지만, 딥 체인지2.0 발표 후(5/30) 오히려 주가는 두 달 사이(6~8월) 21,000원 가량 상승하며 동 기간 시가총액도 약 2조원가량이 증가했다.
 

특히, 손익 분기가 4~5달러로 알려진 정제마진의 7월 평균이 배럴 당 7.0불로 일반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주가 상승은 SK이노베이션의 노력이 시장으로부터 인정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사업, 수익 구조 혁신 성공과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말 9조원을 웃돌던 차입금 규모를 작년 말 기준 3조원까지 축소시키며 시장 변동에도 튼튼한 재무구조를 구축했다. 

올 1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 조정하며 ‘안정적’으로 부여한 데 이어 무디스는 기존보다 한 단계 올려 Baa1 신용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배터리사업 시각 전환…세계 최초 NCM 811 개발 등
“미래 성장성으로 기업 가치 승부 본다”

이는 올해 초 ‘돈 되는 M&A’를 추진하겠다며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밝혔음에도 신용등급이 오르게 된 흔치 않은 경우로 알려졌다.

딥 체인지 실행을 통해 올해를 사업구조 혁신의 원년으로 삼은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석유개발, 화학, 배터리 분야에 최대 3조 규모로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석유개발 및 화학사업에선 국내·외 M&A  및 지분 인수 등을 추진, 배터리 공장 증설 및 분리막 사업 확대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첫 M&A로 지난 2월 고부가 화학제품인 에틸렌 아크릴산 사업을 다우로부터 인수한 SK종합화학은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납사 기반 화학 사업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인 자동차 및 포장재 전문 화학회사로 도약을 통해 딥체인지2.0  달성을 위한 M&A에 속도를 내기 위해 추가 M&A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으로 부지 선정이 완료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유럽 공장도 가능한 신속하게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SK이노베이션은 신규 수주 물량 생산시점에 맞춰 생산 능력을 늘리는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동시에 노리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략적 확장, 진출을 위한 적시 착공에 성공해 딥 체인지2.0에 한발 더 가겠다는 목표다.

주요 증권사는 SK이노베이션을 정유 업종 최선호주로 선정하고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 하이투자증권(20·24만), 동부증권(23.5·26만) 등 했으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있는 등 실적 및 실적에 따른 주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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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