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활동이 시작됐다.” 여권의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이를 입증하듯 이 전 의원이 미국에 체류 중인 가운데 주요 현안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공성진 최고위원·진수희 의원 등 친이재오계 인사들이 이 전 의원의 귀국을 갈망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여권의 권력지형 구도를 흔들고 있을 정도다. 특히 이 전 의원과 이재오계 인사들 간의 ‘밀월정치’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전 의원의 귀국이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이 전 의원의 막후 역할론을 추적해봤다.
이재오 전 의원이 심상치 않다. 여권의 핵으로 급부상할 조짐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미 이재오계로 손꼽히는 공성진 최고위원이 이 전 의원의 정치 복귀를 돕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입각설 등을 제기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진수희 의원도 이 전 의원을 만나고 지난 2일 귀국했다. 게다가 이 전 의원의 메시지를 여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당에 전달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이 전 의원 정치 복귀론을 설파하는 데는 주군인 이 전 의원과 무관치 않다.
친이재오계 ‘주군 모시기’ 플랜 가동
뿐만 아니라 이 전 의원과 측근들 간의 밀월이 시작됐다는 게 한나라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연말·연초개각을 전후로 친이재오계 인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것. 친이재오계 인사들이 ‘이 전 의원 입각설’ 등을 제기한 것도 이 전 의원과의 사전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이 전 의원과 측근들 간의 밀월이 시작됐다는 말들이 나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공 최고위원과 진 의원이 이 전 의원의 정치 복귀설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나서면서부터다. 더욱이 진 의원은 지난달 말 이 전 의원을 만났다. 이 때문에 언론에 비쳐진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실제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 최고위원은 이 전 의원 복귀를 위해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인 반면, 진 의원은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즉 이 전 의원과의 교감을 통해 복귀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또 친이계 인사들은 이 전 의원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위기론을 불식시키고 어떤 식으로든 이 전 의원에게 공개 메시지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의 복귀설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얼마든지 핫라인을 가동해 ‘이재오 복귀설’을 단번에 일축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 ‘이재오 복귀설’이 끊이지 않는 이면에는 이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 전 의원과 측근들 간의 ‘밀월’은 나아가 “이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고까지 번지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주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전 의원의 정치활동이 시작됐다’는 말은 비교적 설득력 있게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는 문제다. 이 전 의원이 미국행 비행기를 탄 이후 한동안 ‘인터넷 정치’를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돌았던 것.
또 이 전 의원의 측근인 진 의원이 지난달 29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진 의원을 호출한 사람은 바로 이 전 의원.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서는 “이 전 의원이 귀국을 할 것”이라는 기류가 더더욱 크게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미국 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전면에서 활동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막후에서 야전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비록 귀국이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이 전 의원은 측근들을 내세워 귀국 후 정치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초석을 다지고 있는 상태다. 이 전 의원이 정치활동을 하는 데 있어 이들의 막후 지원이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진 의원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가 바로 그것이다.
발톱 감춘 이재오“정치활동 이미 시작”
실제 진 의원은 “국내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 중심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재오 전 의원의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부재위기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 직위에 있지 않거든 그 자리의 정사를 논하지 말라)’, ‘권력은 멀리하되 일은 가까이 하라’는 메시지를 진 의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막후 역할을 통해 당내 분위기를 파악할 뿐 아니라 친이계를 재결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힘이 쏠린 것을 막고 친이계가 다시 여권 내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귀국에 앞서 당내 분위기를 형성한 후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할 공산이 크다”며 “막후 역할을 통해 복귀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이 전 의원의 정치활동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처럼 이 전 의원이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의원이 언제쯤 전면에 등장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열쇠를 쥐고 있는 인사는 바로 이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이 전 의원의 복귀에 비관적인 입장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다 때와 시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의중이 간접적으로 전해지자 정치권에는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의중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 있다”라는 게 소문의 주된 골자다.
이재오-이명박 ‘거취 문제 결판 짓는다’
아무래도 이 대통령의 핵심 인사인 이 전 의원이 귀국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마다 큰 탄력을 받을 뿐 아니라 컨트롤 타워 역할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전 의원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친이재오계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귀국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라며 “현재까지는 나서지 않은 채 뒤에서 활동할 뿐이지만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의 야전 사령관 역할이 시작됐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참모진들과 간담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중에 이 전 의원을 만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게 청와대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이 막후 역할이 아닌 전면에 나서서 정치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