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풀어야 할 이명박 7대 의혹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25 10:37:32
  • 호수 1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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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MB몰이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정원 댓글·블랙리스트에 이어 ‘언론장악’ 문건까지 공개됐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와 정치권의 BBK 재수사까지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겨누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칼끝이 매섭다. <일요시사>는 현 정부서 시작된 MB 겨냥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4년7개월 만에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정부에 날을 세운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을 탄압한 혐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로 수사에 불씨가 당겨졌지만 국정원의 방송장악·블랙리스트 문건,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도 청와대에 보고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이 전 대통령은 ‘의혹의 몸통’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외압 의혹
연예인 선봉

MB정부 시절 국정원 주도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MB정부 당시 국정원이 김주성 전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문화·연예계 대응을 위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 및 반대 등 압박 활동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블랙리스트 압박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 측근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 확인됐다. 해당 명단에는 문화계 6명, 배우 8명, 영화감독 52명, 방송인 8명 등 총 82명이 포함됐다. 

이튿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국정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고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받아 보고 수사팀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MB정부 블랙리스트에 메스를 대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이후 검찰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배우 문성근씨와 방송인 김미화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각각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국정원의 퇴출 압박 활동과 그에 따른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수사 의뢰 내용을 토대로 피해 정도가 크거나 본인의 진술 의사가 있는 피해자들 위주로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 필요성이 생긴다면 기존 소환자들을 다시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MB정부의 블랙리스트는 박근혜정부의 블랙리스트와 규모 및 질적 차이를 보인다. 규모면에선 박근혜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대상자가 9473명에 달해 압도적이다. 하지만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선언 참여자 등을 모두 넣어 정교하지 못했다.

반면에 MB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질적으로 앞선다. 2010년 10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예술단체 내 좌파인사 현황, 제어 관리방안 보고’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정부 비판 촛불집회에 적극 가담한 인물들 15명을 A급으로 두고, 단순 동조자 18명을 B급으로 분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A급은 연예활동에 대한 실질적 제재조치를 받았고, B급은 계도조치를 받는 등 철퇴를 맞았다. 아울러 연예인 소속 기획사 세무조사·특정 프로그램 폐지·라디오 제작자 지방 발령 유도 등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언론도 관리
뿔난 시장님


뿐만 아니라 MB정부는 KBS·MBC 등 방송장악에도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18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원세훈 전 원장 재임 당시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방안’ 등 2건의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기자와 PD의 성향을 사찰해 ‘좌파’로 분류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폐지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공작을 펼쳤다. MBC 문건에는 "참여정부 시절 편파방송을 주도한 인맥이 건재, 노조를 방패막이로 정부시책에 저항하며 주류를 형성한다"며 인적 쇄신을 주문하는 내용이 나온다.
 

또 MBC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3단계 세부 추진 방안을 제시키도 했다. 1단계 ‘간부진 인적 쇄신과 편파 프로그램 퇴출’ 2단계 ‘노조 무력화’ 3단계 ‘소유구조 개편 논의’ 등으로 구분됐다.

KBS 문건의 경우도 MBC 문건과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 지난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 담당 부서에서 작성해 같은 해 6월3일 보고된 것으로 확인된 해당 문건에는 면밀한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돼있다.

퇴출 대상으로는 ▲좌편향 간부▲무능·무소신 간부▲비리연루 간부를 지목했다. 

검찰은 MB정부서 벌어진 언론 장악 계획에 대해 실행 여부를 조사할 방침일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고위층과 방송사 경영진 또는 방송사 담당 정보관과 간부들 간 부적절한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도 다뤄질 예정이다.

또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 활동의 일환으로 연예인 출연·섭외권을 가진 PD들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발 블랙리스트·댓글부대 도마
언론 주무르다 역풍 맞나…바짝 긴장

MB정부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동원해 벌인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한 국정원 댓글부대도 빼놓을 수 없다. 댓글부대 활동에 대한 검찰 수사는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MB정부 시절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민간인을 동원해 ‘댓글 부대’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지난 19일 구속됐다. 사건의 핵심 고리 중 하나인 민 전 단장이 구속돼 원 전 원장을 포함한 ‘윗선’을 향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 전 단장은 민간인 외곽팀 운영 혐의가 드러나면서 4년 만에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는 2010∼2012년 당시 외곽팀을 운영해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도모하고 수십억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국가 예산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민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외곽팀 운영 혐의를 대체로 시인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선 “문제가 되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글 등이 쓰여진 것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부대 의혹은 ‘최윗선’인 MB를 정면으로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정원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검찰에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 회의에 참석해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며 “그동안 (국정원)은 저 자신과 제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 댓글로 공격을 일삼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국가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권력의 모든 책임은 법, 제도에 따라 해야 하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고소·고발 내용의 사실관계 조사를 마친 뒤 이 전 대통령 등 피고소·고발인 조사 일정을 결정할 전망이다. 

탈탈 털기
검 윗선 겨냥

청와대와 여당은 MB를 둘러싼 각종 의혹 중 국정원에 머물지 않고 BBK의혹까지 거론하면서 MB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정부질문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BBK 가짜 편지’ 사건을 거론했다.


BBK 가짜 편지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김경준씨가 국내로 들어온 것이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측의 ‘기획’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다. 바로 이 편지가 조작된 편지였다는 것이다. 

당시 이 편지를 발표한 사람은 지금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였다. 당시 홍 대표는 자신도 조작 여부를 몰랐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수사 후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박 의원은 당시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박 의원은 “가짜 편지에 윗선은 없다고 해서 꼬리를 잘라버렸다. 검찰이 다 면죄부를 줬다”고 말했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만약 박 의원의 주장처럼 BBK 가짜 편지 사건의 윗선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다면 검찰의 칼끝은 MB의 최측근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정부질문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새로운 단서가 추가로 확인되면 재수사 필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태풍을 예고했다. 

현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대선 유세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며 “이명박정부의 4대강, 자원 외교·방산 비리 등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비리 조사의 핵심은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부정축재 의혹이다. 

야권도 MB에 칼을 겨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 “단군 이래 최대 환경적폐라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진상과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성공한 사업이라 주장하지만 4대강은 ‘보’로 인해 느려져 녹조가 일어나고 생태계 파괴와 농작물피해 등이 발생했다”며 “(4대강 사업은) 생태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적폐”라고 주장했다. 

윗선 겨냥…누구까지 끌고 가나?
위기의 사자방…측근 “정치보복”

감사원은 지난 6월14일 4대강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예비조사 1차 실지감사를 거쳐 2차 실지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범위는 정책결정부터 성과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감사원은 MB정부서 관계 부처들에 탈법·편법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히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손질하는 과정서 청와대 및 정권 위선의 비정상적인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관계자들에게 추궁할 방침이다. 
 

MB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여당의 공세는 매섭다.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자원외교 부실을 언급했다. 그는 “무리한 자원 개발로 총 20조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했는데 이에 대한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게 누구냐.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10일 당 회의서도 MB의 자원외교는 도마 위에 올랐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해외 자원 개발은 무풍지대로 이명박정부가 수십조원을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사업”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장관, 박영준 전 차관 등 모든 분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구체적으로 수사대상을 언급했다.

당내 적폐청산위원회를 운영 중인 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에 맞춰 자원외교 부분을 공격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의 방산비리는 문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두는 부분으로 알려진다.

지난 7월17일 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 때 설립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의 재가동을 지시하면서 방산비리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사청장의 비리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도 제시했다. 그는 “개별 방산비리 사건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감사원과 검찰이 자체적, 독립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정기관 일각에선 방산비리 수사가 전 정권 실세들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 정권 실세였던 A씨가 방산업체 K사와 연결돼있어 검찰이 내사 중’이라거나 ‘이명박정부 때 국정원 등에서 해외무기 구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서 정권 핵심인사가 개입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말이 떠돌 정도다.

정가에선 방산비리 수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특혜 비리 의혹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강하게 반발
분열과 갈등

현 정부의 적폐청산 움직임에 MB 측근들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졸렬한 정치보복”이라며 “법적 근거도 약한 적폐청산위원회 등에서 임의로 국가기밀을 다루고 보고하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친이(친 이명박)계로 분류됐던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도 “무엇을 위한 적폐청산인지 지금 하는 행태들을 보면 되묻고 싶다”며 “결국 피는 피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적폐를 청산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분열과 갈등만 남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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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