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 의원은 최근 당 분위기에 대해“당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 당이 정체성을 찾지 못할 경우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탈당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내 분위기가 이처럼 뒤숭숭한 것은 ‘대안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민주 시니어’의 움직임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민주 시니어 회원 가운데는 60세 이상의 원로 의원들이 대거 포함되어 더 큰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 시니어 움직임에 따라 민주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이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기는 힘들다”, “당에 희망이 없다.” 민주당 한 의원이 던진 일침이다. 10·29 재보선 선거에서의 패배와 김민석 최고위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당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당 정체성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일부 의원들은 연말까지 당에 큰 변화가 없을 때에는 최악의 경우 ‘탈당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당근·채찍 동시에
이를 입증하듯 민주당 한 의원은 “당 정체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라며 “계속적으로 당에 변화가 없을 땐 민주연대 등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로 인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치·경제·행정 전문가들이 대거 모여 ‘민주 시니어’ 모임을 결정한 것. 민주 시니어는 60세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로 결성한 정치적 모임 단체. 연장자, 상급자라는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여 ‘민주 시니어’라는 이름을 지었다.
현재 민주 시니어 모임 회원수는 15명. 모임을 주도한 김성순 의원을 비롯해 문희상 국회부의장, 홍재형, 박상천, 신낙균, 김충조, 강봉균, 최인기, 서정표, 김영진, 김진표, 이성남, 이시종, 김희철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박지원 의원도 마지막으로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민주 시니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박 의원, 그리고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박 전 대표 등이 회원이어서 더욱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내 주류-비주류로 분류된 의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인 박 의원 등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원로인사들이 대안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민주 시니어 모임에 합류할 예정인 한 의원은 “계파를 초월하는 모임”이라며 “향후 민주당 발전 과정에서 시니어 역할이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때론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겠지만, 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못할 때에는 당 지도부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로 인사들을 중심으로 모임을 결성한 만큼 정세균 대표도 이들의 힘을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들이 당 행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 정 대표의 잘못된 정책 등을 꼬집을 태세다. 이는 정 대표에게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주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민주 시니어의 향후 행보는 어떠할까. 민주 시니어 모임은 오는 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정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세력이 많다는 점에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조언자 역할을 하자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게 김성순 의원 측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민주 시니어 모임은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만날지, 아니면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날지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윤곽은 첫 모임을 가진 이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민주 시니어 모임은 대표를 두지 않고 간사 한 명을 내정,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주요 현안 등에 대해 교감할 예정이다.
17일 결성 예정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내부가 한바탕 요동칠 뿐 아니라 당내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관측했다. 게다가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전면에 나서 고문역할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민주당은 10·29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이 변화해야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일환으로 민주 시니어 모임에 합류한 원로인사들이 그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들이 민주당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