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후… 바뀌는 투자지도

초강력 규제로 불리는 8·2대책이 부동산 투자지도를 바꾸고 있다. 발표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 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등 주택시장이 규제 유탄을 집중적으로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상가, 중소형빌딩, 오피스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심이 옮겨가고 있다.

8·2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 지형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조합설립 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마저 금지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7개월 만에 하락하는 등 재건축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거센 후폭풍
아파트 하락세

강도 높은 대책으로 1025조원에 이르는 단기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강화로 주식시장까지 위축되면서 부동산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투기를 봉쇄하자 규제가 덜한 1기 신도시인 평촌과 분당, 일산 등 대책 사각지대로 부동산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과천의 아파트 값은 최근 0.01%로 하락했지만, 같은 시기 분당은 0.19%에서 0.29%로 상승했다. 인천도 0.09%에서 0.12%로 상승폭이 커졌다. 

주거용 시장에서도 비규제 지역이나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뛰어넘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아예 시선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나올 수 있다. 기존 주택 투자자금과 규모가 비슷한 부분 점포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주거용 중에서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남아있다고 판단되는 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강화 등 규제 유탄을 집중적으로 받는 데다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마저 분양권 전매제한이라는 규제를 받으면서 상가나 중소형 빌딩 등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주택 구입 때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해야 하는 것과 달리 상가나 중소형 빌딩은 규제를 받지 않고, 건물가치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상가 역시 다주택자들의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보유 주택을 팔아 상가매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방안이 총동원되면서 당분간 부동산 투자 열기는 아파트에서 상가나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 오피스텔, 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갈 전망.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 조치로 오피스텔 열기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발표 한달 넘었는데 아직 혼란
재건축 등 주택 시장에 직격탄

새 정부 들어 6·19와 8·2대책을 통해 주택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된 반면 상가에 대한 규제는 추가된 게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택은 대출받기가 크게 어려워졌지만 상가는 지금처럼 감정가액의 40%에서 최대 80% 가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 이후 세금이 크게 늘어나지만 상가에 대한 세금은 바뀌는 게 없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상가투자의 관심지역으로 8호선 연장 호재와 올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다산신도시와 개발호재가 풍부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8·2대책은 전방위적 규제로 불릴 정도로 강력해, 분양권 거래가 자유롭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수익형 부동산 분양도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상가의 경우 시세가 많이 오른 서울 도심 역세권보다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주목하는 것이 좋다. 레지던스는 공급물량이 없었거나 적었던 공급가뭄지역을, 섹션 오피스의 경우 오피스텔 공급 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노려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규제 벗어난 지역의 신규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얻을지도 관심사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상가나 분양형 호텔 등 다른 수익형부동산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어 인기가 꾸준했다. 새로 분양되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청약장벽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거주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는 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중복청약과 제3자 대리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청약 당첨 후 바로 전매를 할 수 있어 투자용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8·2대책에 오피스텔 규제가 다수 포함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내 오피스텔은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금지되며 거주자 우선 분양 요건(20%)도 도입된다. 관련 업계는 일반 주택처럼 청약 여건이 강화되면서 점차 투자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를 피해간 지역에서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성된 각종 기반시설을 함께 누리면서도 규제와 무관한 서울 및 세종시 인근 지역으로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준공공
뜨는 임대 사업


국내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외국인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임대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미군부대 이전 호재를 갖춘 평택이나 서울 상암동, 홍대, 용산, 강남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이 눈길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 임대를 선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이 가능한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사업의 최대 장점은 통상 1~2년 계약 기간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아 체감수익률이 높고, 임차인과 월세문제로 갈등을 빚을 일이 없다. 그들이 속한 직장이나 국가에서 대납해주는 경우가 많으며 월세 중심의 임대차가 일반적인 외국인은 월세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 보증금과 확정일자가 필요 없어 소득공제도 잘 신청하지 않아 월세소득에 대한 노출이 적다. 다만 고가 월세로 주택임대소득 과세에 부담감이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한국에 단기체류 목적의 거주자는 일반적으로 생활 집기들이 모두 마련돼 있는 풀옵션 형태를 선호한다. 먼 타국으로 온 외국인들은 같은 국적이나 문화, 종교를 가진 사람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생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가 임대사업에 유리하다. 교육환경도 중요하다. 과거 일본인들은 일본인 학교가 있는 용산구 이촌동을 선호했으나 학교가 상암동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상암동으로 이사를 한 것도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준공공임대 아파트 사업도 틈새 부동산으로 뜨고 있는 아이템이다. 준공공임대란 말 그대로 공공임대주택의 성격을 띤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2013년 12월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주택을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중 요건에 맞는 사업자에게 여러 가지 세제혜택을 주고, 그 대신에 주택을 값싸게 임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먼저 올해 말까지 계약 시 재산세·양도소득세 감면 효과가 있다. 준공공임대사업자 등록 시 양도소득세 100% 감면을 해주는 시한이 2017년 12월31일까지로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으면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준공공임대사업자 요건과 혜택은 다음과 같다.

전용면적 85㎡ 이하 1호 이상이며 전용면적 85㎡초과 다가구주택도 등록이 가능하다. 8년의 임대의무기간과 연간 임대료 증액 5%한도가 적용되며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5년 12월29일 개정으로 2016년부터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됐고, 최초 임대료 규제는 폐지됐다. 전용면적 60㎡까지 8000만원(2%), 60~85㎡ 1억원(2.5%), 85~135㎡ 1억2000만원(3%) 8년 만기 일시 상환으로 자금지원이 된다. 

상가, 중소형빌딩, 오피스…
규제 덜한 곳으로 투심 이동

취득세는 전용면적 60㎡이하 면제, 60~85㎡(20호 이상 취득) 50% 감면되고, 200만원 초과시 15% 최소납부를 한다. 재산세는 40㎡까지 10% 감면(50만원 초과 시 15% 납부), 40~60㎡ 75% 감면, 60~85㎡ 50% 감면이 적용된다. 2018년까지 2세대 이상만 적용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2014~2017년 말까지 매입 후 10년 이상 유지 시 100% 감면(비과세와 달리 양도세 신고를 해야 하고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내야 함)이 되며, 그 외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8년 임대 시 50%(주택임대사업자 30%), 10년 임대 시 70%(주택임대사업자 50%) 적용된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전용면적 85㎡ 기준시가 6억원 이하, 3호 이상 임대 시 75% 감면(주택임대사업자는 30%감면)이 되며 종합부동산세는 합산배제가 된다.

혜택이 많은 준공공임대사업자라도 무조건 해야 하는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긴 의무보유기간이다. 각종 세제혜택이 주택임대사업자보다 많지만 4년 의무보유인 주택임대사업자와 달리 의무보유기간이 8년이나 되고 양도세 감면혜택까지 받으려면 임대료 증액 연 5%(2년 임대기간 감안하면 실제 2년 5%) 한도로 10년을 보유해야 한다. 규정 미 준수 시 과태료 징수와 더불어 범법의 소지가 될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타 소득이 많을 경우 종합소득에 불리하고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아니면 지역가입자를 가입해야 하니 4대보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사업자를 낸다는 것은 정부의 관리대상이 되는 것이고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 목적에 맞춰 장점과 단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히 10년을 보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판단을 한 후 준공공임대사업자를 등록하겠다고 한다면 올해 말까지 등록을 해서 10년 보유 후 양도세 100%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토지 투자다. 8·2대책 아파트 규제에 토지 투자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지난해 11·3 대책을 시작으로 올해 8·2대책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대출과 청약, 전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를 대체할 투자 대안으로 토지를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토지는 해당 물건의 잠재가치를 미리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부동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개발계획 정보에도 밝아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려운 분야다. 


경매시장 열기
토지도 뜨거워

하지만 최근에는 토지 관련 정보를 지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나 민간 부동산정보업체 등을 통해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분양업체 측에서도 빠른 매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이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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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