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세풍 ‘키워드5’

세무조사도 적폐청산…걸리면 털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목표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정부 기조에 맞춰 세무조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물론 재계도 예외일 수 없다. 적폐로 분류되면 시작되는 세무조사. 정부의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세무조사를 분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청와대 여민관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서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 문제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의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산비리

문 대통령의 일성에 방산업계에 시선이 쏠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있기 3일전인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원가 조작을 통해 개발비를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방산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자연스레 방산관련 업체에 눈길이 쏠리는 모양새가 됐다.


사정당국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동력 삼아 KAI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관련 임직원들을 출국금지하고 협력사 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하성용 KAI 대표가 20여개 협력업체들 중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과대계상한 후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수사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큰 성과는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수사당국은 당초 분식회계 혐의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수사의 틀을 짰지만 수사 착수 두 달이 흐른 현재 핵심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지 않다. 

특히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채용 관련 의혹이라 전체적인 수사 방향이 이미 틀어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MB 4대강 관련 건설사 정조준
방산비리 일성에 대기업 벌벌

이 같은 상황서 지난달 25일, 국세청서 한화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방산비리와 관련된 전선을 넓히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화 측은 통상적인 세무조사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렸다. 조사 4국은 일반적으로 탈세와 관련한 혐의점을 발견했을 경우 조사에 착수한다.
 

따라서 최근 방산비리와 관련해 정부의 의지가 높은 상황서 정부가 KAI 조사에 이어, 방산 관련 주요 계열사가 많은 한화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실제 조세당국은 방산비리 계열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한화 방산부분, 한화테크원,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김승연 회장 비서실 등 4곳에 대해 회계와 재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화테크원의 경우 KAI의 수리온 헬기와 고등훈력기 T-50, 경공격기 FA-50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한화시스템은 전장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한화는 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와의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된 기업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앞서 세 차례의 면세점 특허심사서 관세청이 점수 조작으로 결과가 바뀌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락이 바뀐 업체 가운데 심사에 통과한 업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특히 시기가 박근혜정부 시절이었기 때문에 최순실 국정 농단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면서 면세점 사업권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은 고조됐다.

한화 역시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된 업체 가운데 한 곳이었다. 2015년 11월 면세점 사업권을 땄지만 이 과정서 점수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박근혜정부 시절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서 비리가 있었다고 발표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이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세무조사에 따라 수상한 자금의 흐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한화의 상황이 더욱 비관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는 현재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이태종 한화 대표이사는 최근 세무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배경을 잘 모른다. 정도경영을 해왔으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선 정부의 사정기관이 칼날을 겨누고 있는 한화의 상황을 ‘시계 제로’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면세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한화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때문만은 아니다. 건설사로서 면세점을 새먹거리로 택한 현대사업개발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소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회계장부를 영치하는 등 세무조사에 나섰다. 현대산업개발 본사뿐만 아니라 HDC그룹 계열사 일부에도 조사요원이 파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HDC신라면세점 관련 의혹을 겨냥한 세무조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손을 잡고 사업권을 따내 현재 서울 용산서 영업 중이다.

물론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사인 만큼 건설업계 역시 이번 세무조사를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후 이명박정부 시절 국책 사업인 4대강 관련 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당시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의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SK건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4대강 관련 감사를 위한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요원들이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건설 본사에 투입되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2012년 4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은 지 5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정부가 4대강 관련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국정 농단

또 공정거래위원회서 적폐로 분류되는 불공정하도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기조에 발맞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공정위원장직에 오르면서 불공정하도급 문제를 척결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 부는 긴장감은 상당했다. 현재 공정위의 행보는 불공정하도급을 개선하기 위해 실태 조사에 착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정위는 최근 대림산업의 최대주주 대림코퍼레이션과 부영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SK건설의 세무조사를 두고 불공정하도급 조사에 대한 전초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SK건설이 하도급업체와 체결한 공사계약서와 달리 대금을 부풀려 계산서를 발행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하청업체에 부당한 갑질 또는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조세를 포탈한 흔적은 없는지, 그리고 정상적으로 법인세를 신고 및 납부했는지를 조사할 예정으로 보인다.

최순실 그림자 면세업계 긴장
프랜차이즈 갑질에도 ‘메스’

SK건설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기업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마무리돼 추후 상황에 주목되고 있다. 국세청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조세회피 행위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방침을 세워 관심이 모이고 있다. 

<조세일보>에 따르면 앞서 미국의 종합금융회사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국적기업

지난 4월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조사요원들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에 들어가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세거래조사국은 통상 기업의 역외탈세와 해외거래 흐름을 조사한다. 일정 지분율 이상의 외국 투자법인 등을 주로 조사하며 국내법인 가운데서도 국제거래가 활발한 기업에 대해 조사하기도 한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측은 올해 1월10일부터 현재까지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 국제조사1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번 세무조사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 조사 결과에 따라 세금 리스크가 같은 씨티그룹 기업집단에 속한 한국씨티은행까지 옮겨 붙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앞선 2015년 2월부터 5월까지 해외용역비 과다 문제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경영자문료라는 명목으로 미국 본사 등 해외에 자금을 송출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계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커피브랜드 스타벅스, 명품브랜드 루이뷔통, 구찌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서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수익은 본사인 외국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로열티나 배당, 용역비 등을 통해 본사에 수익을 보내는 데 그 규모가 비공개라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씨티그룹의 세무조사는 단순 세무조사로 그칠지 전선이 확대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국세청이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을 세무조사 실시하면서 프랜차이즈 관련 업체를 사정 칼날 위에 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선 미스터피자의 MP그룹이나 bbq의 제너시스와 같이 논란이 있었던 프랜차이즈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25일 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박기영 회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프랜차이즈 본부의 편법적 탈세를 엄정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갑질 사태 등과 무관하게 지난해 주식 변동이 있어 그와 관련된 문제로 세무조사를 받은 것”이라며 “2주 전에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 세무조사 사항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박기영 회장은 영유아 놀이 교육 프로그램 ‘짐보리’를 국내에 들여온 짐월드 대표다. 지난 1월 제6대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편법 승계

대표적인 적폐 의혹 기업으로 분류돼 사정 칼날에 선 기업도 있다. 하림이 그 주인공이다. 하림은 얼마 전인 2015년 특별 세무조사가 있은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세무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림은 공정위가 적폐라고 판단하고 있는 ‘경영권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두 가지 사항 모두 해당하는 의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은 최근 편법 경영권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1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서 증여세 100억원을 내는데 그쳤으며 이 또한 사실상 회사가 대납해줬다는 비난이 일었기 때문이다.

준영씨는 20살이던 2012년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았고,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하림그룹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지배력을 확보했다. 

에코캐피탈은 올품의 100% 자회사로, 2015년 올품이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로부터 매수한 후 사실상 준영씨 개인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림 역시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후 상황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논란의 세무조사 “다시 꺼낸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달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 없이는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며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일부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지난달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세청은 이날 발표한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통해 과거 정치적 논란이 됐던 세무조사를 돌이켜보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한 청장은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별도 TF를 구성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세정집행의 공과를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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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