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 청소년 잔혹 범죄 백태

부모 죽이고 친구들 성매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0대들의 범죄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그 잔혹한 범죄 행태에 전 국민은 경악에 빠졌다. 지난 7일 오전 9시30분 기준 소년법 폐지 청원에 20만명 넘게 참여하는 등 심각성을 인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한 데 모이고 있다.
 

피해 여중생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피해 여중생은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 골목길서 가해자들에게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00여 차례나 두들겨 맞았다.

부산, 강릉…
잇단 폭력 사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드시 청소년 보호법을 폐지해야 합니다’는 청원에 23만3200명이 참여했다(7일 오전 9시30분 기준). 강원 강릉과 충남 아산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강릉과 아산서 일어난 사건은 각각 7월과 5월에 있었던 일로 뒤늦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피해 여중생은 강릉 경포 해변과 가해 여고생 중 한 명의 자취방을 옮겨 다니며 얻어맞았다. 가해 여고생들은 폭행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에는 피해 여중생을 구타하면서 금품을 빼앗거나 머리나 몸에 침을 뱉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산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은 피해 학생 가족에 의해 드러났다. 

지난 5월14일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2명이 피해 여중생을 모텔에 감금하고 1시간 넘게 폭행했다. 가해 여학생들은 발길질을 하고 쇠파이프로 마구 때린 것도 모자라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게 하거나 담뱃불로 허벅지를 지지기도 했다.

잔혹성이 극에 달한 10대들의 범죄 현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최근 5년간 살인과 강도, 강간·추행, 방화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10대가 1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4대 강력 범죄로 검거된 10∼18세는 모두 1만5849명으로 집계됐다.

어른 뺨치는…“애들이 더 무섭다”
살인 강간 방화 등 10대 범죄 기승

범죄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10∼14세)의 강력 범죄 역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총 2095명이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 전체 10대 강력 범죄의 13%가량을 촉법소년이 일으킨 셈이다. 
 

박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현재의 계도와 보호 목적의 촉법소년 제도가 범죄를 억제하고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라며 “10대 범죄가 갈수록 수법이 잔인해지고 지능화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죽이고 유기하고’ 살인 = 지난 3월 인천서 일어난 초등생 살인사건은 치밀한 범행 수법과 잔혹한 행위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보다 더 국민들을 경악케 한 것은 가해자가 미성년자였다는 점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사건의 주범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빌리려던 8세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했다. 또 공범에게 시신의 일부를 전달하는 엽기적인 행위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2014년 김해서 발생한 여중생 살인사건은 ‘중학생이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수법이 극악무도했다. 15세 여중생 4명은 20대 남성 3명과 함께 또래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이후 이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피해 학생을 구타하는 등 학대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강제로 소주를 먹이고 토사물을 핥게 하거나 끓는 물을 붓는 등 끔찍한 행위를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피해 학생은 탈수와 쇼크로 사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해자 일당은 증거 인멸을 위해 시체에 불을 지르고 시멘트를 뿌려 범행을 은폐했다.

2010년 서울 홍은동서 일어난 살인·시체 유기 사건도 경악할 수준이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자신들을 험담한다는 이유로 사흘간 감금하고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들은 피해 학생이 사망하자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렸다. 

당시 피해 학생이 숨지자 “무게를 줄이자”며 거꾸로 매달아 피가 빠지게 했다는 가해자 일당의 행위가 드러나면서 10대들의 엽기 행각에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09년에는 경기도 성남서 지적장애를 안고 있던 10대 소녀가 살해된 뒤 암매장 당한 사건이 있었다. 소녀의 시신은 이불에 쌓여 인근 야산서 발견됐다. 

경찰은 살해 혐의로 피해 소녀와 동거 중이던 10대 소년·소녀 4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20일 동안 피해 소녀를 감금하고 구타해 살해했다. 가해자 일당은 소녀의 팔다리를 노끈으로 묶어 놓은 뒤 매일 1∼3시간씩 폭행했다.

살해 수법 잔혹
범행 은폐까지

시간이 갈수록 폭력의 수위는 높아졌다. 심지어 가해자 중 한 명은 소녀의 몸에 이물질을 넣고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그는 경찰에서 “재미로 해봤다”고 진술했다. 소녀가 죽자 가해자들은 시신을 암매장하고 태연하게 생활을 계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 죽이고 때리고’ 패륜 = 평소 용돈을 적게 준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던 10대 아들이 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때려 죽인 패륜범죄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소년은 인천 남동구 원룸주택서 50대 아버지를 밥상 다리와 효자손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아버지는 뇌병변을 앓고 있어 아들의 폭행을 막지 못했다. PC방비 2000원서 비롯된 살인이었다.

지난해 12월 대전 유성구서 반찬 투정을 하다가 홧김에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10대 소년의 일도 있다. 이 소년은 “자신에게 계속 밥을 먹으라는 어머니에게 반찬 투정을 하다가 홧김에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2014년 2월 강원도 원주서 잠자고 있는 아버지를 둔기로 내리친 혐의로 10대 소년이 붙잡혔다. 소년은 자신의 집 안방서 자고 있는 아버지의 머리를 망치로 두 차례 내리쳤다. 다행히 아버지는 망치에 빗맞아 목숨을 건졌다. 소년은 평소 아버지가 진로 문제 등으로 잔소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보다 1년 전에는 오토바이를 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흉기로 찌른 사건도 있었다. 범행을 저지른 아들은 평소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부모에게 졸랐지만 사주지 않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강간에 성매매 강요’ 성범죄 = 지난해 12월 청주의 한 술집서 10대 여학생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 일당 중 1명은 범행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교실에서 동급생과 돌려본 혐의도 받았다. 

대학생 1명과 고등학생 2명의 가해자는 올해 6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충격도 상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범행 당시 모두 소년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여중생에게 술을 먹인 뒤 집단으로 성폭행한 10대들의 범행도 충격적이다. 지난해 4월 군산시 소룡동서 일어난 사건은 가해 학생들이 미리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가해자는 피해 학생이 경찰에 신고하자 인근 노래방으로 데려가 “왜 신고했느냐”며 1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도 받았다.


술에 취해 잠든 또래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10대 4명이 경찰에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모텔 인근 공터서 피해 학생의 일행과 술을 마신 뒤 모텔에 투숙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성폭행에 가담한 두 명에게 피해자와 합의한 점, 만 17세의 소년으로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필요성이 있는 점 등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15년 인천 남구서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또 다른 미성년자를 집단 성폭행한 19살 동갑내기 6명이 잡혔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피해 여성을 협박, 인천 남구와 부평구 일대 모텔서 4차례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했다. 

잔소리에 버럭
부모도 죽인다

또 일부 가해자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 여학생을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까지 받았다.

군산서 발생한 초등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지역 사회뿐 아니라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2010년 6월에 일어난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중학생이었다. 이들은 1년에 걸쳐 모두 7차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

200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도 10대들의 잔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범죄 사례다. 밀양 지역 고교생 등으로 이뤄진 가해자 일당은 여중생 자매를 비롯, 그들의 고종사촌까지 집단 성폭행하고 구타하는 등 끔찍한 짓을 1년에 걸쳐 자행했다.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41명에 달했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명만 소년부로 송치됐고 그 중에서도 5명만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열 받으면 불?’ 방화 = 올해 3월 차량과 건물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고 경유를 끼얹어 방화를 시도한 10대 3명이 경찰에 잡혔다. 이들은 부산 덕천동에 있는 건물 외벽과 차량 6대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고 근처서 훔친 경유를 끼얹어 불을 지르려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가출한 10대 소년이 70대 할머니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다. 소년은 할머니가 가출 사실에 대해 꾸짖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안산의 실용음악학원에 불을 지른 10대 고등학생 사례는 사망자까지 나와 그 여파가 상당했다. 이 불로 학원 강사와 수강생 등 2명이 숨졌다. 두 사람은 출입구에서 가장 먼 부스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어 미처 탈출을 하지 못했다.

2015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서 부탄가스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대안학교로 전학간 학생이 이전 학교를 찾아 저지른 범행으로, 인터넷 상에는 범행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올라왔다. 

5년간 1만5000명 경찰행
소년법 개정 요구 쏟아져

소년은 미국 버지니아 공대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처럼 테러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진술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견디지 못하고’ 자살 =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학생들의 사례는 10대 범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 여중생 자살사건의 원인이 뒤늦게 학교 폭력으로 나타났다. 전주 완산경찰서와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주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여중생은 지난달 27일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사건 초기에는 이 학생이 우울증을 앓았고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이력이 있던 점에 비춰 정신질환에 따른 자살인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이 학생이 학교 폭력을 당해 34번에 이를 정도로 많은 상담을 받은 이력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30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자살한 학생은 가해 학생들에게 밤 늦게 불려 나가 폭언과 폭행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울산의 한 문화센터 옥상서 울산 모 중학교 1학년생이 투신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학생은 3월부터 동급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이 상황을 비관해 4월에도 학교 3층서 뛰어내리려 했으나 당시 주변 학생들의 만류로 뛰어내리지 못했다.

대구서 일어난 중학생 자살 사건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특히 자살 직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저앉아 서럽게 우는 장면이 CCTV에 포착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2011년 일어난 이 사건서 피해 학생은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등 괴롭힘에 시달렸다. 특히 가해자 일당이 물고문까지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다. 소년이 자살 전 남긴 유서에는 가족들을 생각하는 애틋함이 가득해 안타까움이 더했다.

도를 넘는 10대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들을 처벌하는 소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국민 여론은 소년법 폐지나 개정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소년법 폐지 요구↑
신중론도 만만찮아

소년법을 믿고 범죄를 저지르는 10대가 늘어나는 만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처벌이 범죄 감소의 정답은 아니지만 10대 범죄가 점차 저연령화, 흉포화 되는 현실에 맞춰 소년법을 손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소년법 개정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잔혹 범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추궁할 필요는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처벌 이후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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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