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0)침입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1 10:17:01
  • 호수 1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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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영토로 유인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확신에 찬 연개소문의 표정에 모두 오백을 외치며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순간 선도해가 고구려와 당나라의 지형이 그려있는 지도를 펼쳤다.

이어 연개소문이 지형과 타격 지점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말 그대로 기습 타격입니다. 당나라의 수군 기지를 공격하고 곧바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양만춘이 가만히 그 말을 새기다가 미소를 머금었다.


“막리지께서 손수 움직이시어 당나라 오랑캐 놈들을 자극해서 고구려 영토로 유인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

“바로 말하였소. 당나라로서는 전혀 의외의 상황을 만들고 그들의 침입을 유도하여 고구려 영토 깊숙이 끌어 들일 참입니다. 그리고 우리 영토에서 적의 주력을 박살내고 끝까지 몰아붙여 저들을 끝장내겠소.”    

“만약 저들이 쳐들어오지 않는다면?”

전운 감돌다

고정의가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저들은 반드시 침공할 것입니다.”

“확신이라도 있습니까?”


“일종의 자존심이지요. 당태종이 본토까지 침범 당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본인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고구려를 정벌하고자 할 것이오.”

“하기야, 들리는 바에 의하면 당태종이란 인물이 자존심이 강하다 합디다.”

선도해의 설명에 고정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결국 막리지께서 이번 참에 당태종을 잡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다.”

“당태종뿐만 아니오. 방금 이야기한 대로 지금이 고구려 혼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요. 그 과정에서 방자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을 제물로 삼겠다는 의미요.”

연개소문이 주요 지휘관들에게 차후에 전개될지도 모를 상황에 대해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고 최정예 병사들을 이끌고 요동반도로 이동했다.

그곳에 이르러 잠시 휴식 겸해서 바람의 흐름을 살피고는 한날 오후 드디어 배를 띄웠다.   

육지를 벗어나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자 행여나 일어날지 모를 멀미를 예방하고자 배와 배를 연결시켰다.

그 상태에서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며 가기를 하루가 흐르자 멀리서 산동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각 그곳에 멈추어 밤이 되기를 기다리다 조심스럽게 육지로 접근했다.

해변에 닿자 곧바로 당의 수군기지로 정찰병을 보냈다.

밤이 깊은 시각 정찰병이 적의 동태를 전했다.


고구려 군의 침입은 그야말로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술을 마시며 흥청망청 나대고 있고 병장기의 모습조차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 말이 쉽사리 이해되었다.

수군, 그저 명맥만 유지하는 그들이 행여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듯했다.

보고를 접한 연개소문이 해안을 따라 당의 수군기지로 이동했다.

기지 가까이 도착하여 살피자 정찰병의 말 대로 그야말로 흥청망청했다. 

그 자리에서 적의 막사를 주시했다.


장군기가 흐릿한 불빛에 휘날리는 모습을 살피고 선도해와 중간 지휘관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신호에 따라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이 장군기가 흔들리는 막사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 스쳐 지나가는 당나라 군사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 현상에 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막사 가까이 이르자 문 앞에 앉아 졸고 있던 보초가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연개소문을 주시하다 일어섰다. 

“누구요!”

평소 낯이 익지 않은 연개소문의 출현에 적이 경계를 품은 듯 자세를 바로 했다.

“날세.”

뚜렷하지 않은 목소리로 답한 연개소문이 급히 병사에게 다가섰다.

병사가 가까이 다가선 연개소문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자 고개를 돌려 주변 상황을 둘러보고는 바로 칼을 뽑아 병사의 목을 찔렀다. 

고구려-당나라…일촉즉발 상황 
움직인 연개소문…과연 결과는?

막 뭐라 말을 하려던 병사의 입에서 마치 술을 마셔 트림 하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를 살피며 다시 신속하게 칼로 병사의 심장을 찌르고는 쓰러지는 병사의 어깨를 잡아 방금 전 앉아서 졸던 상태로 돌려놓았다. 

이미 황천길에 들어선 병사를 바라보며 가벼이 혀를 차고 막사의 문을 슬그머니 젖혔다.

저만치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자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가까이 다가갔다. 

깊은 잠에 빠져 코를 고는 놈으로부터 술 냄새가 진동했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혀를 차며 두 손으로 칼을 바로 세워 칼끝을 목젖에 올렸다. 

가만히 놈이 호흡하는 모습을 살피다가는 숨을 들이 쉬는 순간에 그대로 칼을 밀어 넣었다.

잠시 뼈에 걸려 멈칫하던 칼이 이내 목을 관통하고 침대 바닥에 닿았다. 

코 고는 소린지 목에 구멍이 나며 나는 소리인지 괴상한 소리가 놈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를 살피며 칼을 뽑아 다시 심장을 향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품에서 ‘대 고구려 막리지 연개소문 방문’이라 적힌 종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급히 막사를 벗어났다.

막사를 벗어나 주위를 살피자 검은 그림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연개소문이 하선하며 병사들에게 주문했었다.

기습타격인 만큼 소리 내지 말고 한 놈씩만 죽이고 신속하게 집결 장소로 이동하라고. 

어둠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집결장소에 도착하자 이미 임무를 완수한 여러 병사들이 선도해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노고를 치하하고 빨리 배로 이동하라 지시했다.

“대감, 속이 후련합니다.”

군사들과 함께 바다로 나왔을 때 동풍이 불고 있었다.

선도해가 마치 바람에 얼굴을 내밀듯이 코를 벌름거리며 연개소문 곁으로 다가섰다.

“마찬가지요.”

“이제는 이세민이 직접 침공을 감행하겠지요?”

“당연히 그리해야 하는데.”

“마음에 걸립니까, 대감.”

선도해가 바다를 향하던 얼굴을 연개소문에게 돌렸다.

“워낙에 쥐새끼라 말이오.”

“그러면!”

선도해의 표정이 어둡게 변해갔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책사. 우리가 이 날을 기다려 온 시간이 얼마요.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일을 감행하여 반드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합시다.” 

유신의 비애

김유신이 급히 말을 달려 춘추의 집에 도착했다.

슬금슬금 붙기 시작한 지소와의 사랑이 흡사 불에 기름을 부은 듯 타오르는 중이었다.

그런 연유로 일주일이 멀다하고 압량주에서 경주까지 달려가 지소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집에 들어서자 춘추와 문희가 마중했다.

주위를 두리번 거려 보았으나 자신이 오면 멀찌감치서 말발굽 소리를 듣고 마중 나왔던 지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신이 급히 말에서 내려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섰다.

“오라버니, 축하해요.”

“처남, 아니 이제는 사위라 불러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여하튼 축하드립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들이신가?”

“오라버니, 무슨 일이겠어요?”

“무슨 일인데. 혹시 지소와 관련해서…….”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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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