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추다르크 1년 성적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8 10:41:41
  • 호수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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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킹메이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당권 도전에 나섰던 그는 정치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를 일궈냈다. 최근에는 친문(친 문재인)계와 각을 세우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터닝포인트를 지난 추 대표의 공과를 분석해봤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당 대표로서 공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해 8월27일 민주당 전당대회서 친문계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 대표에 올랐다. 

혜성처럼 등장
공과 재조명

당시 당 대표 수락연설서 추 대표는 “흩어진 지지자들을 강력한 통합으로 한 데 묶어 기필코 이기는 정당, 승리하는 정당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다”며 “우리 대선승리를 위해 모두 땀 흘리는 전사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내 통합을 바탕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나설 것으로 보였던 추 대표는 당 대표에 오르자마자 ‘돌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9월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당시 예방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추 대표는 “민주주의 역사의 피가 흐르는 민주당의 대표로서 당과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예방 목적은 모든 세력을 포용하고자 했던 마음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반성과 성찰을 거부한 상태서의 예방은 적절치 않다는 당과 국민의 마음이 옳다고 보여진다”고 해명했다. 


한 번의 돌출 행동 이후 추 대표가 당을 재정비할 여유 없이 곧바로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청와대와 당시 여권을 향해 추 대표는 날선 공세를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과를 요구하고,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등 전 정권을 압박했다. 

광폭행보를 보이던 추 대표는 지난해 11월 ‘돌출 행동’으로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 및 하야 요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14일 추 대 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양자 회담을 단독으로 제안한 것이다. 

취임 1주년…촛불, 탄핵, 대선 치러
당 통합 일등공신…대선 승리 견인

당시 추 대표는 “오늘 이른 아침에 제1 야당 대표로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와대에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 제안을 즉각 받아들여 다음날 영수회담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양자 회담에서 배제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야 3당 대표 회담이 예상되는데 아침에 느닷없이 추미애 대표가 양자 회담으로 결판을 내자고 제안했다”며 “과연 야권 공조는 어떻게 하고 야권의 통일된 안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야권 공조가 파기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야당도 필요하면 청와대와 순차적으로 (영수 회담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 공식 창구서 추 대표를 감싸는 발언을 했지만 당내 반발은 거셌다.


결국 추 대표는 영수회담 계획을 철회했고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을 하기로 덜컥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셈이다.

추다르크 리더십 
대선 관리 호평

추 대표가 오락가락 행보만 보인 것은 아니다. 원내 제1야당으로서 탄핵정국을 주도하며 촛불집회를 견인한 점에서 추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서 탄핵이 인용된 후에는 곧바로 이어진 조기대선 국면서 당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경선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 선대위의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최일선서 진두지휘했다. 

실제로 이번 대선을 두고 정치권에선 인물 중심의 대선이 아닌 당 중심의 선거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당내 경선과정서 후보간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추 대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통합을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대표에 대해 “이런 큰일을 겪으며 민주당이 별다른 잡음 없이 단일 대오를 유지한 데에는 분명 추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 대선 때는 지난 2012년 대선 때와는 다르게 당이 혼연일체가 돼 선거를 치렀다. 문 대통령도 ‘이번 정부는 민주당 정부’라고 말했을 정도”라며 “그만큼 당의 위상도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또 다른 인사는 “민주당은 대선 이후 50% 이상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강한 정당’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며 “추 대표가 당 수장의 역할을 잘한 셈”이라고 말했다. 대선 승리를 이끈 그는 대선을 전후로 해서 청와대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추 대표는 대선 본선 과정서 중앙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에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내정했다. 이에 임종석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은 ‘일방적 발표’라며 재조정을 공개 요구키도 했다.

추 대표 측은 후보의 동의를 구한 인선이라며 임 실장 사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추 대표가 김 전 의원을 민주연구원장에 앉히면서 친문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었다. 

대선을 치른 지 6일 만인 지난 5월15일 추 대표는 당직 인선 발표하면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친문계 인사들을 다수 기용했지만 당 일각에선 “대선 승리 위해 뛰었던 당직자들을 해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당시 인사를 반대해온 대표적 친문계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은 추 대표가 마련한 점심식사도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 대통령 측근 인사는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까 봐 일단 참지만 언제 불만이 폭발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한 리더십 및 강경 발언으로 당 통합을 이끈 그지만 제보조작 파문 당시 ‘머리자르기’ 발언은 추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혔다. 

지난달 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추 대표는 국민의당이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을 사실상 이유미씨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것에 대해 “단독 범행이라는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맹비난했다. 머리자르기 발언은 곧바로 추 대표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해당 발언에 국민의당은 발끈했다. 전직 대표이자 대선 후보를 향해 ‘머리자르기’란 표현을 썼다는 것이 정치 도의적으로 볼 때 수위가 너무 심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국민의당의 도움으로 추경 통과를 바라던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아울러 추경안 통과를 국정운영의 시발점으로 본 청와대도 입장이 곤란해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찾아 대리사과를 하면서 이른바 ‘추미애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추 대표는 그는 그러면서 “대표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권을 받쳐주는 그릇이 부서지는 것”이라고 말해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정발위 파문
일시적 갈등?


최근에는 정당발전위원회(이하 정발위)를 두고 친문계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지난 18일에는 정발위 구성을 논의하는 의총장에서 추 대표와 친문 의원들은 논쟁을 이었다.

추 대표는 혁신안 변경이 “당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만 친문계 한 의원은 “새로운 룰을 적용하더라도 다음 지방선거는 아니다. 이미 ‘1년 전 경선룰 발표’라는 당헌·당규를 어긴 상황서 룰을 뒤집는다면 새롭게 만든 룰도 다음 지도부가 지키지 않을 수 있는 개연성을 남길 뿐”이라고 반발했다.   

표면적으론 정발위 때문에 빚어진 일시적 갈등으로 보이지만, 친문계의 집단 반발은 단순히 정발위 때문이 아닌 추 대표에게 쌓여온 불만이 이번 기회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 대표는 대선 직후 당이 국무위원 공직자 인선 관련 추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친문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은 추 대표와 친문계 간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당 최고위는 지난 23일 비공개 회의서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룰은 정발위서 논의하지 않고 사무총장 직속의 ‘지방선거기획단’을 구성해 다루기로 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서 “정발위는 당원권 강화와 당의 체질·문화 개선, 100만 당원 확보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구로 활동할 것”이라며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지방선거기획단에서 당헌·당규 해석과 시행 규칙을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앞서 추 대표는 정발위서 지방선거 공천 방안까지 논의하려 했다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와 시·도당 위원장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오락가락 행보…거친 발언으로 구설
추vs친문 갈등…지방선거서 또 중책

이번 발표로 정발위 사태는 표면적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양 측이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갈등을 드러낸 만큼 앞으로 당 운영과 지방선거 공천 방식을 놓고 불협화음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특히 친문계와의 정발위 갈등이 추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추 대표는 청와대의 대리 사과로 관계가 불편했던 임 비서실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만찬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정책적 논의는 없었고 순수하게 격려하는 자리였다”며 “25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정책 얘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정부이며 튼튼한 당·청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한 마음으로 국정과제를 실현하고 정기국회에 임할 것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측에선 추미애 대표, 이춘석 사무총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전병헌 정무수석 등 12명이 참석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낸 추 대표는 남은 1년 동안은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도 개혁 작업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우선 이번 정기국회서 국정의 주도권을 쥐고서 민생·개혁 법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입법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여소야대 국회서 다른 정당과 잘 협치를 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와도 생산적인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6·13 지방선거
선거 여왕으로?

정기국회 이후에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추 대표의 리더십은 확실한 검증을 받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개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도, 반대로 힘이 빠질 수도 있다”며 “추 대표 개인의 정치적 위상 역시 지방선거 결과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뜨는 추미애 한양대 라인

지난 5월 당직 인선에서는 한양대 출신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정치외교학과 85학번)을 비롯해 대변인으로 발탁된 김현 전 의원(사학과 84학번), 당 대표실 소속으로 신설된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강희용 전 당 대표 메시지 실장(정외과 90학번)이 한양대를 졸업했다. 

당 관계자는 “윤관석 수석대변인(신방과 79학번)의 교체 배경에 한양대가 당직에 지나치게 많다는 고려도 작용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한양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한양대 출신의 대거 등용을 두고 추 대표가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서울시장 출마 등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추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대선 승리를 이끈 당직자 교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추 대표가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다 당내 안팎의 반발이 심하자 민주연구원장으로 보직을 바꾸고 그 김에 대대적인 당직 개편에 나섰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넘긴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8월 3주차 민주당은 지지율 52.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주 동안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선공한 것이다.

이 같은 반등세는 문 대통령 100일 관련 언론보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추진된 각종 시민·약자 중심의 개혁정책과 탈권위 소통행보과 여론의 긍정적 평가를 받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취임 100일 문 대통령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 17일 에는 54.5%를 기록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16.9%를 기록해 민주당에 3배 가까운 지지율 차를 보였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6.4%와 5.5%를 기록해 한자릿 수에 머물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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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