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검찰 특수통 열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26:40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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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부터 부장검사까지…핵심 요직 꿰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19개월 만에 단행된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통해 검찰 수뇌부가 새 진용을 갖췄다. 이번 인사에선 주요 요직에 ‘특수통’ 출신들로 채워졌다. 역시 검사는 특수통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문재인정부 첫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검찰의 사정 중추 역할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검사들이 전면 배치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도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팀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요직이 전원 특수수사통으로 채워졌다. 

1년9개월 만에 
단행된 파격인사

특수통 전성시대를 알린 건 지난 5월19일 돈봉투 만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윤 지검장이 임명되면서부터다. 윤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간 좌천의 아이콘으로 꼽히며 조직서 배제됐다. 

그는 초년병 시절부터 서울지검 특수부로 발령받아 대형 사건 수사를 많이 경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대부분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수사를 했던 베테랑이다. 2003~2004년에는 대선자금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당시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남기춘 중수1과장과 팀을 이뤄 노무현·이회창 캠프의 불법 대선 자금을 파헤쳤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 사건과 LIG그룹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의혹 사건도 그의 손을 거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안희정 현 충남지사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 및 외화 밀반출 의혹 수사를 맡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 수사팀장을 맡고 있을 당시 서울고검 국감현장서 국정원 직원 긴급 체포와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조영곤 전 서울지검장을 포함해 법무부로부터 외압을 느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윤 지검장은 폭로 뒤 상부 지시 없이 영장을 집행하고,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며 감찰을 받았다. 박형철 검사와 함께 징계가 청구된 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문재인정부 첫 검 중간간부 인사
주요 자리 특수통 출신들이 독식 

윤 지검장 임명에 이어 지난달 25일 특수통 출신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신임 총장으로 임명됐다. 문 총장은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 시절이던 1994년 지존파 사건의 재수사를 지휘해 사건 해결에 큰 공을 세웠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발탁됐다. 

문 총장은 1995년에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12·12 쿠데타 사건 특별수사본부 수사 검사로 파견됐다. 이 때 특별수사본부는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그 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제주지검 부장검사,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과학수사2담당관, 수원지검 2차장, 인천지검 1차장 등을 지냈다. 

다양한 특수수사를 맡아 하면서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분류됐다.
 


2002년 8월부터 2003년 3월까지는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서 활약했다. 2004년 제주지검 부장검사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팀에 파견됐다. 그때 최도술의 불법자금 모금 및 수수의혹 등을 수사했다. 

2007년에는 대검 중수1과장 등 요직에 올랐다. 그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 수사에 투입됐다. 

이명박정권 초기인 2008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승진했다. 박근혜정권 시절인 2013년에는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으로 영전했다. 그 후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임명됐는데, 그 시절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총지휘하며 조 전 부사장을 구속시켰다.

줄줄이 선봉에
특수 전성시대

2015년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수사팀을 이끌었다. 당시 대검찰청은 문 총장에 대해 ’검사장급 중에서도 특수 수사 경험이 많아 이 사건 수사에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수사 결과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기소했다.

지난달 27일 있었던 검찰 고위간부 정기 인사에서도 특수통 출신 검사들이 약진했다. 법무부는 검사장급 이상 간부 36명을 승진·전보하는 내용의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김오수, 조은석, 박정식 검사장이 고검장으로 진입했다. 

김오수 검사장은 신임 법무연수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부산지검 1차장검사, 서울고검 형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일하던 2009년 대우조선해양 납품비리 사건과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담당했다. 2015년에는 처음 출범한 대검 과학수사부를 이끌며 조직 기틀을 다지고 사이버테러·해킹 등 갈수록 교묘해지는 첨단범죄의 대응을 맡았다.

조은석 검사장은 신임 서울고검장에 임명됐다. 수원지검·서울지검 등을 거쳐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범죄정보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대검 대변인,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형사부장, 청주지검장 등을 지냈다.
 

2009년에는 대검 대변인을 지내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사태, 스폰서 검사 의혹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매끄럽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해양경찰의 구조 부실에 대한 검·경의 합동수사를 지휘한 바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대거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법무부와 법리 검토·적용 대상 등에 이견을 보여 조정 과정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후 통상 초임 검사장급이 배치되고 수사 일선서 벗어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되자 연수원 동기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세월호 수사 개입 의혹’과 맞물려 일각에선 “우 전 수석과 대립각을 세워 밀려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정식 검사장은 신임 부산고검장에 임명됐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중앙지검 3차장 등 특별수사 분야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 중수부 폐지 후 신설된 대검 반부패부장을 맡아 전국 특수부 사건을 지휘·지원했다.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에는 ‘BBK 특검’ 수사에 파견돼 참여했다. 

예리해진 칼날
과연 어디로?

2011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재직 당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을 성공적으로 수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면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4대강 건설업체 입찰담합 의혹, 효성그룹 탈세·비자금, SK 최태원 회장 횡령 공범인 김원홍 고문 수사 등 굵직한 특수 사건을 지휘했다.

지난 10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서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요직에 특수통 출신들이 전면 배치됐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를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임명했으며,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을 서울중앙지검 2차장,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발령했다. 


이외 고검검사(차장·부장검사)급 538명과 평검사 3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발표했다. 

국정 농단 특검 검사들 부상
적폐수사 사정 드라이브 거나

윤 차장검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첨단범죄수사과장·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이다. 청와대 특별감찰팀장으로 근무한 특수통이다. 윤 지검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대검 중수부에서 굵직한 사건을 함께 수사했다.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 내부에선 이들을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리기도 한다. 
 

박 차장검사는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특별수사·감찰본부서 근무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2015년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을 맡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를 해왔다.

한 차장검사는 중수부에 근무하며 대선자금 수사와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을 지내는 등 특별수사에 정통하다. 법무부 검찰과 검사, 대검 정책기획과장을 지내 기획 업무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슬슬 시동 거는 
부패범죄 수사

기업수사·부패범죄 수사를 주로 맡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3·4부장은 각각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송경호 수원지검 특수부장, 양석조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 김창진 대구지검 부부장이 맡는다. 신 부장과 양 부장, 김 부장은 특검에 파견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결국 국정 농단 사건 보강 수사,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새로 전열을 완비하면서 새 정부가 거론해 온 이른바 '적폐 수사'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 농단 특별공판팀 임무는? 박-최 게이트 추가 수사?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국정 농단 사건의 특별공판팀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18일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의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중앙지검 특수4부를 사건의 특별공판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특수4부가 특별공판팀으로 운영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 혐의 재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공소유지는 물론 부수적 추가 수사까지 담당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운영
특검 출신 김창진 부장 지휘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최씨 관련 공소유지는 특별수사본부에 참여했던 특수1부가 맡아왔다.

앞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특수4부장에는 같은 청 특수2부 부부장 출신의 김창진 부장이 보임된 바 있다. 김 부장은 박영수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구속 기소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특별공판팀 개편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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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