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겨냥한 막후 세력 미스터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8.11 17:40:52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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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뇌부 싸움…조력자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찰 내부가 뒤숭숭하다. 경찰의 수장인 이철성 경창청장과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 사이 폭로 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폭로전 양상이 점점 이 청장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각에선 전임 정권에 부역한 이 청장을 끌어내리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의 부속실장 A씨가 지난달 초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경찰청 감사관실 직원들이 조사 과정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직권남용을 했다’는 진정을 냈다. 

그는 진정에서 감사관실 직원들이 강 전 청장의 예산 유용 제보 등과 관련해 지난 6월 말쯤 중앙경찰학교를 방문해 ‘디지털포렌식을 한다며 제 휴대폰을 반 강제적으로 빼앗아 전원을 껐다’며 ‘추출정보 목록 등에 대한 고지와 통보절차를 지키지 않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진실공방 격화
누구 말이 맞나

디지털포렌식은 휴대폰 등 각종 저장매체에 남아 있는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이다. A씨는 ‘당시 B씨 등이 자신을 흉악 범죄자 취급하며, 비꼬는 말투로 모멸감을 줬다’며 ‘심리적 압박과 강요로 디지털포렌식 동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찰청은 A씨와 중앙경찰학교 관사·부속실 근무 의경, 광주경찰청 회계·경리담당 직원 등을 5주 동안 조사했다. 조사 결과 ▲중앙학교 예산 70만원으로 경찰청 부하 직원들에게 과일을 선물하고 ▲중앙학교 관사에 개당 20만, 30만원짜리 이불 310만원어치(10여개)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달 강 전 청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당시 경찰 내부에선 강 전 청장이 ‘표적 감찰’을 당했다는 뒷말이 나돌았다. 이 청장이 강 전 청장과 반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청장과 강 전 청장의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갈등은 지난 7일, 강 전 청장이 이 청장에게 외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11월18일 촛불집회 관련 교통 통제에 대한 양해를 당부하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광주시민의 안전,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제목이다. 
 

이 게시물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주신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고 글로 마쳤다. 또 해당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국정 농단 헌정파괴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 아래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민단체 직권남용 혐의로 이 청장 고발
경찰청장-중앙경찰학교장 “끝까지 간다”

차별화된 문구인데다 시민을 위해 애쓰는 경찰의 모습이 담겨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다음날인 11월19일 ‘민주화의 성지’ ‘광주경찰이 지켜드립니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집회 예고와 그에 따른 교통 통제 안내글로 수정됐다. 현수막 사진 역시 사라졌다. 이 글의 수정 배경에는 이 청장의 질책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광주청 게시글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 청장은 참모회의서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오후 이 청장은 직접 강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서 근무하니 좋으냐” “당신 말이야. 그 따위로 해놓고”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의 호된 질책을 받은 광주청은 하루 만에 글을 수정한 것이다. 


이후 강 전 청장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강 전 청장은 논란 발생 10여일 뒤 경기 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발령됐다. 이 자리는 막 승진한 신임 치안감이 가는 자리로 당시 치안감이었던 강 전 청장에게는 사실상 좌천 인사였다. 

또 3개월 뒤에는 인사청탁 업무 수첩 논란으로 감찰 조사를 받았던 박건찬 전 경찰청 경비국장이 이 자리로 오는 바람에 강 전 청장은 경찰중앙학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 전 청장은 바로 이 게시글 때문에 이 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청장이 ‘민주화의 성지에 근무하니까 좋으냐’는 등의 비아냥 섞인 질책을 하며 언성을 높였고, ‘바로 글을 내리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기술적으로 (처리)하든지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화 성지글
폭로전 양상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청장은 “강인철 당시 광주경찰청장에게 게시글 관련해 전화를 하거나 질책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강 전 청장의 주장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강 전 청장의 폭로 직후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폭로 나흘 전인 지난 3일 강 전 청장이 이 청장과 독대 자리서 “감찰 결과 비리가 드러나 곧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지난 8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 전 청장이 수사를 받을 상황에 놓이자 이 청장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강 전 청장은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지난 8일 이 청장의 발언을 더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강 전 청장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19일 전화 통화서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벌써부터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사상 초유의 수뇌부 간 갈등으로 내부 분위기는 엉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휘부를 새로 짜고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등 활기를 띄던 분위기에 순식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진실 공방전이 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여론은 점점 이 청장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 청장을 비판하는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징계 불복 개인 일탈? 
정치적인 표적 감사?

먼저 정치권서 이 청장의 SNS 삭제 지시에 대한 질책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이 청장을 비판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 청장은 지난 6월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을 통해 ‘경찰 공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 안전을 보장하면서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시민 안전을 위한 광주지방경찰청 SNS 글에 분노를 표한 경찰청장의 이중적인 태도에 과연 경찰개혁을 향한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국민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내 인사들도 개별적으로 이 청장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그래. 민주화의 성지, 광주서 근무해 좋다”며 이 청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같은 당 김현 대변인도 “경찰의 안내로 안정적인 집회가 가능했던 광주 현지의 모습은 큰 감동을 줬다”며 “인권 경찰을 탄압한 이철성 청장의 격노는 뭥미?”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도 이 청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강인철 전 청장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찰청장 자질이 매우 의심스럽다”며 “정부는 이 청장의 언행 논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히고, 삭제 지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이 청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도 이어졌다.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광주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의혹을 밝혀달라며, 지난 8일 이 청장을 직권 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청장 관련 사건을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에 배당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집회 때 매주 3만원대 육박하는 최고급 양념갈비 도시락을 즐겨 주문했던 것으로 나타나 구설에 오르고 있다. 

촛불집회 때…
불거지는 구설

이 청장과 관련된 구설이 연일 터지면서 일각에선 사임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며 경찰청장 유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청장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부역자로 지목되고 있다.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경찰청장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인사이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선 이 청장이 현 정부랑 함께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찰 수뇌부 감찰설 진상

SNS 게시글 삭제지시 여부를 놓고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전 광주지방경찰청장(치안감·중앙경찰학교장)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이 사안에 대해 직접 감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 “총리실서도 문제에 대한 인식은 갖고 있다”며 “총리실 외에 다른 기관서 감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생치안을 책임져야 할 경찰 수뇌부의 ‘진흙탕 싸움’에 여론이 좋지 않고, 경찰 내부의 치부가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로서도 그냥 두고 볼 수 없고,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관할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경우 외청인 경찰청에 대한 감찰을 한 사례가 없고, 청와대 민정이 직접 나설 경우 파장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감찰은 총리실서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사기 저하뿐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도 이 같은 파문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는 박진우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이 강 교장을 경찰청 청사로 불러 10여분 간 면담을 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박 차장은 강 교장을 만나 최근 수뇌부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현 상황과 관련해 국민들과 직원들에게 더 이상 우려를 주지 않도록 자중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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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