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수집회 출몰하는 ‘꽃뱀들 정체’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07 10:45:21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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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노인들 홀려 ‘바가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보수단체들이 주최하는 집회에 소위 ‘꽃뱀’이 출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노인들에게 “술 한잔하자”며 접근한 뒤 노래방 등에서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이다. 이들은 극우 성향의 단체채팅방(이하 단톡방)서 활동하며 다음 타깃을 찾고 있다. 피해자들은 수치심에 관련 사실을 함구하고 있어 추가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요시사>는 집회 현장에 발령된 ‘꽃뱀 주의보’를 파헤쳐봤다.
 

“OO님 집회에 참석하시나요? 내일 대한문서 봐요. 얼굴 보면서 커피 한 잔 해요. 개톡(개인채팅) 보낼게요. (대한문) 오시면 연락줘요.” 

보수집회를 앞둔 날에는 이같이 오프라인 만남을 제안하는 메시지가 단톡방에 다수 올라온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이 활동하는 단톡방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문재인정권 타파,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술한잔 해요”

이러한 단톡방은 ‘탄핵 정국’을 거치며 우후죽순 생겨났다. 촛불집회에 맞서 박 전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단톡방에 최근 하나의 경고문이 올라왔다. “집회에 ‘할매 꽃뱀 사기단’이 출연하니 다들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경고문을 올린 사람에 따르면, 이들 꽃뱀 사기단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단톡방서 집회 참석자를 물색해 현장 만남을 제안한다. 이때 제안자는 자신의 사진이 아닌 젊고 예쁜 여성의 사진을 프사(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만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 개인채팅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그런 뒤 집회 당일 위치 등을 물어 만남이 이루어진다. 꽃뱀 사기단은 보통 4~5명의 여성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간혹 남자 한명이 ‘바람잡이’ 역할로 무리에 낄 때도 있다.

만남이 성사되면 무리는 “술 한잔하자”며 집회 현장 인근의 식당, 또는 술집으로 데려간다. 집회 현장서 즉석으로 술자리가 벌어지기도 한다. 근처 편의점서 돗자리와 술을 사와 그 자리에서 술판을 벌이는 것이다.

꽃뱀 사기단은 “일행 중에 미인이 있는데 잠시 후 오기로 했다”는 말로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다고 한다. 일종의 시간 끌기로 추정된다. 보수 집회에는 대구·경북 등에서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올라오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수법인 것이다.

극우 성향 단톡방서 활동
피해자 수치심 느껴 쉬쉬

그러면서 사기단은 “노래 부르면서 기다리자”며 타깃을 근처 노래방으로 이끈다. 노래방서도 술을 마시다 피해자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사기단은 자리를 뜬다. 이때 심지어 금반지 같은 패물이 없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후 노래방 점주는 피해자에게 바가지를 씌운다. 사건이 발생한 후 이들은 단톡방 등에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다.
 

피해는 주로 서울 종로 인근 유흥업소서 발생한다. 대한문, 광화문, 서울시청, 헌법재판소 등 종로와 그 주변에는 보수집회 장소로 활용되는 곳이 많다. 사기단은 집회가 끝난 후 피해자를 탑골공원, 낙원상가 등 집회서 가까우면서 노래방 같은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으로 피해자를 데려간다.


이러한 피해 사례들이 다른 집회 참가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해를 입은 노인들이 수치심에 입을 다물기 때문. 집회를 주최하는 보수단체 측에 문의한 결과 사기단에 의한 피해 사례는 아직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단, 보수단체 측 관계자는 “집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끼리 모여 2, 3차까지 술자리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왜 사기단의 접근을 의심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같은 성향에 대한 신뢰에 있다.

단톡방에는 수많은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탄핵·대선 정국을 거치며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보수 분열→대선 패배’로 보수 지지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 또한 이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었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의 반대급부로 같은 성향의 사람에 대한 신뢰가 굳어진 것이다.

‘문재인정권 비난’ ‘박 전 대통령 석방’ 등 나눌 수 있는 공감대도 많아 대화가 잘 통한다. 같은 단톡방 소속이라는 점은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톡방에서 접근하는 사기단의 행동을 의심하지 못한 것이다. 

만남 제안

집회에 참석하는 노인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는 형태의 사기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피해 원인 중 하나다. 알려진 것처럼 보수 집회 참석자는 대부분 50∼80대 노년층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SNS를 기반으로 한 사기 수법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집회 참석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디어 밝혀진 알파(α)팀 실체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국정원이 지난 대선 당시 ‘댓글 조작’에 개입했음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국정원 개혁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난 2009년 2월 취임 이후 주요 포털 사이트와 트위터 등을 통한 여론 조작 활동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TF 측으로부터 보고받았다고 공식 밝혔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2009년 5월~2012년 12월까지 알파(α)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해 여론을 선동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국정원은 “사이버 외곽팀의 운영 목적은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과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올려 국정 지지여론을 확대하고, 사이버공간의 정부 비판 글들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해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발표에 따르면, 원 전 원장 취임 이후 심리전단은 2009년 5월 다음 포털 커뮤니티 ‘아고라’ 대응 외곽 9개팀을 신설하고 2009년 11월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 2011년 1월에는 α팀 등 24개의 외곽팀을 운영했다.

사이버 외곽팀은 대부분 별도 직업을 가진 예비역 군인·회사원·주부·학생·자영업자 등 보수 성향 인물들로 개인시간에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위는 “TF는 향후 각종자료를 정밀 분석해 관련자를 조사하고 2012년 12월 이후 운영 현황 등을 비롯한 사이버 외곽팀 세부 활동 내용을 파악할 것”이라며 “외곽팀 운영 이외 심리전단의 ‘온라인 여론 조작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도 규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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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