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  
  •  
HOME 정치 정치
‘말 많고 탈 많은’ 자유한국당 혁신안 해부이래도 저래도 동네북 신세
  • 최현목 기자
  • 승인 2017.08.07 10:24
  • 호수 1126
  • 댓글 0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극우 논란 속에 출범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그들이 내놓은 혁신안이 정치권 및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름만 혁신안이지 실제 담고 있는 내용은 혁신과 거리가 먼 이념에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을 이끌었던 촛불집회를 평가 절하하는 내용도 포함돼있어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말 많고 탈 많은’ 자유한국당 혁신안을 면밀히 파헤쳐봤다.
 

▲기자회견 갖는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과 이옥남 대변인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지난달 31일 혁신안을 발표했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이 발표한 혁신안은 크게 3가지. ▲당 사무처 혁신(인사) ▲당원협의회 조직혁신(조직) ▲정책위 혁신(정책) 등의 혁신 계획을 담고 있다. 

당 사무처의 크기는 줄이고 지역구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유령 당협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이 체감하고 함께하는 대안을 수립하는 등 현장서 살아있는 정책을 발굴해 정책적 혁신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인사 조직 정책
3대 혁신 발표

먼저 당 사무처 혁신에 대해 혁신위는 현 7개국으로 구성된 당 사무처 실·국을 통폐합해 10%가량의 사무처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생각이다. 홍 총장은 “아직 여당의 사무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야당다운 사무처로 바꾸어 ‘작지만 강한’ 사무처를 구축하겠다”며 “희망퇴직을 먼저 받고 정년퇴직을 통해 30명 정도 감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내 사무처 직원들 사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실상의 구조조정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 같은 사무처 반발을 의식한 듯 혁신안 발표 당시 “구조조정이 아닌 개혁과 혁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의 주인공들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데 사무처에만 희생을 요구한다”는 목소리가 새나왔다.

혁신위의 발표가 있기 전, 사무처 직원들과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이 한 차례 발생한 적 있다. 

지난달 28일 중앙당 실·국장 및 시도당 사무처장들이 참석한 회의서 사무처에 대한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우선 계약이 만료된 계약직, 정년 초과자,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후 사무처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정리해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비용 절감이다. 한국당은 ‘20대 총선’ ‘바른정당 창당’ ‘19대 대선’을 거치며 몸집이 줄어든 만큼 살림살이도 줄여야 하는 형편이다.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던 지난 2월 당이 사무처 직능국과 여성국, 청년국, 국민소통국, 여의도연구원 뉴미디어실 등 5개국을 폐지하고 외부 건물에 있던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을 당사 2층으로 들어오게 한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다.

식구 자르기에
내부 불만 폭발

이처럼 대선 전에도 사무처 통폐합을 실시했던 한국당이 최근 다시 한 번 칼을 빼들려 하자 사무처 직원들의 불만이 배가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사무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도 나경범 전 경남도청 서울본부장 등 측근 4명을 당 대표실 계약직으로 채용하자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공채 출신이 대부분인 당 사무처 직원들에게는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당 대표 측근 4명과는 신규 계약하는 모순된 행보도 불만의 이유 중 하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당 지도부의 모순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 인근에 혁신위 사무실을 마련해 주는 등 비용 절감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현재 당사 맞은편 건물 6층에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임대료는 추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조조정의 주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칼을 쥔 홍 총장은 앞서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가 대선 직전 재입당한 이력이 있다. 홍 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사실에 사무처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점심시간 한국당 당사 근처에는 술 한잔하며 신세 한탄을 하는 당직자의 수가 늘었다는 말까지 나돈다.

혁신위는 지난 2일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한국당 신보수주의’ 가치 아래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중심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등 4가지 혁신 방향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했다. 

류 위원장은 선언문서 “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정의와 형평을 바탕으로 양극화와 불공정한 기득권을 타파하고 활기차며 따뜻한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에는 당 핵심 관계자 및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인적 쇄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도 빠져있었다.

사무처·원외당협 구조조정 방침
“왜 우리가 책임져?” 당내 반발

이에 대해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부분은 향후 인적 쇄신 문제를 다룰 때 자연스레 나올 이야기로 생각했다”며 “철학과 가치를 담는 혁신 선언문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 정국을 이끌었던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내리는 등 여전히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류 위원장은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는다”며 촛불집회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류 위원장의 ‘일베(일간베스트)’ 발언까지 곁들어져 선언문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류 위원장은 청년 대상 행사서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 활동을 독려하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서 혁신위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센터가 마련한 대학생·청년 간담회에 참석한 류 위원장은 ‘한국당이 진보진영에 비해 SNS 등 온라인서 이미지 정치가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자 “내가 아는 뉴라이트만 해도 일베 하나밖에 없다. 일베를 많이 하시라”고 조언했다.

유동열 사퇴
혁신위 흔들

소위 일베 발언에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혁신의 지향점은 결국 일베인 것이냐”며 “한국당 혁신위 구성이 극우 편향됐다는 것에 한국당 내부서조차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한국당이) 일베의 홍보대사를 스스로 자임했다”며 “바른정당이 부럽다면 뼈를 깎는 혁신을 선행해야지, 극우 성향의 단체를 치켜세우고 바른정당을 파괴시키는 공작을 진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혁신위 내부서도 갈등이 불거졌다. 자유민주연구원장인 유동열 전 혁신위원이 혁신위의 ‘서민중심경제’ 발표에 반발해 자진사퇴한 것이다.

혁신위는 선언문에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사회적 약자 보호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유 전 위원은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한다”며 사퇴했다.

혁신위는 유 전 위원의 사퇴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유 전 위원은 혁신선언문 용어인 ‘서민중심경제’서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데 대해 본인이 ‘평생 지켜온 가치(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가 존중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사퇴했다”며 “유 위원의 일방적 사퇴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선언문에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이 유 전 위원의 지적대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당의 혁신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유령 당협을 정리한다는 계획을 또 다른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전국 253개 당협에 당무감사를 실시, 지역구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당협을 솎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반·책임 당원을 늘리는 한편, 대선 패배 후 흐트러진 조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서 조직 강화는 필수적 요소 중 하나다.

박근혜·최순실·친박계 ‘3무’
‘신보수주의’ 홍대표 화법 일치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 같은 계획을 두고 친박(친 박근혜)계 배제를 위한 홍 대표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당의 당협은 253개. 그중 현역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107개다. 그 외 나머지 146개 지역은 원외당협위원장이 맡고 있다(25개 지역 공석).

이들 중 상당수 원외당협위원장이 지난 박근혜정권 당시 임명된 사람들이다. 개중에는 분당 사태 때 새로 임명된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원외는 아직 친박계 색채가 가시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친홍계(친 홍준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홍 대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현역 친박계 의원들을 내치는 대신 친박계 원외당협위원장부터 구조조정한다는 것이다. 

친홍계가 원외를 장악하면 친박계 현역 의원들의 당내 영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외당협위원장 구조조정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친홍계로 전면 물갈이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실제 최해범 혁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보수가 이렇게 몰락하게 된 첫 단추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물들, 즉 친박으로 전부 채워 공천하려고 했던 게 시발점”이라며 친박계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원외당협위원장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만약 친박계 현역 의원들까지 반발에 동참한다면 큰 계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원외 구조조정
파벌의 도화선

향후 공개될 세부적인 혁신안을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까지 당 지도부 및 혁신위가 발표한 내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대로 된 혁신보단 ‘이념 무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혁신위는 선언문서 ‘한국당 신보수주의’를 혁신 방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지난 조기대선 국면서 홍 대표가 강조해온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홍 대표는 그동안 “한국당은 신보수주의를 통해 가치·이념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혁신위는 “산업화 세대의 기득권은 물론 ‘강성귀족노조’ 등 민주화 세대의 기득권도 비판하고 배격하는 혁신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한다”며 칼끝을 귀족노조에게 겨눴다. 

‘강성귀족노조’라는 단어 사용과 그에 대한 태도가 홍 대표의 그것과 일치한다.

혁신위 독립성 보장은 성공적인 개혁·혁신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한국당 혁신위의 선언문 낭독이 있던 날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서 “혁신위는 선언문에도 나와 있듯이 실질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구”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혁신위의 발표 내용이 그간 홍 대표의 주장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어 “당 지도부에 종속된 혁신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레밍’김학철 처리 논란
반성은 없나?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에 빗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부터 제명을 당한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지난 2일 자유한국당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앞서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물의를 일으킨 김 의원을 제명한 바 있다.

소명할 기회를 달라는 게 김 의원의 요구다. 그는 발언이 왜곡됐음은 물론, 유럽 연수를 떠나게 된 과정을 해명할 기회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22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책임은 행정문화위원장인 내가 떠안겠다”며 “다른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고려해 달라”고 말해 재심을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재심 신청 마감일인 지난 2일 관련 서류를 제출해 예상을 뒤엎었다. 한국당 당헌·당규 내 윤리위원회 규정 제26조에 따르면 ‘징계에 불복할 경우 징계 의결을 통보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제명이 확정됐으며, 이로부터 10일째인 2일이 재심 청구 마지막 날이었다. 재심을 청구 받은 윤리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심 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이에 이번 달 내 회의를 열어 해당 사안을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발언 왜곡…소명 기회를”
한국당에 제명 재심 신청

당내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뿐더러, 만약 받아들여지더라도 징계 결과가 달라질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재심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16일 청주 지역이 폭우로 물난리가 났음에도 김 의원을 포함한 충북도의원 4명은 이틀 뒤인 18일, 8박10일의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떠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조기 귀국한 바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은 귀국 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라고 말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김 의원은 소속 정당이던 한국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목>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현목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