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 위상 알린 US여자오픈 '이모저모'

‘상위권 싹쓸이’ 태극낭자들의 잔치

지난달 17일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GC에서 끝난 제72회 US여자오픈은 한국 골프팬들을 열광시켰고 미 대통령 트럼프마저 우승자 박성현을 향해 기립 박수케 했다. 올해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LPGA에 진출한 스타 골퍼 박성현은 LPGA 첫 승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장식했다. 아마추어 최혜진이 준우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10위 안에 8명의 한국 선수들이 포진했다. 한국에게 잔치마당이 된 US여자오픈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올해 미국 진출한 박성현(24  ·KEB하나은행)은 그 이름에 걸맞게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했다. 첫날 58위에서 매 라운드 둘째날 21위, 셋째날 4위에 이어 최총라운드에서 1위에 오른 박성현은 닥공(닥치고 공격)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기적의 역전승
수퍼루키의 힘

3타차 단독 4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오른 박성현은 전반에만 2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오른 박성현은 15번홀(파5)에서 5m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1타차 단독선두로 나갔다. 기세가 오른 박성현은 가장 어렵다는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2m 지점에 떨어뜨려 버디로 연결하면서 2위 그룹을 2타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우승을 코앞에 두고 박성현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위기를 맞았다. 세 번째 샷이 홀을 훌쩍 넘어간 것. 핀까지 15m가량의 거리였지만 그린 초입까지는 오르막 경사였다가 뒤로는 내리막이어서 어프로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막힌 범프 앤 런샷으로 네번째 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선두와 3타 차 역전승이었다. 두 자릿수 언더파 우승은 2004년(멕 맬런 10언더파) 이후 13년 만이다. 

올해의 LPGA투어 신인상도 사실상 확실시 된다. 우승 상금 90만달러를 획득한 박성현은 시즌 상금 145만636달러로 유소연(170만2905달러)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박성현의 이번 우승에 캐디와의 호흡도 한몫 했다. 박성현은 첫 캐디 칸과 결별했다. 칸은 폴라 크리머(미국)와 12년간 함께 호흡을 맞췄고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의 캐디도 맡았던 베테랑 캐디지만 박성현과는 좋은 호흡을 보이지 못했다. 박성현은 세심한 스타일의 칸보다 공격적 성향을 살려줄 캐디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결국 박성현은 6월 초 개막한 숍라이트클래식부터 전인지의 메이저 우승 도운 데이비드 존스와 함께했다. 공격적 성향인 박성현의 캐디로 낙점된 존스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박성현의 우승으로 72회째를 맞은 US여자오픈의 역대 한국 우승자는 8명, 우승컵은 9개가 됐다. 

1998년 박세리가 첫 우승자가 된 후 김주연(2005), 박인비(2008·2013), 지은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전인지(2015), 박성현(2017)이 우승 계보를 이어갔다.

트림프마저 아낌없는 찬사
속 좁은 크리스티 평가절하

아마추어 골퍼 최혜진(18·학산고)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단독 2위에 오르며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부산 학산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최혜진은 4라운드를 선두 펑샨샨(28·중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전반 2타를 줄이며 한 때 단독1위에 오르기도 한 최혜진은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며 더블 보기를 범해 3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 최종합계 279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에게는 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54만달러(약 6억원) 상금은 공동 3위 유소연(27)과 허미정(28)에게 나눠서 돌아갔다. 하지만 최혜진의 279타는 아마추어 최저타 기록으로 남았다.


1967년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 이후 50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에 도전했기에 아쉬움은 컸다. 16번홀만 아니었더라면 리디아 고(20·PXG)가 보유한 메이저대회 최연소 신기록(18년4개월)과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을 동시에 갈아 치울 수 있었던 최혜진이다.

최혜진의 US여자오픈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US여자오픈 한국 지역 예선에서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고, 본 대회에서는 아마추어로 가장 높은 34위에 올랐다. 올해도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최혜진은 이번 대회 4라운드 모두 언더파를 기록했고, 그린 적중률 공동 5위(75.0%), 퍼트 공동 8위(평균1.58개), 평균 비거리 12위(245.96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공동 13위(82.1%)에 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일찌감치 아마추어 최강으로 군림해온 최혜진은 이번 시즌 한국여자오픈 4위에 이어 초정 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5년 만에 국내 무대 정상에 오른 아마추어가 됐다. 오는 8월 만 18세가 된 뒤 9월쯤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최혜진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상금을 받지 못해 유감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우선시 한 목표는 이곳에 출전해 경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내가 2위로 마쳤다는 것이 더 의미 있고 더 큰 영광이다. 상금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혜진의 롤모델은 골프 여제 박인비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이후‘세계 1위, LPGA 진출’ 등의 목표 외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추가됐다.

올 KLPGA투어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21·토니모리)은 첫 출전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김세영(24·미래에셋), 이미림(27·NH투자증권), 양희영(28·PNS창호)이 공동 8위(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에 입상하는 등 이번 대회 톱 10에 8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했다.

떠오르는 샛별
그녀를 주목하라

사흘내 단독선두에 자리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기대됐던 펑산산은 동반자인 최혜진에게 시종일관 끌려 다니는 플레이 끝에 3타를 잃고 공동 5위(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공동 3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에 입상하면서 1인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허미정(28  ·대방건설)도 이날 4타를 줄여 자신의 US여자오픈 최고 성적인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LPGA 베테랑 선수 크리스티 커(40·미국)는 한국 여자골프의 강세 이유를 분석하면서 한국을 다소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질투심을 드러냈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US여자오픈이 끝난 지난달 18일 “최근 10년간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7차례 우승했고, 올해 대회에선 1위부터 4위까지 한국 선수들이었다”며 “미국 선수 중에서는 공동 11위 마리나 알렉스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고 비교했다.

한국 독무대
최강 재확인

<골프닷컴>은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중요한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이유를 크리스티 커에게 물었다. 커는 “한국 선수들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나 <골프닷컴>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28명, 미국 선수는 54명이었다”며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골프닷컴>은 “두 나라의 운동 유망주들이 어떤 종목에 끌리는지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골프닷컴>은 “미국은 운동에 재능이 있는 소녀들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바라보거나 상금이 큰 테니스 쪽으로 진출한다”며 “또는 축구나 수구를 하는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LPGA 첫승 신고…신인왕 예약
아마추어 돌풍 최혜진…10위권 내 8명

그러자 커는 “한국에서는 골프 아니면 공부”라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즉 미국에서는 좋은 운동 신경을 가진 여자 선수들이 여러 종목으로 퍼져 나가지만 한국은 골프에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크리스티 커는 2015년 8월에는 한국 선수들을 가리켜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는 기계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박인비는 다른 기자회견에서 “커가 한국 선수들을 기계에 비유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들(미국 선수들)은 더 좋은 기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US여자오픈이 열린 골프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장소 논란이 뜨거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선 이후에도 US여자오픈 개최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데이비스 미국골프협회(USGA) 이사를 만나 “개최지를 바꾸면 고소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결국 대회는 트럼프 내셔널GC에서 열렸고, 그는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를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관람했다. 주요 20개국(G20) 회담을 마치고 유럽에서 돌아온 날 곧바로 대회장으로 날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15번홀(파5) 옆에 마련한 프레지던츠 박스에 렉시 톰슨,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등 미국 선수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격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회 시상식에도 참석해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건네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사랑은 각별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골프협회 주최 대회를 참관한 것은 역대 3번째이며, US여자오픈 방문은 처음이었다.

압도적 기량
트럼프도 놀라

박성현이 코스를 이동하는 순간 유리창 너머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서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비쳤고 최혜진이 15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던 상황에서 트위터를 통해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흥미롭다”고 적었다. 경기 후에는 “박성현의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라고 글을 올렸다. 미국 선수들은 그들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누구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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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