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의 연수기 수명이 도마에 올랐다. 웅진코웨이는 외환위기 전후 업계 최초로 ‘렌탈 마케팅’을 도입했다. 이중 특정기간이 지나면 소비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제도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겉으론 그럴싸하다. 경기가 밑바닥인 요즘 소비자를 홀리는 여간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웅진코웨이가 판매하는 연수기의 비밀을 파헤쳐봤다.
렌탈 계약만료 5년후 제품소유권 소비자에 이전
연수효과 5년 지나면 ‘뚝’…“사용연한 따져봐야”
부천시에 사는 김모씨는 ‘연수기 예찬론자’다. 이사 후 자녀가 목욕만 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번져 고생을 하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연수기를 권유받고 바로 구입을 결심했다. 김씨는 2003년 10월 1백만원에 이르는 제품가격 부담으로 렌탈서비스를 이용해 웅진코웨이 연수기를 설치했다.
계약 조건엔 ‘매달 1만9천원씩 납입하면 의무 사용기간 1년에 5년 후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웅진코웨이의 코디들은 연수기의 정기점검 등을 무료로 실시해줬고, 자녀의 피부 발진도 호전됐다.
코디, 영업에 활용
김씨는 “아이의 몸에 자주 발진이 생겨 긁다 밤새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연수기 사용 후 많이 좋아졌다”며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수기를 렌탈했지만 지금은 연수기 매력에 흠뻑 빠져 없으면 안 될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씨는 계약에 따라 지난달 연수기 소유권을 넘겨받아 마음도 홀가분했다. 이도 잠시. 김씨는 담당 코디에게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연수기 사용연한이 5년이니 새 제품으로 다시 구입하란 권유였다.
김씨는 “소유권 이전을 하면서 코디가 ‘연수기는 5년이 되면 수명이 끝나 새 제품으로 교환하는 게 낫다’는 설명과 함께 신제품 팸플릿을 보여줬다”며 “렌탈비는 안 나가지만 관리·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난감해 했다.
송파구에 사는 전모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웅진코웨이 연수기를 5년 동안 사용해 소유권을 이전받은 뒤 A/S를 받다 담당자에게 이상한 말을 들었다.
전씨는 “5년간 뼈 빠지게 렌탈비를 내고 이제야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부품을 모조리 교체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계약 당시엔 사용연한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다가 이제 와서 교환을 운운하니까 꼭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웅진코웨이 제품인 연수기의 사용연한을 두고 말들이 많다. 5년 계약으로 렌탈되는 연수기의 수명이 계약 만료 시점인 5년이란 게 논란거리다.
연수기 렌탈 기간은 5년이 기본. 소비자는 매달 정해진 렌탈비를 내면 5년 후 제품의 소유권을 갖게 된다. 5년 동안 총 60회의 렌탈료는 등록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월 2∼4만원 정도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연수기를 사용한 지 5년이 지나면 재생효과가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연수기의 수명이 5년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결국 소비자로선 렌탈비를 완납하는 동시에 기능을 상실한 연수기를 받는 셈이나 다름없다. 웅진코웨이 판매원들은 이를 이용해 새 제품 영업에 나서기도 한다.
연수기 전문업체 관계자는 “연수기의 핵심 부품인 이온수지, 배관 등은 사용 방법과 관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5년 쓰면 부식이 시작된다”며 “이후부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수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연수기는 1∼2개월에 한 번 꼴로 재생정제염 넣어 이온수지에 붙어 있는 경수 성분을 청소해야 하는데 이를 여러 번 반복하면 연수효율이 점점 떨어진다”며 “이렇게 5년간 사용하면 연수기 기능이 거의 사라져 무용지물이 된다”고 전했다.
회사 측도 ‘시인’
문제는 계약이 끝나면 소비자가 직접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웅진코웨이는 연수기 렌탈 기간 5년이 종료되면 A/S서비스도 중단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제품 성능을 유지하려면 정기적인 사후관리가 절실한데 연수기를 5년 이상 사용하다 보면 렌탈비 못지않게 유지비용이 들어간다”며 “결국 소비자는 매달 렌탈비에 버금가는 관리 비용 때문에 새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웅진코웨이 측은 연수기 수명 논란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5년의 사용연한을 인정한 것. 대신 각종 혜택과 서비스 등 장기고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회사 측에서도 연수기의 사용연한을 5년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어 “5년 이상 사용한 장기고객에 대해서는 특별관리 차원에서 구제품 보상판매, 등록비 면제, 렌탈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통해 신상품으로 전환해주는 우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2003년부터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3년 기한의 렌탈 상품도 출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