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0 10:37:48
  • 호수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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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40석? 증발이냐 흡수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캐스팅보트를 자처했던 국민의당은 현재 해체 위기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방 의원들 사이에선 탈당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민의당발 정계개편이 시작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대상으로 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새벽 13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이유미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범행에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데 대해 “누차 말한 대로, 나는 강압적인 압박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보조작 파문
지지율 곤두박질

앞선 조사와 마찬가지로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조사서도 줄곧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최고위원과 이씨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제보조작 파문은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제보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조작에 개입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의 주장과 별개로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이 이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3일 국민의당은 ‘조작된 제보에 근거해 의혹발표가 이뤄진 5월5일 당시는 대선 투표일을 나흘 앞둔 선거 막바지였고,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이 큰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었던 탓에 선대위서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제보조작을 치밀하게 준비했고, 이를 발표한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의 준비 과정도 짧았던 것을 검증 실패의 원인으로 돌렸다. 당 외곽서 불거진 안철수, 박지원 전 대표 등의 개입설에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와중에 나온 당 자체 결론이 섣부른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오히려 당 조사 발표가 ‘긁어 부스럼’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국민의당의 설명에 따르면 이씨의 단독범행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정작 이씨가 구속된 탓에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다른 관련자들도 면담 진술에만 의존했다는 한계도 불거진다.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서 만약 지도부 등 윗선의 개입 사실이나 암묵적인 인지·공모 정황이 드러난다면 국민의당이 실체적 진실을 서둘러 덮으려 했다는 점이 드러나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내서도 당 자체 조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이씨 단독범행이라는 진상조사단의 결론에 대해 “일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더 철저하게 진상조사에 임해야 하고 발표 시점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처를 잘못하면 우리가 두 번 죽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파문으로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1%로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에선 8.7%를 얻는 데 그쳐 자유한국당(8.8%)에조차 추월당했다. 

제보조작 파문…국민의당 해체 위기
추 ‘머리자르기’ 국회 보이콧 선언

지방 민심의 동요도 심상찬다. 지난달 29일 박흥률 목포시장은 “제보조작 사건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 목포 발전과 시민을 위해 어떤 정치적 판단과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고민하겠다”며 국민의당 탈당을 시사했고, 최근 호남 지역 기초의원들의 탈당계가 접수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당장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에 흠집이 생겼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협상 과정서 여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보조작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국민의당은 추경 심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7월 국회서 상임위별 추경 심사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상황은 급반전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던진 ‘말폭탄’이 화근이 됐다.

추 대표는 지난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서 “박지원 전 대표,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제보조작을)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며 “박지원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향하는 의혹의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했다”라고 공격했다.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은 국민의당 전체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당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회의 뒤 “문재인 대통령,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까지도 협치를 얘기했는데 추 대표의 막말은 국민의당의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라며 “추 대표의 사퇴·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처가 없다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 대표직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저녁 예정돼있던 원내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만찬도 취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앞으로 남은 인사청문회 등에 험로가 예상된다. 협치에 공들여왔던 민주당 원내지도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런(강경한) 말 하지 말자고 했는데 국민의당과 협의가 더 어려워졌다”며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 부대표도 “국민의당 협조로 인사청문회, 추경, 정부조직법 문제 등을 헤쳐가려고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며 “국민의당 입장을 들어보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건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탈당 도미노
전대 분수령

중앙당 차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벼랑 끝을 달리는 가운데 국민의당 기반인 호남 지역에선 시·도‧군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역 당원들 사이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을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미 전남 장흥군의회 김화자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민의당을 탈당했다. 

김 의원은 탈당하면서 “공당인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사건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당 차원의 반성이 없는 실망스러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김 의원 탈당을 시작으로 ‘탈당 토미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선 향후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라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탈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여의도 정치권이 20대 총선 이전의 양당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 방식으론 민주당이 위기의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당장의 인위적 정계개편은 양당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는 8월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국민의당의 색깔과 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군으로는 천정배‧정동영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이 거론된다.

이 중 문 전 의원은 안철수계로 불리며 지난 전당대회서 박지원 전 대표에 이어 2등을 기록한 바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 당의 중심을 이뤘던 안철수계가 뒤로 물러나고 호남계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거 탈당 움직임…민주당 과반?
한국vs바른 기싸움 최종 승자는?

당초 이번 전당대회는 호남 중진을 필두로 한 호남계와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수도권·원외·초재선 그룹이 맞붙으며 정체성 싸움 성격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 전 대표와 사제지간으로 알려진 이씨가 검찰에 구속되고 안 전 대표의 영입 1호 인사인 이 전 최고위원이 피의자 신분이 돼 안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


자연스레 향후 당권은 호남계 인사인 천정배·정동영 의원 쪽을 향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지방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통합론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면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당의 실질적 대주주인 안 전 대표의 몰락, 국민의당의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당의 지방선거 전망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향후 정국에 대해 “이번 조작파문 사건이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정치적으로 결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연대 내지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흡수론 ‘솔솔’
웃는 민주당

만약 민주당을 흡수하게 된다면 정국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민주당 입장에선 정국 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현재 120석의 의석을 갖고 있다. 국회 과반수에 30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40석으로 원내 제3당의 지위를 갖고 있다. 두 당이 합쳐지면 민주당은 160석의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바탕으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우선 여당의 지위를 얻게 되지만 통합의 명분이 궁색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민의당 의원들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민주당과의 연대 및 합당으로 호재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현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에 등을 돌린 상황이다. 지금 상황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맞이한다면 민주당에 호남을 내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과 연대 혹은 합당은 국민의당 의 호남 의원들에게는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사실상 합쳐지는 상황이 이뤄질 경우 지난해 말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둘로 갈라진 보수 성향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당 안팎에서 진보와 보수 간 양자대결구도를 만들어야 된다는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다만 양측은 서로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바른정당도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한국당으로)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 주도권 경쟁서 밀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26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바른정당)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구도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국당 내에서도 우리 당의 가치와 정치에 뜻을 함께할 분들을 모시겠다. 저희(바른정당)가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홍 대표의 ‘흡수론’에 대항해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한국당과 대비해 보수층과 중도층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대표는 ‘바른정당 흡수’ 같은 허튼소리부터 할 일이 아니라, 몸집만 비대할 뿐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자신들의 문제부터 성찰해야 한다”며 “홍 대표의 시대착오적인 극우 강경노선으로는 혁신도, 재건도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몰락만 재촉할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른정당 초대 당 대표를 지낸 정병국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거기(한국당)는 (당 생명이 끝나는) 날을 받아놓은 당이고, 우리 바른정당은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 당”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해서는 “바른정당이 내세운 올바른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원칙대로 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됐고 그 사람들은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소용이 없다. 우리 당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원칙대로 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강조했다. 

불안한 자강론
도로 한국당행?

일각에선 바른정당의 자강론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앞서 대선에서 바른정당은 자강론을 내세우며 유승민 대선 후보를 지원했지만 결국 지지율의 덫에 걸리면서 10여명의 의원들이 탈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바른정당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으로 대거 둥지를 옮길 것이란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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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