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사태’ 4당4색 동상이몽 활용법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04 08:45:28
  • 호수 1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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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안아야…폭탄 돌리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정치권에 가장 큰 사건이 터졌다.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 사건이다. 새 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은 ‘당 해체설’까지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기회로 여기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여‧야4당의 ‘이유미 활용법’을 살펴봤다. 
 

제보조작 파문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이씨는 지난달 29일 결국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는 “문준용씨가 고용정보원 입사과정서 특혜를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조작 유포한 혐의의 실체규명을 위해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겠다”며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불러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보조작 파문
시련의 국당

이번 구속으로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대상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던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대선 때 국민의당이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해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공식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관련 자료를 제공한 당원이 직접 조작해 작성한 거짓 자료였다고 어제 고백했다”며 “당사자인 문 대통령과 준용씨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당이 당 차원서 공식 사과했지만 사건은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 혹은 이씨 단독행동이냐를 두고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씨는 조작 증거를 당에 전달한 이 전 최고위원 지시 아래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진상조사단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월22일부터 지난 5월6일까지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전체를 공개했다. 

이 의원은 카카오톡 내용을 바탕으로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 내용 조작을 공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이씨가 제보자들과 준용씨 특혜 채용 관련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은 내용을 캡처해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전송하자 이 전 최고위원이 “이름을 보니 둘다 여자냐” “아버지랑 아는 사람 누구냐” 등의 질문을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사전에 이씨와 이 전 최고위원이 (증거를) 조작하기로 했다면 이런 내용이 오고갈 수가 없다”며 두 사람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조작됐을 가능성은 일축했다. 이 의원이 증거를 공개하면서 윗선 개입 의혹에 선을 긋고 있지만 의혹은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이씨가 안철수 전 대표의 제자라는 점, 이 전 최고위원이 안 전 대표의 인재영입 1호인사라는 점에서 윗선과의 교감설이 제기된다. 특히 대선 막바지에 문재인 당시 후보에 밀리고 있던 국민의당이 반전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선대위 등 당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나온다. 

윗선 개입 의혹은 ‘안철수 책임론’으로 번졌다. 당 내에서도 안 전 대표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당의 선거기구가 사실 이것(제보 조작)을 소재로 해 아주 강력한 선거전을 펼쳤다”며 “안 전 대표가 빨리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조작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가 선거대책기구 전반에 활용됐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설령 (안 전 대표가) 직접 개입이 되어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후보라고 하는 분은 선거 과정서 최종적 책임을 지는 분이지 않느냐”라며 “그 과정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이 생겼는데 이에 대해 자신이 의사를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했다. 

고도의 물타기
막내린 새정치

진실공방과 별개로 정치권에선 이번 제보조작 파문이 특검행을 노린 전략적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현재 진행하고 있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면 함께 특검에서 더 철저히 규명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이 열 개라도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이것(제보조작) 자체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된다. (문 대통령 아들인) 준용씨와 관련된 의혹 문제도 차제에 털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내에선 박 전 대표가 주장하는 특검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 혁신위원장은 특검 주장을 정면비판하고 있고, 박 비상대책위원장도 “현 단계에선 적절치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특검은 ‘어불성설’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특검 제안에 대해 “고도의 물타기 전략”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대선 당시 제보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 이상의 공세로 만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왜 이 타이밍에 박 전 대표는 특검을 주장하고 나왔을까.

국민의당 특검 언급…민주당 뿔났다
결국 구속…윗선 개입 있다? 없다?

먼저 ‘털 것이 있다면 같이 털고 가자’는 이른바 논개작전이다. 현재 제보조작으로 이씨는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이 전 최고위원은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언제 검찰의 칼끝이 국민의당 윗선을 향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때 만약 준용씨가 특검 조사를 받고 특혜의혹이 드러난다면 여론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또, 국정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국민의당 일각서 특검을 주장하면서 반전계기 마련에 나서고 있다면 여당인 민주당은 직접적으로 호재를 맞는 모양새다. 최근 국무위원들의 각종 의혹과 낙마로 민주당은 야당에 공세를 취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제보조작을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새 정치를 표방했던 국민의당이 이러한,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 것에 국민들의 충격이 크실 것 같다”며 “그래서 이건 단순히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 제가 당 해체까지 주장하면 또 정치공세라고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물타기를 할 것”이라며 ‘당 해체’ 압박 등에 대해선 수위를 조절했다. 

민주당 맹공
한국당 모르쇠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당 해체까지 압박하는 것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지만 정계에선 국민의당이 이번 사태로 해체수순에 놓이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서도 탈당 및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속속 들리고 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당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사건이라는 점과 함께 일부는 탈당 후 민주당으로 옮기거나 ‘범여권’ 통합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 논의과정이 있겠지만 새 정부에 협조하는 자세로 전환하면서 각 의원 별로 지역구 챙기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다다르고 합당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향후 정계개편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으로 흡수되는 그림을 그려봄직하다. 만약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통합되면 현 야3당 구도는 야2당 구도로 바뀌게 되고 민주당은 과반수 이상 의석을 확보하게 돼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끝까지 간다…해체 또는 통합 수순
눈치 보는 한국당…국당과 도매금?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며 국민의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 전만 해도 준용씨에 대해 지명수배까지 내리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사태 추이가 발전되면 어디까지 발전이 될지, 또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아 당사자가 아닌 입장서 조금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대선과정서 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특검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오히려 국민의당 보다 한 발 앞서 준용씨에 대한 의혹을 지적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번에 제보조작 파문으로 한국당은 국민의당과 함께 도매금으로 묶이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 원내대표는 “의혹 조작 사건과 특혜채용 사건을 같이 특검으로 처리할 것인지는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수사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사결과에 따라 한국당도 확실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무너질 경우 야당은 바른정당과 정의당만 남게 된다. 원내 3당으로서 여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국민의당의 부재는 한국당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하나의 창구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바른정당도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만일 조금이라도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된다고 하면 특검까지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 한국당과 결을 달리했다. 

반전카드는?
좌초 가능성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보조작 파문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의당에 대해 “국민의당의 대선 패배 후유증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찬바람’이 불 때까지는 확실한 반전카드가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당이 분열하거나 좌초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의 시련

국민의당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현재 정치권에선 연일 안 전 대표 ‘책임론’이 들끓고 있고, 정계 은퇴에 대한 직간접적 주문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입장 표명을 하는 것도 늦지 않다는 의견과 당의 존폐위기를 맞제된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경론도 등장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는 것이 당내 의견으로 볼 수 있다”며 “안 전 대표가 조만간 공식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계은퇴’와 같은 극단의 선택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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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