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꼬인 판도라 상자 열릴까?
민주당 고위당직자인 A의원에게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A의원의 동생 B씨가 제2금융권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을 두고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탓이다. 의혹의 진원지는 D저축은행. B씨가 사외이사로 내정되면서부터 B씨를 둘러싼 경력 의혹을 비롯해 사외이사 제도 추천 기준, 낙하산 인사 논란 등 그동안 잠재돼 있던 의혹까지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B씨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데 형인 A의원이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B씨를 둘러싼 쟁점 3가지를 추적해봤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의원의 동생 B씨가 지난 2007년 8월14일 사외이사로 추천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16일 뒤인, 30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B씨는 정식으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때부터 A의원의 동생 B씨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이중 B씨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주요경력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것. D저축은행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B씨는 1987년부터 현재까지 족보를 만드는 가족회사에서 부사장을 지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B씨가 부사장으로 지냈다고 하는 C상사에서 A의원의 아버지는 회장, 형은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B씨에 대한 직위는 오리무중이다.
이를 입증하듯 C상사의 조직도에는 부사장이라는 직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부사장이 아닌 감사부가 따로 있었던 것. 결국 B씨가 부사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다. B씨의 부사장 경력을 놓고 서로 간의 의견이 분분하다. A의원, C상사, D저축은행 간의 해명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실제 C상사 측 한 관계자는 “B씨는 직책이 감사였고, 부사장이라는 직책은 없다. 대신 C상사 사업 전반에 모두 관여했다.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부사장이라고 불렀다”면서도 “부사장이라는 명칭이 없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감사라는 명칭이 맞다. 그러나 현재는 C상사에서 퇴직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A의원 측의 주장은 다르다. 2006~2007년 C상사 부사장으로 지내왔다는 것이다. A의원 측 한 관계자는 “A의원의 형은 사장으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B씨가 모든 일을 다 해왔다”며 “오랫동안 감사로 있다가 2006~2007년 부사장을 지낸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D저축은행의 의견은 어떠할까. D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B씨가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에 이력서, 확인서 등을 통해 검증했다”며 “매번 사외이사 경력을 조사하지 않고, 사외이사가 직접 통보할 경우에 변경하는데 대부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B씨는 1987년부터 현재까지 부사장으로 재직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취재결과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대해 “가족회사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조사를 해보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B씨가 D저축은행 사외이사로 가기 위해 임시직으로 부사장이라는 직책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B씨 부사장 경력 오리무중…분기보고서 1987~현재까지 부사장 기록
A의원·C상사·D저축은행 주장 엇갈려…감사, 2006년부터 부사장 분분
B씨 업무연계능력은 떨어진다…저축은행, “사외이사 재직 문제없다”
최초추천인 알쏭달쏭, “아무도 모른다”…A의원 입김설 부인하기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것일까. A의원, C상사, D저축은행 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부사장 직위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B씨를 둘러싸고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바로 B씨가 D저축은행 사외이사 선출기준에 적합한 지 여부다.
사실 B씨는 금융권에서 4년밖에 일을 하지 않았다. P증권, S은행에서 근무했던 것. 금융권 경력 4년을 제외하면 족보를 만드는 C상사에서 20여년을 넘게 일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B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검증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금융권에서 오랫동안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무 연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D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업무 연계성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그는 “B씨는 족보회사에서 20년간 일해 온 만큼 업무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검증체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B씨의 경력 등을 확인하고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대신 B씨의 경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될 때에는 우리측도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D저축은행에서는 B씨를 사외이사로 선출하는 과정에서 C상사 부사장 경력을 많이 반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B씨의 금융권 경력이 짧다고는 하지만 이사회 참석률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밝힐 정도로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게 D저축은행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사외이사는 문학계 등 전반에 걸쳐 모든 인사들이 선임될 수 있다. 전반적인 전문지식이 있는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대부분 전반적인 판단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또 한 가지 의혹은 B씨를 추천한 인사가 누구였는가 하는 점이다.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에 선임되기 때문이다.
특히 B씨의 형은 A의원이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금융권 소관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을 지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관 상임위 감독 하에 있는 은행에 B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A의원 입김설’이다.
실제 D저축은행 대표와 A의원은 성균관대 동문이다. 더욱이 D저축은행 대표와 B씨는 지난 2007년 7월30일 추천을 통해 각각 대표이사,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또 성대 동문회 학부장을 지냈고, 저축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관계자는 “A의원과 만난 적이 있다”며 “원래부터 다 동문회에서 만나거나 개별적으로 만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신 D저축은행 대표와 A의원이 개별적으로 만났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의원 측에서는 “D저축은행 대표와 일면식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해명해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B씨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데 A의원의 동문인 D저축은행 대표가 추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관행처럼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D저축은행 사장이 사외이사를 얼마든지 B씨를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D저축은행 대표가 얼마든지 추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사외이사에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D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최초 추천인을 우리도 알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수소문 중에 있다”고만 말했다. 더욱이 D저축은행 대표실 한 관계자는 “파악하는 대로 바로 알려주겠다”는 말만 반복한 채 더 이상 취재기자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B씨를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D저축은행 내부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모든 의혹의 실마리를 풀 열쇠는 누가 쥐고 있는 것일까.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외이사제도란?
대주주 전횡 방지하자!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이사회에 참가시킴으로써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사외이사제도다. 한마디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 상태를 감독하거나 조언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 한국에서는 정부투자기관이 사외이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과거에서는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경영진이 모두 이사회에 참석했으나 최근에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간부를 구별하는 추세다.
또 정부는 1998년부터 상장회사에 한하여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였다. 이런 규정에 따라 상장회사에서는 다른 기업체 임직원 출신이나 교수ㆍ공무원 등을 사외이사로 임명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제도 도입은 주식회사의 3대 기관인 주주총회ㆍ감사ㆍ이사회 가운데 2개 기관에 대한 임원 선임과 기능을 크게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업의 주요사항에 대한 내부의사를 결정하는 기관이었던 이사회가 새로운 형태의 외부감시기구로 완전히 독립하게 됐던 것.
그러나 사외이사들이 회사의 경영에 대하여 감시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또 법적으로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이 애매모호하다. 대부분 추천에 의해 사외이사 자리를 채우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자기 사람을 얼마든지 심을 수 있다’는 게 일각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