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호의 두 번째 골프인생

스타골퍼서 정상급 지도자로

필드를 떠나 ‘프로를 키우는 프로’로 제2의 골프 인생을 살고 있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선두주자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2승,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8승을 거두며 2000년대 중반까지 대표적인 남자골프 스타로 각광 받았던 허석호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필드를 떠난 허석호(44)가 지도자로 돌아왔다. 완전한 은퇴는 아니지만 장기간 일본 생활을 끝내고 사실상 레슨프로로 변신했다. 지난해 시즌 상금 1만3000엔이 모자라 JGTO투어 카드를 잃은 허석호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에서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여전한 실력

지난 3월 경기도 성남 남서울골프장 부설 연습장에 아카데미를 차린 허석호는 원래 순수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레슨에 나설 생각이었다. 골프 전문 케이블 방송 레슨 프로그램도 맡았다. 하지만 프로 1호 제자 최유림을 만나면서 노선을 살짝 바꿨고, 이지현을 두 번째 프로 제자로 낙점했다.

그는 “오랫동안 투어 프로 선수로 뛰면서 쌓은 노하우는 역시 프로 선수에게 전수해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허석호는 지도자로 변신하자마자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지현의 데뷔 첫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이지현은 허석호와 호흡을 맞추자마자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고 곧바로 데뷔 첫 우승을 신고했다. 


현역 접고 레슨프로로 변신
스승에 우승컵 바친 학생도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6446야드)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이지현은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이며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 조정민(23·문영) 등 공동 2위 3명을 1타 차로 따돌리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 GA)투어 3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이지현은 14번홀까지 조정민과 공동선두에 올랐다가 15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1타차로 밀려났다. 16번홀(파5)에서 승부수를 띄운 이지현은 “1, 2라운드에선 여기서 투 온을 시도하지 않았는데 승부를 걸어야 했다. 성공해서 버디를 낚은 게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라며 기뻐했다. 

승부는 18번홀(파4)에서 싱겁게 갈렸다. 이지현이 가볍게 파를 낚은 반면 조정민은 세컨드샷을 그린 에지로 보낸 뒤 25m가량 되는 긴 퍼트를 턱없이 짧게 보내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최혜진(학산여고)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낚아 합계 8언더파 208타로 조정민, 이예정과 공동 2위에 올랐다.

끝이 아닌 시작

2015년 정규투어를 시작한 이지현은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2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상금 1억2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시즌 상금을 2억701만7518원으로 늘리며 6위에 올랐고 대상 포인트 순위도 7위까지 치솟았다.

175㎝에 달하는 큰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 이외에는 특별할 것 없던 이지현은 허석호라는 대선배를 스승으로 만나 드라이버 샷이 곧게 펴졌다. 100m 이내 숏게임도 일취월장했다. 그러자 프로 데뷔 3년 만에 첫 우승이 찾아왔다.


오랜 경험으로 노하우 전수
같은 길 걷는 박도규·이인우

이지현은 “허석호 프로님을 만난 뒤 불안했던 아이언과 드라이버샷이 안정됐다”며 “조언에 힘입어 마지막 날 우승경쟁을 하면서도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편 허석호 외에도 국내 통산 6승을 거둔 박도규(47), 2005년 비발디파크오픈과 2012년 볼빅챔피언십 우승자 이인우(45)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또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맹활약을 펼친 강욱순(51)은 최근 경기도 안산에 골프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지도자와 CEO로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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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