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MB대선공신 연루 금융사건 축소수사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그 중심에는 이명박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 정책특보를 역임했던 성경산업 김오영 회장이 있다. 의혹의 주요 골자는 김 회장이 3천억원대의 불법 유사수신 및 다단계 금융사기사건으로 구속된 리차드모건 곽태혁 회장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투자자 모집에 전직 L모 국무총리가 연루됐고 투자자들로부터 횡령한 돈 가운데는 일부가 선거사조직 자금으로 쓰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3천억대 금융사기사건 ‘제2 BBK’?
지난달 28일, 민주당 강기정 의원 측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곽 회장과 김 회장은 동업자이며 곽 회장이 김 회장에게 외환은행 계좌로 5개월 동안 12회 걸쳐 총 4억5천5백만원을 송금한 내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금융사기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맺은 각종 계약서에는 성경산업이 갑, 리차드모건은 을, 소액투자자들이 병으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곽 회장만 구속 수사하고 동업관계이자 4억5천5백만원의 돈을 이체 받은 김 회장은 전혀 조사하지 않아 축소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강 의원 측 관계자는 “현재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 구로경찰서는 그동안 곽 회장만 수사하고 김 회장에 대한 수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자금흐름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있으며 사건 규모에 맞지 않게 전담인력을 1명만 배치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또 수사 지휘권을 갖고 있는 서울지검 역시 능동적 지휘를 기피하며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축소수사 및 은폐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의 항의 및 강 의원 측의 해명요구에 대해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 때문에 제약이 많다는 설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로경찰서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 지금 뭐라 전화로 말씀드릴 수가 없다”면서 “보도 자료를 준비해 놓았으니 직접 오면 얘기하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MB 이름 딴 사조직 ‘일월회’ 구성… MB 정부 실세들과 친분 과시
강 의원측 “일부 횡령자금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의혹도 제기”
하지만 강 의원은 곽 회장과 김 회장이 정치권에 깊숙이 발을 담그며 사업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체거래가 분명히 있는데 계좌추적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김 회장도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 의견이다”라고 강변했다.
강 의원은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경찰청 국정감사를 통해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곽 회장과 김 회장의 사기행각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1만여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또 “이것은 과거 BBK사건과 유사하다. 수사과정에서의 여권 인사의 개입여부, 일월회의 실체 및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김 총재와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지금 철저히 확인 중이다. 핵심관계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설득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는 곽 회장과 김 회장의 관계에 대해 논란이 한창이다. 이들은 서로 동업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게 논란의 주요 골자다.
실제 곽 회장은 국가 원로 모임격인 ‘도덕국가건설연합’ 공동 총재로 활동했고 MB 취임식에도 초청인사로 참석한 적이 있다.
강 의원측 한 관계자는 “지난 3월7일 워커힐에서 열린 리차드모건 창립 1주년 기념행사에는 전 국무총리 L모씨가 참석해 축사를 했고 곽 회장은 이를 투자자모집에 활용했다”며 “도덕국가건설연합 측에서 찾아와 해명을 했는데 우리 측도 잘 모르고 곽 회장을 영입한 것이었고 현재 곽 회장을 배제시킨 상태라고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또 한나라당 불교분과 부위원장과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정책특보로 활동했다. 그는 평소 MB는 물론 한나라당 J의원, K의원, K 전 의원 및 L 전 의원 등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면서 강 의원은 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 다른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총재로 있는 ‘일월회’의 존재가 축소수사를 촉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만일 이같은 목소리가 사실로 들어날 경우 금융사기사건으로 촉발된 이 사건이 이명박 대통령을 옥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강 의원 측은 이와 관련 “김 회장이 총재로 있는 일월회의 일(日)과 월(月)은 이명박 대통령의 명(明)자를 의미한다고 한다”며 “지난 2006년 3월 회원 15명으로 처음 창설돼 지금은 전국적으로 지국이 8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모건 사건이란?
투자자 1만명 3천억 피해 당했다!
리처드모건 사건은 주범 곽 회장이 지난 2007년 2월 외환거래와 유사수신 목적으로 리처드모건을 설립하고 외환FX 마진거래를 통해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집했다가 총 1만여 명에게 3천여 억원의 피해를 입힌 금융피라미드 사기사건이다.
투자자들에게 월 5%씩의 배당금을 5개월간 지급하고 5개월 초과 후 7일 이내에 원금을 지급한다고 약속하고 투자금을 유치해 가로챘다.
경찰이 이 사건과 관연 처음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5월 피해자들의 고소에 의해서다. 같은 해 8월과 올해 2월 2차례 곽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가 5월에서야 다시 고소장이 접수됐다. 이후 곽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법률위반 등 다단계 금융사기사건으로 구속됐다.
이 사건은 현재 구로경찰서 수사 및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한 후폭풍은 심각하게 나타났다.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법원이 2차례나 영장을 기각하는 바람에 6백억원대의 피해규모가 7개월 만에 3천억원 규모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