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법시험의 추억

사라진 개천…돈이 용을 키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생 역전의 사다리’라 불렸던 사법시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21∼24일 지난해 1차 시험 합격자 중 2차 시험에 불합격한 인원을 대상으로 2차 사법시험이 치러졌다. 사법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도입 이후 존폐 논란에 시달렸다.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 시행 이후 사법시험 70년의 발자취를 더듬어봤다.
 

김씨 할머니는 세상을 뜨기 전까지 평생 ‘판·검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매일 새벽 4시 밭일을 나서기 전 아들 박씨를 깨우면서 한 말도 “얼른 일어나서 공부해. 판·검사 돼야지”였다. 아들 박씨는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가난한 시절
유일한 희망

김씨 할머니의 바람은 손자에게로 이어졌다. 손자가 태어나자 김씨 할머니는 계룡산 중턱에 있는 절의 스님에게서 ‘법중(法中)’이라는 아명을 받아왔다. 법의 한가운데라는 뜻으로, 손자가 판·검사가 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은 이름이었다.

예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두고 ‘개천서 용 났다’고들 했다. 다 같이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이른바 전국이 ‘개천’이었던 시절에는 사시 합격이 상류층으로 가는 초고속 열차나 다름없었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대부분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자녀를 뒷바라지하느라 허리가 휘어도 부모는 그저 합격만 하라며 일에 매달렸다.


자녀가 사법시험서 1차라도 합격하면 동네 어귀에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OO의 아들, OO사법고시 1차 합격’의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날에는 동네 회관에 잔치가 벌어졌다. ‘소를 잡는다, 돼지를 잡는다’ 난리가 난 상황서 동네 사람들은 ‘합격턱’을 내는 부모를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47년 조선변호사시험 후 70년 역사
보통 사람들의 출세 ‘희망 사다리’

사법시험은 아직까지도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가세가 심하게 기운 집을 일으키기 위해 주인공이 도전하는 시험은 대부분 사법시험이었다. 

올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더 킹>서도 주인공은 지긋지긋한 현실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사법시험을 선택한다. 사법시험은 합격에 이르기까지 힘들지만 일단 사다리에 올라타면 앞길이 탄탄대로일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덕에 사법시험은 지금껏 우리나라 최고 시험으로 인정받아 왔다.
 

사법시험의 시초는 1947∼1949년 3년간 시행된 조선변호사시험이다. 이후 1950년부터 1963년까지 고등고시 사법과가 시행되다가 ‘사법시험령’ 제정과 함께 현재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초기 사법시험은 합격자 모두 판·검사로 임용되는 사실상 임용시험이었다. 정원을 정해두지 않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균 60점 이상이면 모두 합격하는 시스템이었다. 1967년에는 합격자가 5명에 불과했다.


선발 인원 늘어
2만 법조인 양성

그러다 1970년 합격 정원제가 도입된 후 합격자가 매년 60~80명으로 늘어났다. 1980년에는 합격자가 300명에 이를 정도로 문이 넓어졌다. 1995년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선발 인원이 단계적으로 증원되면서 2000년대 초반 합격자 1000명 시대가 시작됐다. 1963년 이후 55년간 사법시험으로 배출된 법조인은 2만여명에 이른다.

사법시험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신림동 고시촌이다. 1980년대 초 신문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고시촌’이라는 말은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공부방과 거주 용도로 사용하던 고시원이 밀집한 지역을 말한다.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관악산 기슭 여러 하숙집에 거주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말 그대로 전국 각지서 고시생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법시험 선발 인원이 증가하자 시험을 준비하는 지원자 역시 급증했다. 과거 선발 인원이 소수일 때 절에 들어가 머리를 싸매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풍토는 문호가 넓어지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학원서 나오는 족집게 요점정리 등 시험 정보가 고시생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고 시험 출제 경향에 대해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는 일도 늘었다. 그 과정서 신림동 고시촌은 1990년대 고시생 숫자가 20만명에 이르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고시생이 모여들자 고시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 역시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했던 곳이 전 국무총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과 가족이 운영했던 광장서적이다. 

광장서적은 1978년부터 2013년까지 35년간 신림동 고시촌의 상징이었다.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도 1988년부터 서울대생들의 세미나실 역할을 톡톡히 하며 명소로 자리 잡았다. 거대 상권이 형성된 신림동 고시촌에는 값싼 밥집과 술집이 들어섰고, 학원과 독서실 등이 얽혀 특유의 문화를 형성했다.
 

고시생들의 시간은 철저하게 사법시험 일정에 맞춰 돌아갔다. 신림동 고시촌의 시간 역시 고시생들의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사법시험은 1차 시험에 합격하면 두 번의 2차 시험 기회가 주어진다. 1차 시험 합격 발표 후 바로 치러지는 2차 시험서 합격하긴 쉽지 않다. 보통 1년을 기다려 2차 시험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도 안 되는 합격률
대다수 고시낭인으로

두 번째 2차 시험서 떨어지면 다시 1차 시험에 도전해야 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4∼5년도 훌쩍 지나가 있다. 대입 시험처럼 재수, 삼수를 하다보면 10년도 금방이다. 그 사이 고시생들은 장수생이 돼있다. 고시촌 바깥에서 보기엔 ‘고시 낭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간이 흘러 있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긴 시간이지만 고시생에게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흐른 세월이다.

100명 중 3명만
합격의 영광을


이렇게 해도 사법시험의 합격률은 3%가 안 된다. 100명이 도전해도 97명은 떨어지는 시험이라는 뜻이다. 절대적인 공부량이 많고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극소수 고시생을 제외한 절대 다수는 기약 없는 전쟁터에 내던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다. 청춘을 다 바쳐 사법시험에 매달려도 결국 대다수는 ‘낭인’으로 남는다는 것.

노무현정부는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이른바 로스쿨법을 제정했고 2009년 전국 25개 로스쿨이 문을 열었다. 국회는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해 사법시험 선발 정원을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 올해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사법시험 폐지를 예정한 변호사시험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법시험의 폐지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어 큰 흐름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30년간 고시생들과 울고 웃은 신림동 고시촌은 사법시험 존폐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그 바람이 조금 더 거세졌다. 서점, 독서실 등 신림동 고시촌의 명소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광장서적은 부도가 난 뒤 ‘북션’으로 바뀌었고 18년간 자리를 지켰던 한국서점의 주인 아주머니는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로 변신했다.

고시 서적의 인쇄·복사를 담당했던 가게들 역시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한 집 걸러 하나씩 있던 독서실은 원룸으로 바뀌었다. 고시생이 빠져나간 자리엔 값싼 방을 찾는 직장인들이 찾아오고 있다. 
 

젊은 대학생을 위한 커피전문점과 주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시촌의 색채가 옅어지면서 새로운 성격의 건물도 생겼다.

일각에선 사법시험 폐지로 신림동 고시촌이 사라지기보다는 최근 늘고 있는 공시생이 고시생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이 노량진에서 신림동으로 옮겨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 빠른 상인들은 법전 대신 공무원 수험서로 책장을 채웠고 사법시험을 대비하던 학원은 노무사나 법무사 등 다른 자격증 대비 광고로 전단을 바꿨다.

신림 고시촌
새바람 불어

변화의 바람을 정통으로 맞고 있는 고시촌을 보존하려는 시도도 있다. 김태수 대학동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고시촌 풍경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지난해 고시촌 기념관을 만들려는 시도를 했었다”며 “고시원을 개조해 30년의 고시촌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번에는 뜻대로 안됐지만 올해 다시 한 번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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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